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vs ‘5060’ 투표율이 당락 가른다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4 15:04
  • 호수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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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정치성향 뚜렷하게 구분돼” 어느 세대가 투표장 더 갈지도 관건

 

“선생님께서는 이번 선거일에 투표하시겠습니까?” 

 

선거여론조사에서 선거일이 다가오면 추가되는 질문이다. 이른바 투표 의향층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다. 정작 응답자 중 상당수는 투표장에 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결과는 모든 사람의 여론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만의 여론이기 때문에 선거결과 예측을 위해선 ‘투표하겠다’는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른바 적극 투표 의향층의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전체 여론에선 경쟁후보에게 밀리더라도 적극 투표 의향층에서 경쟁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으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투표라는 적극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를 갖는 선거여론에선 지지율의 높고 낮음도 중요하지만 지지의 강도(strength)와 투표참여 의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느 후보가 더 적극적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선거결과는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폭넓은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지층의 적극성이 약하면 안심할 수 없다. 선거일에 쉬고 싶어서, 여행 가고 싶어서, 귀찮아서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지지자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투표율, 그중에서도 특히 각 후보들의 ‘지지층의 투표율’이 매우 중요하다. 투표참여 의지가 높은 유권자들로 구성된 지지층은 선거 과정에서 자발적 선거운동원이 돼 주기도 하고 실제 선거일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샤이 트럼프’ 현상이 거론되며 여론조사에 응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숨은 표가 원인이라고 분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핵심엔 트럼프 지지자들의 높은 투표 적극성이 있었다. 투표의지 측면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훨씬 높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미래가 불안한 백인 노동자들은 트럼프를 통해 이민자의 유입을 막아 자신들의 일자리와 생존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에 투표 의지가 높게 형성될 수 있었다.

 

제18대 대통령선거 투표날인 2012년 12월19일 서울 종로 서울경운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중도 성향 후보에 보수층 지지 몰린 상황

 

우리나라의 경우엔 각 후보들의 특성에 따라 지지층의 투표율이 변한다기보단 세대 간 대결 양상이 강화돼 왔고, 세대 간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수월하게 투표율과 선거결과를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젊은 층과 중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 2040세대는 진보적 성향이, 장년층과 노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 5060세대는 보수적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들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비록 2명의 야권 후보들이 경쟁하는 구도이지만 보수 성향과 대척점에 있는 진보 성향 후보보단 중도 성향 후보에게 보수층의 지지가 몰려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젊은 세대로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고령 세대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어느 세대가 선거일에 투표장에 더 많이 나갈지가 사실상 선거결과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젊은 층과 고령층의 투표율을 비교하면 고령층이 훨씬 높다. 2012년 대선에서 전체 투표율이 75.8%였지만 50대와 60세 이상에서는 모두 80%를 상회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고령층이 적극적으로 선호할 만한 경쟁력 있는 후보가 없어서 이전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다소 낮아질 수 있으나 워낙 투표에 대한 적극성이 높기 때문에 크게 낮아지진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령층 투표율이 젊은 층보다 높을 듯”

 

젊은 층의 투표율은 대체로 과거 선거에서 고령층에 비해 낮았다. 2012년 대선에서 19세를 제외한 20대 투표율은 68.5%, 30대는 70%였다. 전체 평균 75.8%보다 낮고 5060세대와 비교하면 훨씬 낮은 비율이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고령층 유권자는 급격하게 늘고 있는데 유권자 규모도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층은 투표율도 높지 않으니 고령층의 지지를 받는 보수 정당과 보수 후보들이 선전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선 어떨까. 이번에도 젊은 층에 비해 고령층의 투표율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격차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근 젊은 층의 투표의지가 매우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젊은 층과 고령층의 투표의향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같은 80%대 수준이다. 젊은 층의 적극투표 의향은 지난 대선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20대에서는 18.5%포인트나 늘어났다. 30대에서도 9.8%포인트 늘었다.

 

또한 이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도구’도 있다. 바로 사전투표제도다. 지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적용됐지만 대통령선거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령층도 사전투표제 이용률이 결코 낮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은 미리 투표하는 효과가 대부분이다. 반면 20대 등 젊은 층에게는 미리 투표하는 효과 외에 투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효과도 상당하다. 우리나라 20대는 고향을 떠나 타지로 대학을 가거나 일자리를 얻어 간다. 그래서 주민등록주소지와 실제 거주지의 불일치도가 가장 높다.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사전투표제는 20대의 투표율을 실제로 5%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이제 선거는 마지막 라운드로 들어가고 있다. 이제는 지지층의 확장도 중요하지만 지지층을 어떻게 투표 포기가 아니라 투표에 참여하게 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는 선거기간이 짧아 지지층이 견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보에 따라서는 지지 강도가 높지 않을 수도 있다. 과연 어느 후보 지지층의 투표율이 더 높을 것인가. 과연 고령층의 투표율은 지난번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 젊은 층의 투표율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높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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