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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北 미사일 세대교체 ‘킬체인’에 발 빠른 대응

[양욱의 안보브리핑] 4월15일 열병식에서 신형 미사일·플랫폼 대거 공개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6(Wed) 12:00:00 | 14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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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이란 정렬한 군대를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을 말한다. 전쟁 전 태세를 검열하거나 전쟁 후 개선행진을 하던 것이 원래 목적이었으나 이제는 한 나라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바뀌었다. 열병식을 대표적인 메시지 전달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소련이었다. 소련은 2차 대전 승리 후 이를 기념하는 열병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전승기념 열병식은 소련이란 강대국의 등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열병식은 그 어떤 군사적 행사보다도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북한의 열병식도 마찬가지다. 북한군 열병식은 1948년 인민군 창설과 동시에 시작됐다. 36세의 김일성은 이 열병식을 통해 명실상부한 북한의 권력자임을 확인했다. 6·25 전쟁 이후에도 북한은 열병식을 통해 국가적 자부심을 강조했지만, 막상 김일성 독재체제가 안정된 1960년대 이후에는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김정일 시대가 되면서 선군정치가 이슈가 되자 북한은 자연스럽게 열병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김정은 정권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다. 김정은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최초로 드러낸 것도 201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이었다. 여기에 덧붙여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열병식을 통해 최신 개발무기를 공개하고 있다.

 

중국제 16륜 발사차량에 실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 © 양욱 제공


김정은, 2010년 열병식에 처음 모습 드러내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열병식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2013년 7월27일 전승절 60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 부주석이, 2015년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에는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했다. 하지만 이번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는 중국 측 사절이 보이지 않았다. 북한 외교의 고립된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전쟁이 없는 시기에는 결국 자국이 가지고 있는 군사력을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중요하다. 남북한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교전은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어떤 부대들이 있고 어떤 무기체계를 사용하고 있는지가 상대방에 대한 메시지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4월15일 열렸던 북한 열병식이 가져다주는 메시지는 무겁다. 애초 4월15일에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북한은 열병식을 택했다. 칼빈슨 항모전단의 한반도 재파견과 중국의 압박 등이 있자 리스크가 높은 핵실험 대신 열병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이나 ICBM 발사만큼이나 강력한 타격수단들을 열병식을 통해 보여줬다. 북한은 보통 열병식에 30여 종의 무기체계를 공개한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20종만을 공개했다. 규모로 보면 ‘작은’ 열병식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때보다 알찬 열병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개된 무기 가운데 개량되거나 신규제작된 것만 치면 12종에 이른다. 대량살상무기는 11종, 미사일로만 따지면 10종, 전략군 소속의 장비는 6종에 이른다.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에 집중하는 북한군의 비대칭적 전력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열병식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전략군이었다. 열병식의 참가제대는 상장이나 중장이 지휘하는 데 반해, 미사일을 이끌고 나온 ‘전략군 로켓종대’는 두 명의 대장이 지휘했다. 전략군사령관 김락겸 대장과 함께 리병철 육군대장이 동시에 행렬을 이끈 것이다. 특히 리병철은 공군사령관 출신으로 무수단 및 북극성 등 최근 미사일 발사시험에서 늘 김정은과 함께하면서 총애를 받는 북한 미사일 개발 핵심 실세다.

 

전략군은 스커드나 노동 등 대표적인 1세대 탄도미사일 대신에 KN-17, 북극성-2(한·미 분류명 KN-15), 무수단(북한명 ‘화성10호’) 등 새로운 미사일들을 끌고 나왔다. 미사일의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이다. 북극성-2는 궤도차량이 무려 6대나 공개됨으로써 조만간 양산을 앞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ICBM으로 알려지던 KN-08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사일 자체는 그대로였지만, 발사차량이 바뀌었다. 기존의 중국제 16륜 발사차량(WS51200)을 사용하지 않고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차량에 KN-08을 실었다.

 

4·15 열병식 선두에 선 북한 최강 전차 ‘선군호’. 이날 ‘선군호’ 가운데 한 대가 엔진 고장으로 대열에서 이탈했다. © 양욱 제공


4월15일 열병식엔 중국 사절 보이지 않아

 

길이 20m가 넘는 발사관을 장착한 차륜형과 트레일러형 두 가지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핵보유국에서도 ICBM은 발사관에서 발사하는 게 통상적이다. 중국 DF-31 미사일이나 러시아 토폴M 미사일 등이 대표적이다. 발사관을 채용하는 것은 콜드런칭, 즉 냉각발사를 활용한다는 말이다. 냉각발사를 활용하기 위해선 고체연료 미사일을 써야만 한다. 결국 북한은 KN-08의 개발에서 한계를 느끼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 개발하려는 차기 ICBM은 냉각발사 방식의 고체연료 미사일이라는 것을 신형 발사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KN-08을 무수단 발사차량에서 쏘려는지 이해가 간다. 북한은 중국제 16륜 트럭을 6대 도입했지만 더 이상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50대 미만으로 보유 중인 무수단 발사차량에서 KN-08이나 KN-14를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신형 ICBM 발사관의 플랫폼을 늘리기 위해, 더 이상 수입이 안 되는 WS51200 트럭을 대신해 트레일러에 발사관을 장착했다. KN-17이나 북극성-2가 궤도차량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이상 8륜 트럭을 러시아나 중국에서 도입하기 어렵게 되자, 북한이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전차 플랫폼에 기반한 발사대를 늘려가는 것이다. 즉 북한은 전략군 무기의 발사 플랫폼을 필사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을 늘리는 이유는 당연하다. 공격능력을 늘려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군이 추진하는 킬체인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 열병식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안겨줬다. ‘우리는 가진 모든 것을 쥐어짜서 전략군을 강화하고 있다. 과연 너희가 우리를 막을 수 있겠나’라고 말이다. 적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차기 정부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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