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북핵 폐기 한반도 평화 위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5 09:59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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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북 정상회담’ 시사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한비자》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세 사람이 없던 말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근거 없는 거짓말도 여러 번 들으면 곧이듣게 됩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이 저의 진정한 안보관에 대해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판단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사악한 색깔론과 망국적인 종북몰이에는 더 이상 속지 않습니다.” 지난 1월 출간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 문재인 선대위 제공


 

대선을 불과 보름 정도 앞둔 시점에 문 후보가 그 색깔론에 ‘또’ 휘말렸다. 4월19일 2차 TV토론에서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그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主敵)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주적 규정은) 국방부로서는 할 일이지만 남북문제를 풀어가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고 본다”며 비껴갔다. 그러면서 해묵은 ‘주적 논란’이 다시 발화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가세하며 문 후보를 몰아붙였다. 문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보 문제와 관련해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미국은 물론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그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되면 미국 등 관련국과 협의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대선 당일까지 당선자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승리를 자신하나.

승리할 것이다. 국민을 믿기 때문이다. 제가 진정한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국민께선 누가 정권교체 후보인지, 누가 정권연장 후보인지, 누가 부패 기득권 세력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지, 누가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는지 잘 알고 계신다. 압도적 승리로 촛불민심을 완성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만약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이번 대선은 질 수 없는 선거다. 져서도 안 된다. 패배를 생각할 이유도 그럴 겨를도 없다.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문재인의 정치는 거기까지다. 이번 대선이 마지막이다. 

 

아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혜는 전혀 없었다. 10년 전에 이미 검증이 끝난 문제를 ‘고장 난 라디오’처럼 되풀이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국회와 정부 감사를 통해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보다 더 확실한 해명은 없다. 고용정보원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만약 특혜가 있었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저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2003년 4월 발생한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 교통사고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는 ‘당시 보고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는데, 당연히 보고 받았어야 할 사안이 아니었나.

은폐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사돈의) 사생활은 동향 파악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교통사고는 민정수석실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2006년에 피해자가 이의제기한 후에는 대통령 사돈이라는 지위가 사건 처리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보고 엄정하게 처리했다.

 

‘친문 패권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과거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는 왜곡된 프레임이다. 저를 지지하는 친문은 있어도 권력을 휘두르는 패권주의는 없다. 친문 패권주의가 사실이라면 안희정, 이재명, 최성, 박원순, 김부겸뿐 아니라 이들을 지지한 많은 분들과 용광로 선대위를 꾸릴 수 있었겠나. 저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정치를 해 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 옆엔 패권주의가 기댈 자리는 없을 것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내각제나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 형태 등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했다.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

개헌은 촛불민심을 완성하는 최종 과정이다. 정치인이 아닌 국민 중심의 개헌이어야 한다. 그동안 일관되게 합리적 개헌 일정을 말해 왔다. 이번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이 개헌의 주요 내용과 일정을 공약하고, 국민께 평가받아야 한다. 차기 정부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산하에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국민참여 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할 것이다. 국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면 제가 공약한 개헌 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 의견에 따를 것이다. 국회가 내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며 개헌이 완성된다.​

 

대통령에 당선돼도 5당 체제이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원활치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른 정당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5당 체제에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해 나갈 것인가.

정권교체가 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으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할 것이다. 다른 정당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치하면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하겠다. 특히 민주당과 한 뿌리인 국민의당과는 연대부터 통합까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이 동의하는 개혁과제와 민생현안을 풀어나가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상설화해 소통과 협력에 앞장서겠다.

 

“대통령 주재 ‘여·야·정 협의체’ 상설화”

 

‘적폐(積弊)청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적폐의 범위와 대상은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적폐란 지금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린 특권과 반칙, 그리고 부패기득권 세력에 의해 구축된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와 관행, 시스템을 말한다. 적폐청산은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배척이나 배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특권과 반칙, 부정부패, 정경유착, 권력사유화 등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아 상식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17일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핵심 공약으로 공공분야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단순히 공무원 숫자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 않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행정공무원이 아니라 경찰·소방·부사관·사회복지 등 서비스 분야 공무원과 보건·의료·요양 등 공공서비스 일자리, 그리고 간접고용된 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전환 등 국민안전과 복지 분야에서 만드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인 7.6%에 불과한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을 3%포인트만 올려도 8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직접 챙기겠다.

 

일자리 창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5년 동안 단계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총 21조원이 필요하다. 일자리는 의지와 철학의 문제다. 일자리를 예산 집행 최우선 순위에 두고 낭비되는 예산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면 큰 부담 없이 충분히 가능하다.

 

재벌 개혁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첫 번째 과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고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를 의무화해 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감사위원과 이사가 선출되도록 하겠다. 공공부문부터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4대 재벌과 10대 재벌 순으로 확대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 다중대표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을 제도화해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겠다. 둘째, 재벌의 무분별한 확장과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 상위 4대 재벌이 30대 재벌 전체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획일적 기준으로 대상을 정해 놓고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은 효과가 낮고 부작용만 크다. 우선 10대 재벌에 집중해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 수단이 되고, 3세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겠다. 셋째, 금융이 재벌의 사 금고가 되지 않도록 금산분리를 강화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시키겠다.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 지배에서 독립시키겠다. 넷째, 재벌의 업종확대를 제한해 재벌 2세, 3세가 더 이상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 일감 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전면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하겠다.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도 검토”

 

법인세 인상 문제도 논란인데.

법인세 인상은 조세개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고소득자 소득세 인상과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 강화,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을 먼저 추진하고 그래도 세원이 부족할 경우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검토하겠다.

 

국정원과 검찰 개혁 요구도 강하다.

국정 농단과 권력사유화 도구로 변질됐던 권력기관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제자리로 돌려놓겠다. 국정원은 ‘해외안전정보원’으로 개편하겠다. 정치사찰에 악용됐던 국내 정보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대(對)북한 및 해외, 안보와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최고의 전문기관인 한국형 CIA(미국 중앙정보국)로 거듭나게 하겠다. 또 인권 유린의 빌미가 됐던 수사기능을 폐지하고 국가경찰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대공수사를 담당하게 하겠다. 검찰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정상화시키겠다.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보충적 수사권만 가지도록 해서 견제와 균형 원리를 작동시키겠다.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는 권력에 기댄 부패를 청산하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를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더 이상 권력의 병풍 뒤에 숨어 특권을 행사하고 국정을 농단할 수 없도록 하겠다.

 

사드 배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말해 달라.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에 결정권을 넘겨야 한다고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지금은 배치냐, 철수냐에 대한 어떤 판단도 갖고 있지 않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국회 비준 등 국민 합의 절차를 거칠 것이다. 국익과 안보를 함께 지키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복안도 있고 자신도 있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핵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북한 핵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핵 개발을 동결한 가운데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사드 배치를 잠정 보류할 수도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긴밀히 공조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 등을 위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질 의향이 있는가.

북한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미국은 물론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 속에 그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럴 때만 미국과 중국도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이루고 싶은 게 뭔가.

첫째, 부패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개혁해서 국민께 돌려드리겠다. 둘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 일자리 대통령이 되고 싶다. 셋째, 무너진 경제를 되살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 반칙과 특권, 정경유착과 갑질 횡포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재벌 중심 경제를 개혁하겠다. 넷째는 수도권과 지방이 동반성장하는 지방분권 시대를 열겠다. 수도권과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과감하게 이양하겠다. 인구 10만 명의 자급도시인 ‘혁신도시 시즌2’를 만들어서 지방을 살리겠다. 끝으로 사상 첫 국민 통합 대통령이 되고 싶다. 이념과 지역, 세대와 빈부 격차에 의한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마무리 짓고 하나 된 국민, 모두의 정부를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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