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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방송계의 패러다임 바꾼 혁명가, 나영석

방송사 중심에서 PD 중심으로…미래 콘텐츠 산업의 길 연 나영석 CJ E&M PD 와이드 인터뷰

감명국·박준용 기자 ㅣ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1(Fri) 14:24:59 |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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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랬다. ‘나영석의 마법’이라고. 또 누군가는 ‘방송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명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낯간지러운 찬사 일색을 차치하더라도, 일개 PD가 방송계의 신(新)권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하나만으로 그의 존재감은 예사롭지 않다. 미래 엔터테인먼트 산업, 콘텐츠 산업의 방향을 그를 통해 그려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사저널은 인터뷰 자리에 그를 청했다. CJ E&M(tvN 등) 소속 나영석 PD에 대한 얘기다.

 

뭔가를 선도해 나가는 사람들이 그렇듯, 나 PD 역시 한 자리에 안주하려 들지 않는다. 자꾸만 어디론가 ‘뛰쳐나가려’ 한다. 2001년 KBS에 PD로 입사했을 당시, 그 역시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어서 데스크가 돼야지’라는 평범한 회사원다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KBS에서 《해피선데이-1박2일》을 ‘국민방송’으로 올려놓으면서 본격적인 ‘스타PD’의 시대를 열었다. 2013년, 그가 CJ E&M으로 옮길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뭐 하나 안정되고 보장된 게 없었다. 절대적인 지상파 방송의 힘 앞에 케이블 방송은 그저 한낱 케이블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후 4년간 tvN에서 《꽃보다 할배》등 ‘꽃보다’ 시리즈를 비롯해 《삼시세끼》 그리고 《윤식당》까지 여행·귀촌·음식 코드를 활용한 예능 약 20편을 성공시켰다. 그는 브라운관 밖으로 뛰쳐나간 PD이기도 하다. 나 PD가 연출한 《신서유기》 시리즈는 웹 전용 콘텐츠로 제작됐다. 이는 국내 최초 사례다. 5~10분가량의 영상 23편 분량을 공개한 《신서유기》 시즌1은 총 4500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나 PD의 시도는 ‘웹 예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 일정 잡기가 쉽진 않았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니까 당연하다 치더라도, 시사전문 매체에서 자신을 특집으로 다루겠다는 말에 ‘평범한 인터뷰는 아니겠구나’ 싶었을 법하다. 4월11일, 회사가 위치한 서울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PD는 “시간을 얼마나 낼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첫 질문에 “충분히 (시간을) 비워 놨다. 천천히 다 질문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적당히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솔직히 내가 뭔가 의도를 갖고 (방송계를) 선도한다거나 그런 의식은 없다. 변화의 흐름을 잘 받아들여서, 운 좋게 그 흐름을 잘 탄 것”이라는 겸손함 또한 솔직담백한 답변 속에 적절히 묻어 넣었다. 

 

CJ E&M 소속 나영석 PD © 시사저널 임준선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인 《윤식당》도 최근 시청률이 고공행진이다.

 

내가 하는 것은 단기 프로젝트가 많다. 지상파는 조금 더 지속적인 기획을 원하지만. 《꽃보다 할배》나 《윤식당》은 모두 끝을 전제로 한 단기 프로젝트다. 이곳(CJ E&M)에서는 단기 프로젝트도 용인되는 분위기다. 《윤식당》 아이템은 처음에 내가 만든 게 아니었다. 이진주 PD와 김대주 작가가 ‘이런 거 하고 싶어요’ 해서 생각해 보니 괜찮을 것 같았다. 해외 촬영이란 점 때문에 행정적 벽이 좀 있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윤식당》도 《삼시세끼》처럼 시즌제로 가나.

 

처음부터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한 시즌 찍으면 두 달 정도 방송하는데, 반응이 좋으면 그때 다음 시즌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반응이 좋기 때문에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만약 후속편을 하게 된다면) 장소는 바뀔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하는 프로그램마다 승승장구했지만, 향후 어떤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낮게 나오면 고민이 될 듯하다. 계속 밀고 갈 것인지, 접을 것인지.

 

아무리 봐도 괜찮은 기획인데, 시청률이 부족하면 그것을 고집할 수는 없다. 시청률을 신봉하면 ‘시청률 지상주의’라는 부정적 어휘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우리 기준은 조금 다르다. 시청자들이 우리보다 똑똑한 사람들이고 훨씬 감식안이 높다고 생각한다. ‘내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몰라주네, 좋은 건데’ 이렇게 하진 않는다. 인터넷 시청률이 높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실패를 인정하고 방송국이 접으라 하기 전에 먼저 접을 것 같다. 우리는 시청자를 기쁘게 하는 게 사명이다. 그게 1번이다.

 

 

정치 풍자라든지, 보다 사회성이 강한 예능을 시도해 볼 생각은 없나.

 

생각은 있는데 어렵다. 안 하던 일을 하면(웃음). 내가 옛날에 (KBS) 입사했을 때만 해도 훌륭한 PD 선배들의 특징은 음악 프로그램도 잘하고, 버라이어티도 최고고, 개그 프로그램도 잘하는 분들이었다. 하지만 일을 해 보니까 내 능력이 부족한 것도 있고, 한 분야를 파서 거기서 최고가 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것저것 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그 분야에는 또 그 분야만 하신 분들이 계신다. ‘내가 나영석이니까 너희 분야도 내가 한번 들어가보자’라고 해서 그 분야에서 잘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한다.

 

 

앞으로 방송환경은 더욱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중 하나가 웹 기반 콘텐츠 제작이다. 《신서유기》 제작 경험에 비추어볼 때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 콘텐츠 격변의 시기다. 변화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는 하지만, 웹 기반 콘텐츠들이 곧 메이저가 될 거라는 생각은 다들 하고 있다. 《신서유기》가 웹 기반으로 시작했다가 이번에 TV로 돌아온 것은 아직은 돈이 안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웹 기반 업계는 사업 기초가 정립이 안 돼 있다. TV만 해도 회당 광고 얼마라는 원칙과 관련 법령 등이 정해져 있지만, 아직 웹 콘텐츠 업계는 이런 것들이 100% 정립돼 있지 않다. 웹 기반 콘텐츠들의 경우, 지금은 주로 스타트업이나 개인방송이 하기 때문에 작은 돈이 오가는 구조다. 큰 자본이 지금 진출한다면 프로선수가 아마추어 운동회 가서 뛰는 격이 될 수 있다. 또 그곳의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아직은 자라고 있는 장르다.

 

 

그렇다면 큰 흐름으로 볼 때 웹 기반으로 플랫폼 주류가 넘어가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인가.

 

그게 맞다, 틀리다까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나중에 (웹 플랫폼이) 무르익으면 지상파나 메이저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많이 넘어갈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 넷플릭스 플랫폼이 1위인 것처럼 말이다. 다만 우리는 그 변화의 흐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웹 기반은 아니야’라고 여길 생각은 없다.

 

 

KBS에 2001년 입사한 뒤 17년 차다. 그 사이 방송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의 변화속도를 어떻게 보나.

 

짐작조차 어렵다. 콘텐츠 산업이라는 것은 망하지 않는다. 플랫폼 변화를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그 전에는 편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아침 10시엔 이 물건, 저녁 9시엔 저 물건 갖다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 젊은 층 중에 시간을 기다렸다가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결국 모바일과 스마트TV 쪽으로 플랫폼이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방송사의 역할도 변할 수밖에 없겠다.

 

CJ나 지상파 방송국이나 막대한 돈을 들여 간신히 획득한 기존 플랫폼의 지위를 흘려보내고 싶은 곳은 없을 것이다. 그래야 돈을 버니까. 그런 한편으로도 회사들은 최근의 변화에 대해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처럼 방송국이 영상 스튜디오들을 관리해서, 스튜디오가 방송국 색깔에 맞는 영상을 내놓게 만드는 그런 형태로 변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한한령(限韓令) 등으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콘텐츠 산업은 결국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여기 우리 안에서 치고받는 싸움이 된다. 우리(CJ E&M)가 만드는 프로그램들도 외국에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물론 한국 콘텐츠가 진출하려면 한계는 분명히 있다. 언어·지역이 특수한 만큼 아무래도 큰 나라보다 열세에 놓여 있다. 문화 업계에서는 미국처럼 큰 나라에서 태어난 게 ‘금수저’다.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K팝이 다양한 루트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영석 사단은 3월24일 새 프로그램 《윤식당》을 내놓았다. © tvN 제공


 

《꽃보다 할배》가 미국 NBC에 수출된 것도 그런 면에서는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울컥했다. 한번은 NBC 직원이 한국에 와서 직접 브리핑을 해 준 적이 있다. 눈물이 나더라. 뭔가 늘 반대 입장에서 하다가 이렇게 된 것 자체가 뿌듯했다. 사실 NBC가 제시한 조건이 제일 좋지는 않았다. 중국이나 일본이 더 좋은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미국에 판 이유는, 미국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는 것은 전 세계에 퍼진다. 미국 《꽃보다 할배》는 남미나 유럽에서 다 본다.

 

 

방송업계의 변화를 이끌며 2013년 CJ E&M으로 이적했다. 미래를 예상했나.

 

전혀 그런 생각 한 적 없다. 당연히 KBS에서 ‘열심히 해서 부장 돼야지, 빨리 지겨운 일 끝내고 데스크로 올라가야지’하고 지냈던 사람이다(웃음). 다만 당시, 내가 몸담은 케이블TV 업계도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채용하던 시기였고, 그때 변화하는 시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자리를 옮긴 이유다. 사실 내가 뭘 선도하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앞장서고 싶지도 않다.

 

 

그래도 ‘나영석표(標)’가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됐다. 향후 독립해서 독자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겠나. 한때 CJ를 떠난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얘기가 왜 나왔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CJ로부터 30억을 받네, 마네 하는 정보지를 봤다(웃음). 나는 콘텐츠업을 하는 사람이고, 가장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다른 PD들이 방송국을 나와서 누구나 다 스튜디오 차려서 일하는데, 나만 여기 있겠다는 것도 이상한 것 아닌가. 하지만 아무도 나가지 않는데 나 혼자만 깃발 꽂을 생각은 없다. 나는 이 일 말고는 사실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일해 보니, KBS와 CJ E&M의 가장 큰 차이는 뭐던가.

 

사기업(CJ E&M)은 실적을 내는 한 최고의 자유와 최고의 권한을 가지게 해 준다. 반면 실적을 못 낸다면 그게 없어질 것이다. KBS는 그렇지는 않다. 실적 낸다고 특별한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또 실적 안 낸다고 특별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히트작을 내고 싶고, 사람들한테서 칭찬 듣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왔다. 반면 나만의 길을 선택하고 싶고, 대중들이 버거워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확고한 주제의식이 있다면 KBS에서 일하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고 어떻게 채택하나.

 

내가 직접 기획하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하다 보니 같이 일하는 후배 PD와 작가 그룹이 점점 커진다. 계속 나 혼자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없다. 성장하는 친구들을 키워 나가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아이디어 감식안을 키워야 했다. 올해 상반기는 후배들 것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혼일기》는 이우형 PD, 《윤식당》은 이진주 PD, 나머지 하나도 다른 PD의 아이템이다. 후배들이 좋은 실적과 좋은 커리어를 가질 수 있으면, 나한테도 좋고 그 친구들에게도 좋다. 옛날에는 그냥 선수로 뛰었다면, 지금은 코치 겸 선수다. 코치 역할이 재미도 있는 것 같다. 거기에 필요한 능력을 익혀가는 중이다.

 

 

나 PD가 함께하고 싶은 제작진은 어떤 사람인가. 기준이 있나.

 

이 일은 착하기만 해서 되는 일도 아니고, 선배한테 잘한다고 능력 있는 PD도 아니다. 살짝 창조적이면서 조직의 일원으로 일해야 한다. 이 일을 하면서 많은 PD와 작가를 만나며 경험했던 바로는, 잘하는 친구들의 일관된 성향이 있다. 그중 하나만 이야기하면, 살짝 암울한 사람들이 잘한다(웃음). 존재감이 크지 않은 사람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회식자리에서 ‘제가 하겠습니다. 부장님’하는 이런 사람보다 한쪽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는, 좀 (암울한) 그런 사람들이 훨씬 잘한다. 나도 사회 초년생 때 그랬던 것 같다.

 

 

대중들은 왜 지금 나 PD를 찾는다고 생각하나.

 

나를 찾는 건 아니고, 내가 만드는 프로젝트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은 원래 리얼리티 쇼인데 점점 판타지가 된다. 실현 가능성을 생각하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할아버지 모시고 여행 갈 수 있고(《꽃보다 청춘》), 귀촌도 큰맘 먹으면 할 수 있다(《삼시세끼》). 외국 가서 식당 하는 건 (《윤식당》) 더 어렵다. 사람들은 판타지임을 알면서도 이 프로그램들을 보고 위안 받고 힐링을 하는 것이다. 현실이 팍팍하니 ‘도망갈 구석’을 찾아 딴 데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은 다큐를 소거하고 예쁜 것만 보여 달라는 것이다. ‘너희라도 피곤한 얘기 하지 마라’는 의미다. 사실 나 같은 사람이 잘되는 것은 안 좋은 일일 수 있다.

 

 

나 PD를 향해 방송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거나, 방송계의 권력이 됐다는 등의 주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런 평가에 대해 어깨가 무겁다거나 하지는 않는 게, 스스로 그다지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웃음). 정말 방송문화계를 움직이는 권력자는 더 큰 파워가 있는 사람이다. 그 파워는 자본을 움직여서 회사를 만들고, 사람을 끌어오고 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나의 경우는, ‘많은 이들이 나를 보고 있구나’ 그런 생각은 해 본다. 하지만 그 정도 파워를 가지고 뭔가 대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프로그램 잘 만드는 것 말고는. 내 꿈은 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고,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돈도 최고로 많이 벌고 싶고, 내 길을 쫓아오는 후배들에게 이 일의 외연을 넓혀주고 싶다. 과거엔 방송사 예능국장으로 은퇴하는 게 최고의 꿈이었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예능국장 정도만을 꿈꾸지는 않는다. 훨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들어온다. 내가 그 그림이 될 순 없겠지만, 중간에 멈추거나 접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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