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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정말 ‘일자리 무덤’일까

OECD “자동화로 대체될 직무(task) 9% 불과”…‘4차 산업혁명=일자리 감소’ 공식 깨져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3(Wed)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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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은 시대적 화두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대. 이에 장밋빛 전망도 많지만 4차 산업혁명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용분야에 대한 어둡고 음산한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1995)에서 “진보의 댓가로 노동자 계급이 죽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이래 22년이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공공연한 우려를 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일자리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이미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론화된 바 있다. WEF는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들고 나오며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 및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4차 산업혁명=일자리 감소’란 공식은 이후 꾸준히 재생산돼오면서, 우리 인식 속에 자리잡았다. 이제 이 공식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될 지경이다. 4월2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발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9%가 ‘4차 산업혁명으로 전체적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항목에 동의했다. 그러니까 국민 10명 중 9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10명 중 9명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줄어들 것”

 

이 같은 우려는 얼마나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더 정밀해진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대중화로 특정 생산 영역에서 생산성의 향상이 이뤄질 것임은 일견 사실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 일자리 감소라는 요인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특히 사무관리직과 같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고 정교하지 않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직업군에서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자동화 프로그램과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이런 직업군에서 475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로봇과 3D프린팅의 위협을 받는 제조·광물업 분야 일자리도 160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진출 영역이 다변화되면서 대부분의 일을 인공지능에 맡기고 인간은 비상시적으로 관리만 해도 되는 환경의 변화는 노동 구조의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필요에 따라 관리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지불하는 자유계약 형태가 주가 된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임시직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인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인공지능의 범용적 구현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런 경제 형태의 변화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는 반면 비정규직·임시직을 늘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청년실업률 증가에 및 고용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판국에 4차 산업혁명의 그림자가 암울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정말 우리 앞에 ‘일자리 무덤’ 만을 준비해두고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희망 섞인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직업을 기준으로 한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분석에는 과대 추정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미국의 702개 직업을 분석한 결과 47%가 자동화 등 기술진보에 의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직후여서 더 관심을 받았다. OECD는 직업(job)이 아닌 직무(task)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소매 판매원은 직업 기준으로 보면 자동화로 인한 직업 대체 위험도가 92%나 되지만, 직무 기준으로는 업무 등 컴퓨터로 대체하기 어려운 작업을 하는 소매 판매원이 96%나 된다. 실제 컴퓨터로 대체가 가능한 인력은 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사라지는 직업만큼 새로운 직업도 등장할 것”

 

OECD가 직무 기준으로 프레이·오스본 연구처럼 직업으로 재구성했을 경우, 자동화로 대체될 확률이 70%를 넘는 직업은 9%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결국 이 두 연구는 향후 일자리 창출의 과제가 사람의 직무를 재조정하고 기계와 사람이 협력하는 형태로 일자리를 재편하는데 달렸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WEF의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영·금융 서비스(49만2000개), 컴퓨터·수학(40만5000개), 건축·공학(33만9000개) 등의 직군에선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인간의 모든 직업을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보스턴대 제임스 베센 교수는 “어떤 직업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부분적으로 자동화가 이뤄지는 직업이라면 오히려 관련 노동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경제원리 측면에서 보나, 문화변동 원리로 보나 인공지능의 수요 및 공급이 그렇게 불균형하게 확산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용과 효용을 따지는 경제원리 차원에서 봤을 때, 인공지능은 간단한 노동을 하게 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의 R&D 투자가 요구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다품종소생산주의 등 맞춤형 생산과 소비의 문화가 더욱 파급될 것으로 많은 이들이 전망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원활히 쓰기 위해서라도 인간의 창의력 같은 고도의 능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화변동의 원리 측면에 따른 미래 전망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인류학자들은 기술의 변화는 사회 구조 및 문화, 사고방식의 변화를 불러 일으키면, 점차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 및 산업 패턴이 생겨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직업은 없어지겠지만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부장은 한 매체에 “신기술 적용산업과 관련해서는 적용기술의 성격에 따라 일자리 효과가 크게 다르다”며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면 공정기술에 해당하므로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공정이 최적화하면서 생산성과 경쟁력이 높아지므로 수출 증가 효과를 거둬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패러다임이다. 이미 일본에선 음식점에 식기세척 로봇을 도입해 실질적인 인건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에선 빠르고 안전한 배송으로 ‘쿠팡맨’과 같은 사람이 아직 더 익숙하지만 미국 일부 주에선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단순·반복적 작업은 AI로봇이 대체하고, 사람이 로봇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방향으로 노동시장 구조가 바뀌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KOTRA 관계자는 “점차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며 일하는 환경이 일반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제도적 인프라를 정비하는 게 (일자리 감소에 대한) 두려움을 막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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