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승무원 채용대행은 사실상 채용장사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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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사 승무원 채용대행 학원 ‘채용장사’ 논란

외국계 항공사의 국내 직원 채용 대행을 맡은 승무원학원이 책임지지 못할 ‘채용 약속’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상 ‘채용 장사’를 하면서 항공승무원을 꿈꾸는 취준생들로부터 수강료를 뜯어낸다는 지적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에 있는 ㄱ승무원학원은 3월 말과 4월 초에 걸쳐 외국계 ㄴ항공사 채용 대행을 맡았다. 채용 대행이란 외국계 항공사에 입사할 한국인 직원의 선발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채용 대행이 서류전형과 1차 면접 합격자까지 뽑으면, 항공사에서 국내로 직원을 파견해 최종면접을 실시한 뒤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Pixabay


 

이에 ㄱ학원은 ‘ㄴ항공사 입사대비 특별반’을 개설했다. 보통 승무원학원들은 평소 승무원 교육을 실시하는 ‘정규반’을 운영하고, 외항사(外航社) 채용이 실시될 경우 ‘특별반’을 개설한다. ㄱ학원의 정규반 수강료는 약 200만원이다. ㄱ학원은 특별반을 운영하면서 1인당 15시간 수업에 60만원의 수강료를 받았다. 정규반 강좌를 수강 중인 학생에게는 30만원에 특별반 수업을 받도록 했다.

 

수강생들이 등록한 이유는 학원 측의 설명을 “1차 면접에 대다수 통과한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ㄱ학원 관계자는 3월26일 개최한 채용설명회에서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 80%는 이제 우리 내부적으로 (합격)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 중 한 명은 “외항사의 경우에는 최종 면접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채용대행 학원에 등록한다. 수강료는 (면접)기회를 얻는 셈 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별반에는 150여명의 학생이 등록했다. 

 

ㄱ학원은 4월14~16일까지 1차 면접을 치른 후 17일 저녁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1차 면접 후 합격한 수강생은 총 합격자 200여명 중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비수강생들로 채워졌다. 특별반 수강생 중에서는 약 50명만이 합격했다. 수강생 중 3분의 1만 합격한 셈이다. 

 

탈락한 수강생들은 4월18일과 20일 학원을 찾아가 정확한 해명과 수강료 환불을 요구했다. 수강생 ㅇ씨는 “사실상 채용을 미끼로 학원이 우리한테 장사한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또 다른 수강생 ㅂ씨는 “수업의 질도 기대 이하인데다, 애초에 약속한 것도 이행하지 않았다.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4월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ㄱ학원에 특별반 수강생 중 탈락한 지망생들이 항의방문, 학원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학원 측은 학생들의 항의에 “우리는 (채용)약속을 한 적 없다”며 환불 요구에 불응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과의 미팅에서 “우리가 주는 혜택이라는 것은 직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채용을 약속한 적 없다”고 말했다. 현재 탈락한 ㄱ학원 수강생 중 일부는 학원을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설 기세다. 

 

일각에서는 ㄱ학원과 같은 일이 승무원학원 업계에 만연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직 항공사 승무원 김 아무개씨(여, 31)는 “수많은 승무원학원들이 외항사 채용대행을 맡으면서 학생들의 돈을 착취하고 있다. 최소한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서 잇속을 챙기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 “특별반에서 맞춤형 교육을 했다면 공정하게 했어도 특별반 수강생들의 합격률이 더 높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승무원을 준비하는 지망생 사이에서는 ㄱ학원 외에도 여러 학원들의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학원 측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학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실제 오해를 살만한 얘기가 오간 증거를 가진 학생 2명에게는 환불조치를 취했고, 나머지 학생들과는 개별적으로 면담해 대부분 해결했다”며 “승복하지 못한 학생들은 극히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공정하게 채용을 진행했을 뿐이며, ‘특혜를 준다’는 식의 발언은 전혀 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탈락한 지망생들은 이미 이곳저곳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본인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은 항공사 승무원 학원의 채용대행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5월2일 발생되는 1438호에서 더욱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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