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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트럼프, 일본에 방위비 2배 증액 요구”日 군사대국화 야욕에 날개 달아줬다

“日 정부 트럼프 요구 수용…방위비 GDP 대비 1%에서 2%로 단계적 진행”

조해수 기자 ㅣ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5(Fri)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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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충분하고 적정한 몫(the full and fair share)의 국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방비 증액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할 것을 요구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에 불을 지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 기간 동안 한·일 양국이 더 많은 책임을 지지 않을 경우 각 나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일본 정부에 “국방비를 GDP 대비 2%선까지 증액하라”고 요구했으며 일본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서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일본의 군사대국화로 가는 길이 열렸음은 물론, 동북아 국가들의 무분별한 군비 경쟁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2월10일 워싱턴 DC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 시사저널 포토


日 아베 “방위비 GDP 1% 상한선 폐기”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5월2일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유럽에 가서 국방비를 GDP 대비 2%까지 올리라고 주문했는데 일본에도 그런 요구를 했다”면서 “최근에 전(前) 일본 방위성 대신(국방부 장관)과 조찬 회동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방위비(국방비)를 2%까지 한 번에 올리지 않고 일단 1.2%까지 올린 다음에 점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한·미 방위분담금은 물론 국방비에 대해서도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면서 “분담금은 현재 연 1조원이 채 안 되는데 1조원 이상을 원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2.4~2.5% 수준인 국방비는 3% 정도 선으로 올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방위비를 GDP의 1% 내로 제한하는 불문율을 지켜왔다.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은 ‘방위비는 GDP의 1%를 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원칙이 처음 깨진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내각 때였다. 일본 총리 중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도 했던 ‘보수 우파의 대부(代父)’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7년부터 1989년까지 3년 연속 상한선을 어겼다. 이후 2010년 한 차례 더 GDP 1%선이 돌파됐을 뿐 그동안 방위비는 줄곧 적정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한 2013년 이후 방위비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였다. 방위비는 지난해 처음으로 5조 엔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사상 최대인 5조1251억 엔(약 51조76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회계연도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GDP로 비교하자면 0.92%로, 1% 상한선을 지켰다.

 

연례 일본 육·해·공 자위대 열병식 © EPA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를 GDP 대비 2%로 올리라고 요구한 것은 아베 내각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을 적극 활용하며 방위비 증액을 틈날 때마다 주장하고 있다. 올해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대응을 명분으로 방위비를 올렸는데, 신형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 SM3블록2A 배치, 이지스함 수리·운용, 미국의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V-22) 추가 구매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방위비의 GDP 1% 상한선을 폐기할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환경을 고려해 일본과 일본인의 목숨을 지키는 데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생각”이라면서 “방위비를 GDP 1% 이내로 억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일본 보수·우익 세력들도 아베 총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카소네 전 총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보수진영의 싱크탱크인 ‘세계평화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일본의 방위비 비중은 나토 표준이 2%인데 1%도 되지 않는다. GDP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본의 방위 예산을 트럼프 정부가 납득할지 상당히 의문”이라면서 “GDP 대비 방위비 비중을 1.2%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 일본 방위성 대신이 밝힌 ‘방위비를 1.2%로 올린 뒤 점진적 증액’과 정확히 일치한다.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추진…군국주의 가속

 

트럼프 정부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길 기대하며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환영하고 있다. 지난 2월5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대신(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안보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일 동맹뿐만 아니라 양국의 방위력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방위비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바꾸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은 이미 2012년 전쟁 포기와 함께 교전권을 부인한 일본의 평화헌법을 뒤엎는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어 아베 내각은 2014년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무기 수출 3원칙’을 폐지하고 무기 수출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으로 대체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금지’ 원칙도 무너졌다. 아베 내각은 2014년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고, 2016년에는 자위대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안보법을 강행 처리했다. 남은 수순은 군(軍)을 보유하는 것이다. 평화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은 지난 5월3일 아베 총리는 “자위대 합헌화(정식 군대화)가 내 시대의 사명”이라면서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하고 싶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내세웠던 대동아공영권을 얘기할 때 기본으로 삼은 게 국방정책대강(大綱)이라는 문서다. 이 문서 1항에는 ‘일본은 아시아의 지도국이다’라고 적시돼 있다. 현재 아베 내각이 벌이고 있는 일이 이와 다를 게 없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에도 불과하고 또다시 아시아의 지도국 행세를 하려고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북한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최첨단 무기 체계로 전환하고 재래식 무기에 의한 방어는 일본이 떠맡기를 원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초래해 동아시아 평화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진행됐다. © EPA연합


“트럼프, 한국에 국방비 GDP 3% 요구할 듯”

 

트럼프 정부는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국방비를 늘릴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비용 논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애초에 사드 부지를 한국이 제공하면 나머지 비용은 미국이 지불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지난 4월말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이 1조1500억원에 육박한다”면서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을 바꿨다. 논란이 되자 맥마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며 사드 비용을 미국이 지불할 것임을 확인해 줬다. 그러나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재협상이 진행되기까지 기존 합의가 유효하다는 뜻”이라고 또다시 말을 바꿨다.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향후 진행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나 한국의 국방비 증액 합의를 염두에 두고 트럼프 정부가 포석을 깔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트럼프 정부가 단순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뿐만 아니라 국방비의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 조지 부시 정권이나 버락 오바마 정권은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4%까지 올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GDP 대비 3.36%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의 기본적인 생각은 한국 역시 미국만큼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GDP의 2.4% 정도를 국방비에 투자하고 있다. 즉,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최소한 3%의 국방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종대 의원은 “한국에 대해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이 문제가 아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은 동맹 비용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분야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안보 무임 승차론’을 강조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상당 부분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19대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은 대부분 국방비를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일각에서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무장평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무장평화론은 무분별한 군비 경쟁을 촉발시키는 허구일 뿐, 대·내외적인 군비 증강 압력을 어떻게 벗어날까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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