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청정 공기, 누가 훔쳐갔나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 14:36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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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원인 파악도 못한 정부, 미세먼지 유발 화력발전소 오히려 증설

세계 각국의 대기오염 정보를 제공하는 ‘에어비주얼’은 3월21일 서울의 공기 질이 인도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쁘다고 발표했다. 스모그로 악명을 떨치는 중국 베이징보다 서울의 공기 질이 더 나쁠 정도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영국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27일 ‘South Korea joins ranks ofworld’s most polluted countries’(한국은 세계 최대 대기오염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과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가 공기 오염이 가장 심한 3대 도시라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건강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숨을 쉬는 공기의 질이 최근 급속히 나빠졌다. 특히 올해 1∼3월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이후 가장 나빴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1∼3월 미세먼지 농도는 32μg/㎥로 2015∼16년 같은 기간(30μg/㎥)보다 높았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발생 일수도 2016년(4일)보다 2배로 늘었다. 전국의 초미세먼지 주의보도 총 86회나 발령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발령 횟수(48회)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의 초미세먼지 대기 중 농도가 ‘나쁨’ 이상인 일수는 올해 들어 3월까지 총 14일이다. 초미세먼지 ‘나쁨’ 이상 일수는 2015년 통틀어 11일, 2016년 13일이었지만 올해는 불과 3개월 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2일)에 비해 무려 7배 늘어난 수치다.

 

4월9일 서울 남산에 오른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최근 대기오염이 부쩍 심해진 배경으로 정부는 기상 상태를 지목했다. 환경부는 4월4일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 쪽에서 한반도로 바람이 분 날이 늘었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요인은 풍향, 풍속, 강수 등이 있는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로 바람이 분 날이 75일로 2015년의 67일보다는 8일, 지난해의 19일에 비해서는 56일 각각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미세먼지를 쫓을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다행인데 올해는 그렇지도 못했다. 한반도 상공에 대기정체 현상을 일으키는 초속 2m미만의 미풍 발생일은 29일로, 2015년(13일)과 2016년(16일) 대비 각각 16일과 13일 늘어났다. 강수량은 33.9㎜로 최근 3년 중 가장 적었다. 이 때문에 1년 사이 중국 등지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국제법·협약으로는 중국 압박 힘들어”


해마다 국내 대기오염이 독해지는 상황 에서 이 문제의 해법은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는 크게 국외 요인과 국내 요인이 있다. 국외 요인은 주로 중국발 미세먼지를 의미한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굴뚝 산업 정책을 펴오면서 대기오염이 심해졌다. 특히 한반도와 가까운 중국 동북 지역이 중국 내에서도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가장 많은 곳이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2016년 6월 ‘2015 중국환경상황 공보’를 통해 338개 도시 가운데 265개 시의 공기질이 중국 정부의 자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베이징·톈진·허베이와 주변의 산시·산둥·네이멍구·허난 지역의 대기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꼽혔다. 중국의 주요 도시 가운데 78%가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인 것이다. 2006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중국의 대기환경 전문가들과 함께 중국 전역의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산둥(170만2000톤)·허베이(137만1000톤)·장쑤(120만 톤)성이 상위 3곳에 들었다. 배리 레퍼 한미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조사연구 총책임자는 지난해 5월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6 동북아 대기 질 개선 국제포럼’에서 “중국 등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미국까지 멀리 이동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가 한반도 대기오염의 30~50%에서 심할 때는 80%까지 차지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미세먼지의 지역별 기여도는 서울 22%, 인천·경기 12%, 수도권 외 지역 11%였고 중국 등 국외 지역은 55%였다. 5년 전인 2011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수도권발 미세먼지는 5%포인트 감소(39%→34%)한 반면 중국 등 국외로부터 발생한 미세먼지는 6%포인트(49%→55%) 늘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4월6일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 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베이징이나 선양을 거쳐 들어오는 미세먼지의 양이 29%나 늘었다”면서 “중국 공업지대가 서울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공장의 배출가스가 줄었다는 발표가 나오고 있다. 중국 환경 보호부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공장 지역인 징진지, 창장, 주장 삼각주의 지난해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대비 30%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공장에서 배출하는 가스는 일부 줄었지만 중국 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5%에 달하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중국 내 자동차의 증가로 오히려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2020년까지 중국 내 자동차가 2억3000만 대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미세먼지 문제는 점차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련 세미나에서 한 법학교수는 중국 어디에서 어떤 미세먼지가 발생해 한국의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를 규명하지 못하면 국제법이나 협약으로 중국을 압박하기란 요원하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자국의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중국에 한국이 기술을 제공하는 식의 협조를 통해 중국발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

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1월5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이 뿌옇다.© 시사저널 고성준


 

정부의 애매한 원인 파악이 문제

 

그러나 1년 365일 전체를 놓고 보면 중국의 영향이 국내 대기오염의 절대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국내 대기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80%라면, 국내 요인도 20~70%라는 말이 된다. 이

와 같은 두루뭉술한 수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기오염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그동안 고등어구이를 미세먼지 원인으로 지목하다가 경유차로 바꾸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대기오염 원인에 대해 정부는 숫자로만 애매하게 발표하고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명확한 대기오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향후 전문가의 평가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오염원의 감축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지역별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을 보면, 충남지역 미세먼지 배출량의 34%, 경남지역의 39%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시 분석 결과를 봐도 미세먼지 배출원별 조사에서 난방·발전 비중이 39%로 5년 전(27%)보다 크게 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내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지목한 바 있다.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먼지가 나온다.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오존 등과 반응해 산성 물질인 질산을 생성한다. 질산은 암모니아와 반응해 질산암모늄이 되는데, 이것이 2차 미세먼지다. 황산화물 역시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먼지를 만든다. 감사원은 지난해 충남지역 발전소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수도권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28%가량 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화석연료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면서도 석탄화력발전의 비중 자체를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낡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거나 신설 발전소에서 미세먼지 저감 장치를 강화한다는 정도만 정책에 반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9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신설하겠다고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27일 한국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량이 10여 년 동안 95%나 늘었는데 앞으로 5년 동안 석탄발전소를 20개 늘리려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석탄 사용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개선 대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시민단체, 당진 에코파워 승인 감사 요청


현재 전국에서 가동 중인 59기 석탄화력발전소 가운데 절반 이상이 충남지역에 몰려 있다. 산자부는 최근에도 충남 당진에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2기 건립계획을 가결했고, 산자부 장관의 최종 승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환경운동연합과 당진환경운동연합은 4월19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자부의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승인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감사원에 국무조정실, 산자부, 환경부를 상대로 당진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 승인이 부적절하다며 감사를 청구했다.

 

대선후보들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당진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석탄화력발전소 9기에 대해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당진 에코파워 승인을 취소하고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지언 팀장은 “대선후보들은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통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계획 백지화’를 약속했다”며 “산자부의 이번 결정은 차기 정부의 에너지 부처 개편 시 산자부가 해체될 수도 있는 명분을 스스로 제공하는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폴크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사건 등으로 환경 문제가 뜨거웠던 지난해 6월, 윤성규 당시 환경부 장관은 “일부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은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WHO가 (미세먼지를) 발암물질이라고 너무 주장해서 심각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WHO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회의 질타가 이어지자 윤 장관은 지난해 6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며 “아직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WHO 기준보다 100% 이상이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에 이어 지난해 9월 취임한 조경구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 발령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데다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은 내놓지 못했다. 강광규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영향을 평소 40% 선이라고 보면 국내 요인도 만만치 않다. 국내 미세먼지 유발 원인은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이다. 경유차는 서서히 LPG(액화석유가스)차로 바꿔나갈 것으로 아는데, 석탄화력발전소는 오히려 늘리고 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막는 제품 어떤 것들이 있나


왼쪽부터 황사마스크, 안구 세정제, 프로바이오틱스 © 동국제약·동아제약·종근당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와 눈 질환을 예방하려면 보건용 마스크와 안구 세정제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외품으로 허가한 것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건용 마스크 포장지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 등의 표시가 있다. KF(Korea Filter)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크지만, 숨 쉬기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는 58개사가 제조한 295개 제품이다. 4중 필터 마스크를 선보인 동국제약 마케팅 담당자는 “보건용 마스크는 세탁하면 필터 기능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식약처가 발표한 ‘미세먼지·황사 대비 분야별 안전관리 정보’에는 외출한 후 눈이 따갑거나 이물감이 느껴지면 눈을 비비지 말고 세안액을 사용해 눈을 깨끗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나와 있다. 세안액이란 눈의 세정, 수영 후 눈의 불쾌감 또는 먼지나 땀이 눈에 들어갔을 때 눈을 씻는 데 쓰는 약을 말한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수입한 세안액(아이봉)도 있다. 1995년 일본 제약사 고바야시가 개발한 이 제품을 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동아제약 관계자는 “먼지, 땀, 콘택트렌즈 착용, 화장품 사용 등으로 생긴 눈 속 이물질을 제거하는 눈 전용 세정제”라고 소개했다.

 

대기오염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손쉽게 찾는 것이 일종의 유산균 제품인 프로바이오틱스다. 17종의 유산균을 함유한 제품(프리락토)을 개발한 종근당 관계자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운동을 촉진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며 “생후 3개월부터 12세 미만 어린이를 위한 제품(프리락토 키즈)도 인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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