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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원조를 뛰어넘은 짝퉁 ‘타이완 우롱차’

기술력으로 ‘중국産’ 넘어서…이제 고산 커피까지 재배

타이완 =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8(Tue)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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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여러 번 마셔봤지만, 한 번도 유래나 기원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우롱차(烏龍茶) 이야기다. 커피는 하루에도 3~4잔을 거뜬히 마시며 기본적인 품종을 꿰고 있지만, 차는 문외한에 가까웠다. 이른바 ‘6대 차’ 등 차에 대한 기본 상식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차 전문가 서영수 영화감독과의 동행이기에 부담감이 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이런 생각도 있었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커피나 차나 사람이 먹고 마시는 건 데 뭐 얼마나 다르겠어? 어차피 관능이라는 게 주관적인 것이니 일단 부딪쳐 보자.’ 차 초보 기자의 타이완 차 유람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기자와 같은 초보자를 위해 사족이지만 6대 차 정도는 설명하고 유람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중국의 차 역사는 반만년을 자랑하고, 종류만도 수천가지가 넘는다. 이렇게 다양한 차를 일목요연하게 구분하면 여섯 종류로 줄 세우기가 가능하다. 이른바 6대 차 분류법이다. 차는 찻잎의 발효도와 찻물의 색에 따라 녹차(錄茶)·백차(白茶)·황차(黃茶)·청차(青茶)·홍차(紅茶)·흑차(黑茶)로 나눈다. 녹차부터 홍차까지가 발효의 농도를 말한다면, 흑차는 완전 발효 이후 차의 풍미를 더하는 차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자랑하는 명차인 ‘보이차’다.

 

타이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아리산 고산차 차밭 전경.


타이완 고산차의 대명사 ‘아리산 우롱차’

 

타이완은 고온다습한 지리적인 특성상 보이차보다는 우롱차가 발달했다. 우리가 국내에서 노래방 등 유흥주점에서 쉽게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롱차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우롱차는 곱게 간 분말을 물에 타 우려낸 무늬만 우롱차일 뿐이다. 정통 우롱차는 찻잎을 반 정도 발효시킨 청차의 한 종류다. 중국에서는 푸젠(福建)·광둥(廣東)성이 명산지다. 타이완 우롱차도 기원은 푸젠·광둥성에서 찾아야 한다.

 

아리산(阿里山)은 타이완 우롱차의 명산지 중 한 곳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리산은 하나의 산이 아니라 해발 2000~2600m 급 산봉우리 18개가 모인 거대한 산맥이다. 타이완관광청 관계자의 설명을 빌리면, 아리산은 해발이 높은 만큼 구름과 안개가 많고 일교차가 커서 차를 재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온다습한 타이완에서 마시는 고산차(高山茶)의 맛은 어떨까?

 

타이페이(臺北) 중앙역에서 우리의 KTX라 할 수 있는 ‘타이완 고철’에 오른 시각은 오전 8시20분. 중부도시 자이(嘉義)에 도착한 시간은 그로부터 1시간 반 정도 지난 9시50분이었다. 자이는 아리산의 관문과 같은 곳이다. 자이에서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달리니 양쪽으로 차 상점이 가득하다. 관광객을 상대하기에 질이 떨어지는 차를 파는 비양심적인 상인들도 있다. 길가에 차(車)를 세워두고 차(茶)를 마시는 것은 조심하자. “저기 우롱차를 판다고 써있는 데 상당수가 베트남에서 들여온 것들이에요. 물론 베트남에서 차나무를 재배한 게 타이완 사람인 건 맞지만, 타이완산은 아니죠. 더군다나 베트남에서 들여온 차는 농약을 친 것도 많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동행한 차 전문가 서영수 감독의 설명이다.

 

저우족 원주민이 재배한 커피를 선보이고 있다.


아리산이 차산지로 유명해진 것은 대륙에서 건너온 한족들의 기지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의 일이다. 원래 이곳에 살던 저우족은 수렵 생활을 하던 원시 부족이었다. ‘차에 죽고 차에 사는’ 중국인들에게 안개가 자욱한 아리산은 생산지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아리산 중턱에서 전통문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 A씨는 “오후 3시가 되면 구름이 폭포처럼 밀려오는 데, 보는 것만으로 장관”이라고 말했다. 과장이 심하기로 유명한 중국인 특유의 기질이 느껴진다.

 

현재 아리산 일대에서 차를 재배하는 농가는 600여 가구 정도 된다. 그중에서도 우롱차는 타이완에서도 최상품으로 꼽힌다. 아리산 우롱차는 수분 함유량이 많다. 일조 시간이 짧아서다. 차 잎도 다른 지역에서 나는 것보다 훨씬 두껍다. 타이페이에서 만난 차 전문가 우득량(吳德亮)씨는 “아리산 우롱차는 차에서 단맛이 느껴지며, 향이 참 좋다”고 설명했다.

 

태어나 처음 마셔본 아리산 우롱차의 맛은 묵직하면서 구수하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임을 먼저 말해둔다. 너무 구수하다 못해 느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2~3번 우려먹으니 구수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느낌은 차를 마시고 난 뒤 코로 맡아보는 찻잔의 향미다. 멸균처리 되기 전 우유를 마셔본 적이 있는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기자는 아리산 우롱차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리산에서 해발 1300m에 위치한 저우족 전통문화관은 과거 저우족의 생활 습관을 보려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다. 이곳에서도 관광객을 상대로 파는 주된 상품은 우롱차다. 현장에서 마셔본 차는 품종을 개량한 통차(凍茶)와 청심우롱, 그리고 홍차다. 우선 통차는 병충해에 강하도록 차나무의 품종을 개량해서인지 뒷맛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잔 맛이 없다는 뜻이다. 청심우롱은 전지분유를 약간 섞은 듯 혀끝에서 부드럽게 느껴진다. 마지막 마셔본 홍차에서는 단맛이 느껴졌다. 셋 중에서 가장 특징이 없는 것은 역시 홍차였다. 마치 와인과 같은 은은함이 감돌았지만, 기대만큼 향긋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옆에서 함께 차를 마신 서 감독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기자의 판단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리산 저우족 전통박물관

 

일본 식민지 시대 사용된 우롱차 제조공장.


 

코와 입을 즐겁게 하는 타이둥 홍우롱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롱차의 본고장은 중국 본토다. 하지만 타이완 사람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타이완 차 전문가 중 일부는 “시작은 중국이지만 맛을 내는 기술은 오히려 타이완이 중국을 앞선다”고 주장한다. 물론 타이완 쪽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차 시장에서 타이완우롱차는 중국 본토 차와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원조를 능가하는 ‘짝퉁’의 능력을 시샘해서는 안 된다.

 

최근 타이둥(臺東) 인근에서 재배되고 있는 홍우롱(紅烏龍)은 타이완의 선진화된 차 계량 기술을 보여주는 예다. 타이둥은 해발이 낮아 우롱차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 아리산 것과는 맛으로 승부하기가 버겁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색(色)이다. 홍차와 같은 붉은 빛을 띠면서 우롱차 맛을 내는 홍우롱은 맛과 색의 교집합을 잘 만들어 낸 케이스다. 타이완 차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여름에는 녹차, 겨울에는 홍차가 좋다면, 일 년 내내 마시는 차는 우롱차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차가 바로 타이완 우롱차라는 것이다.

 

최적의 맛과 색의 조합을 찾아내 만든 타이둥 홍우롱(왼쪽사진). 타이완 우롱차는 찻물의 색깔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 다양하다.


아리산에서 재배되는 고산커피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최근 아리산 일대에서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타이완을 식민 지배하던 네덜란드 사람들에 의해 처음 시작된 커피 재배는 최근 고산 지역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아리산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약 연간 100톤. 타이완 전체에서 생산되는 커피의 3분의1 수준이다. 아리산의 정기를 받아서 그런지 커피 역시 향미가 풍부하다. 묵직함보다는 은은한 과일향이 난다. 타이완의 차 산업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후발주자라도 얼마든지 원조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청차와 흑차조차 구별하지 못한 차 초보기자에게도 아리산 우롱차의 개운한 뒷맛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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