일본 장수기업의 공통점, 삼포요시(三方良)
  • 강태봉 알지엠컨설팅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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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봉의 일본외식산업이야기] 작지만 지역사회와 공존하며 지속성장 이어가

 

일본엔 장수기업이 많다. 일본경제대학 고토 교수에 따르면 창업 이후 100년 넘은 기업이 2011년 현재 5만2000개에 이른다. 이중 200년을 넘는 장수기업도 3937개로 세계 7212개의 54.6%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이나 동아약품과 같이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단 7개인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어마어마한 숫자다. 

 

장수기업은 지역사회 일거리 창출은 물론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한다. 장수기업이 만들어 내는 뛰어난 기술과 양질의 인력은 그 지역뿐 아니라 국가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 기업 덕택에 일본은 독일과 함께 원천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일본이 흔들리지 않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장수기업의 공통점은 지역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역할은 에도막부시대(1603~1867년)부터 시작된다. 에도(江戶)상인의 판매자, 고객, 지역사회 만족, 즉 삼포요시(三方良)를 장사의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 점을 보면 잘 이해될 것이다.

 

회전초밥 전문점 ‘토리톤’

日 200년 넘는 기업 3937개 vs 韓 100년 기업 7개

 

외식 기업(점포)의 지역사회 공헌도 예외는 아니다. 오랜 기간 지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지역사회 발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역 주민도 그 기업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또한 그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비록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지역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주)기타이치식품을 예로 들어 보자. 

 

삿포로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타이치식품은 1982년 작은 도시락 전문점을 오픈했다. 현재는 다양한 업종의 브랜드를 론칭,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전초밥 전문점 ‘토리톤’, 도시락 전문점 ‘고항고항’, 돈가스 전문점 ‘가츠도쿠’, 일식 창작요리 전문점 ‘잇콘야’ 등 총 4개 브랜드에 25개 직영점을 관리하고 있다. 해산물 통신판매 회사인 ‘토리톤 시장’까지 갖추고 있어 연평균 약 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얕보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기타이치식품이 운영하는 외식브랜드의 점포 폐점율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회전초밥 전문점 ‘토리톤’은 1989년 창업 후 28년 간 15개 점포를 오픈했는데 한 곳도 폐점하지 않았다. 회사와 점포가 지역 주민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경영 목적의 하나를 지역사회 발전에 두고 있으니 공적 기관이나 주민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을 이유가 없다. 

 

키타이치 식품의 돈가스 전문점 ‘가츠도쿠’(왼쪽), 도시락 전문점 ‘고항고항’

사람과 지역의 공생을 위한 ‘순환형 농가법인(North Best Farm INC)’ 운영이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이곳에서는 현재 점포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사료로 만든다. 이것을 돼지사육에 사용하고, 돼지거름은 다시 퇴비를 만들어 채소 재배에 쓴다. 이렇게 생산된 돼지고기와 야채는 기업이 운영하는 돈가스 전문점을 비롯해 전 점포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후세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지구 환경 살리기 운동이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두 번째, 홋카이도 지역의 소년 야구 활성화를 위해 ‘토리톤기 유소년야구대회’도 개최한다. 이 대회는 15개 팀이 매년 8월 말에 시작해 2주간 행사를 치른다. 2008년 시작해 2016년 현재 9회째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유소년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주는 일,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기타이치식품의 지속성장이 단순한 경영활동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기타이치식품의 오늘은 ‘삼포요시’ 실천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장 환경에서 생존, 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만 쫓아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일수록 ‘멀리가고 싶으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의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강태봉 대표 

1990~2005 : ㈜오지엠 대표이사

2006~현재  : ㈜알지엠컨설팅, ‘네이버카페 장사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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