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중간 성적표 열어보니…
  • 소종섭 편집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1 09:22
  • 호수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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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홍준표·심상정, 지지층 결집·확장 효과 봤다” 평가 많아

 

이번 대통령선거는 과거의 대통령선거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대통령이 탄핵된 권력의 공백기에 치러진다. 보궐선거다. 그러니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둘째, 보수의 대분열 속에서 치러진다. 현대사에서 보수의 분열이 지금처럼 뚜렷한 적은 없었다. 보수 정당 자체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갈라졌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보수표’의 결집력이 예전 같지 않다. 셋째, 20~40세대 분노의 표심이 대선판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들은 “투표장에 꼭 가겠다”면서 투표일을 벼르고 있다. 반대로 60대 이상 고령층의 투표 의지는 과거만 못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TV토론 영향이다. 과거에는 TV토론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더 굳혀주는 역할을 했다. 정당학회 조사에 따르면, 대략 8% 정도의 지지율 출렁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일을 앞두고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TV토론이 이뤄지고 과거에 없던 ‘스탠딩 토론’ 등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홍준표·심상정 후보는 지지층을 상대로 확실하게 메시지를 냈다. 지지층 결집 내지는 확장 효과를 봤다. 반면 조직력이 약하고 타깃 메시지가 분명치 않았던 안철수·유승민 후보는 이런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것은 토론 자체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후보들이 어디를 타깃으로 한 메시지를 내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JTBC-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4월25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후보들이 원탁에 앉아 토론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 후보는 TV토론 자체의 내용만으로 보면 썩 잘했다는 평가를 하기는 힘들다. ‘코리아 패싱’이나 ‘구의역 열차 사고’ 등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는 듯했다. 외교안보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던 상징어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표 공약인 ‘81만 개 일자리 창출’ 등의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서도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태도를 보인 것도 구설에 올랐다. 대표 공약이니만큼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랐어야 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홍준표 후보에게 한 “이보세요!”와 함께 이 말은 문 후보의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오르내렸다. “이미 대답했고요” “나는 해명 끝났으니 열심히 해명하시라”는 등의 답변도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토론에 임하는 문 후보가 일부러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문 후보의 태도가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러나 대권 재수생으로서 ‘준비된 후보’를 내세운 모토와는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다. ‘역시!’라는 든든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토론 내용과는 별개로 대선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답변 중간중간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문 아닙니까?”라는 말을 섞으며 정권교체의 대표 주자가 자신이라는 점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햇볕정책에 대한 옹호 등 가치적인 메시지를 뚜렷하게 던진 점도 주효했다. 이 점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대비를 이루며 부각됐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 후보는 ‘51% 정치인’이다. 내게 표를 줄 유권자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친다.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인물로 꼽거나 전교조, 귀족강성노조에 대해 비판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홍 후보가 3월31일 후보로 선출된 뒤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4월27일로 일곱 번째다. 5월9일 투표일 이전까지 두 번 더 방문한다니 아홉 번 방문하는 셈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는 셈법을 그대로 보여준다.

 

TV토론에서도 홍 후보는 ‘한반도에 전술핵 배치’ ‘사드 배치’ ‘감세’ 등을 주장하며 지지층을 상대로 한 자신만의 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른바 ‘돼지흥분제 논란’ ‘설거지 논란’ 등이 있었지만 홍 후보의 지지층에게 이런 부분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다. 홍 후보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TV토론에서 그가 집중적으로 문 후보를 상대로 공세를 펼친 것도 ‘문재인과 맞서는 후보는 홍준표’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일정 정도 성공한 측면이 있다. 홍 후보는 대구·경북에서의 지지도 상승을 바탕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후보는 TV토론을 기회로 살리지 못했다. 양강 구도를 굳히고 나아가 역전할 수도 있는 기회가 TV토론이었는데 놓쳤다. 핵심은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 점이다. 그 이유는 안 후보가 처한 딜레마와 관련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둔 안 후보는 그동안 대구·경북에서의 지지도 상승을 바탕으로 약진해 왔다. 마음 둘 곳 없는 보수 유권자들이 안 후보를 대안으로 지지했던 것이다. 그러나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햇볕정책에는 공도 있고 과도 있다”고 답한 것에서 보듯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현실적 한계에 봉착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타깃이 분명치 않았고 그에 따라 메시지도 불분명했다.

 

그렇다면 ‘선거는 구도다’라는 얘기처럼 판을 바꾸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데 이에 대해선 이미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문재인 후보가 4차 TV토론에서 안철수-홍준표-유승민 연대 가능성을 거론하며 ‘적폐연대’라는 말을 굳이 다시 거론한 것도 안 후보를 이 프레임에 가둬놓으려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이 프레임에 말렸다. 그렇다고 TV토론에서 정책적인 차별화나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인 우위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

 

TV토론에서의 콘텐츠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좀 달랐다. 조직력이 약하고 타깃에 대한 집중 메시지가 미흡했던 유 후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반면 나름 조직력이 있고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준 심 후보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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