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극기집회 40억원대 기부금 불법 유용…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도 사용”
  • 조해수‧조유빈‧안성모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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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탄기국 수입․지출 내역’ 단독 입수…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 5명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 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현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가 40억원대 기부금품법 위반 및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탄기국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탄기국은 탄핵 반대 집회(태극기집회)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0억3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아서, 37억8000여만원을 사용했다. 버스 임대료 11억여원, 신문 광고비 5억2000여만원, 문자 발송비 1억4000여만원 등을 지출했는데, 과다 상계를 통한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

 

탄기국, 기부금품법 위반은 인정

 

또한 기부금 중 일부가 새누리당(기존 새누리당이 쪼개진 후에 새로 생긴 새누리당)의 창당 자금으로 사용돼 정치자금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다. 탄기국 측은 “내부적으로 ‘언젠가 자금 문제로 고발당하지 않겠느냐’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 고발을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겠다”면서 “1원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영모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는 4월10일 “기부금을 불법으로 모금하고 임의대로 사용했다”며 탄기국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을 맡고 있는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 민중홍 탄기국 사무총장, 한병택 박사모 부회장 등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단체는 성금 목표액, 기간, 사용계획 등을 등록청에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모금행위를 할 수 있다. 모금 목표액이 1000만원에서 10억원 이하일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 10억원을 초과하면 행정자치부에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탄기국은 4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지만 행자부의 지정 기부금 단체로 등록돼 있지 않다. 기부금품 16조에는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기부금을 모집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탄기국 측도 기부금법 위반을 인정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기부금법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2~3월쯤 이 법에 대해서 알게 됐고, 등록을 하려고 했으나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했다”고 밝혔다.

 

 

버스 임대료 11억원…2월에만 700여대 빌려

 

탄기국은 버스 임대료로 총 기부금의 4분의 1 이상인 11억여원을 지출했다. 탄핵 반대 집회가 절정을 이뤘던 2월의 경우 700여대의 관광버스를 빌리기도 했다. 버스 임대와 관련해 탄기국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사모 한 관계자는 “각 지역 본부장들의 회계가 전무한 상황이다. 구체적인 차량 수조차 언급이 없다. 공지에서 50여대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10여대 정도만 지원 된다”면서 “지역 본부장들이 중앙지원비를 착복하는 것으로 의심된다.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사무국장과 본부장이 1000여만을 두고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횡령 의혹도 나오고 있다. 정광용 대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버스 임대료는 절반 정도만 지원하고, 나머지 반은 실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걷어서 충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영모 대표는 “버스마다 인솔자가 회비를 별도로 징수하는데 평균 5만원 정도 낸다”면서 “현장 모금액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다. 이 돈은 도대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거리별로 버스 임대료 지원비를 정해 놓았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50만원 가까우면 25만원, 이런 식이다”면서 “같은 지역에도 여러 단체가 있다. 박사모 외에도 다른 단체들이 있는데, 우리 집회에 사람이 많이 와야 하니까 돈을 더 지원해달라고 하면 더 준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 기부금 사용

 

탄기국은 기부금 중 일부를 새누리당 창당 자금에 사용하기도 했다. 정광택 탄기국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등록을 하는 등 탄기국과 박사모가 중심이 돼 창당된 새누리당은 4월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창당 대회를 열었다. 이 때 사용된 제반 비용이 기부금에서 충당된 것이다. 기부금법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기부금을 걷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한 정치자금법 위배의 소지도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기부금(후원금)은 후원회를 통해서 정당에 전달할 수 있는데, 후원회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어야 한다. 탄기국은 (새누리당) 후원회가 아니다”면서 “법을 어겼을 경우 기부 받은 사람은 물론 기부한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탄기국 측은 “장충체육관 임대료, 청소비 등 몇 백만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돈 역시 차용증을 쓰고 새누리당 쪽에 빌려준 것이다. (새누리당 측에서) 곧 갚는다고 알려왔다”면서 “새누리당이 창당한 후 재정 면에서 탄기국과 완전히 분리됐다”고 강조했다.

 

박사모 등 친박 단체 회원들이 4월5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가칭)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정광용 박사모 회장의 발언에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짜뉴스’ 논란 신문 발행비용 지원

 

탄기국은 기부금으로 ‘가짜 뉴스’ 의혹을 받았던 보수신문들의 발행비용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탄기국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 동안 신문발행 관련 지출로 총 6600여만원을 사용했다. 수입지출 내역에는 신문 ‘인쇄’ 비용과 ‘발행’ 비용이 명확히 구분돼 있다. 인쇄비용으로 사용한 돈은 3900여만원이다. 탄기국 측은 지난 1월 신문 인쇄에 대해 언급을 한 바 있다. 정광용 대변인은 1월25일 “신문을 300만부 인쇄했다. 조∙중∙동을 합친 것보다 많은 발행부수”라며 “이 신문만 모두 배포돼도 우리의 진실 알리기 혁명은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기국은 신문을 인쇄해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발행 비용을 지원했다. 탄기국은 2월 한 달 간 미래한국신문, 뉴스타운신문, 노컷일베신문, 프리덤뉴스 발행에 1600여만원을 지출했다. 미래한국 신문 발행에는 900만원이 지원됐고, 뉴스타운과 노컷일베에는 100만원, 프리덤뉴스에는 560여만원이 지원됐다. 대부분 탄기국이 매주 태극기집회에서 배포하는 신문이다. 탄기국 측은 “집회 때 신문을 엄청나게 배포했다”면서 “정확히 어떻게 관계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들(해당 매체)이 발행을 했으니까 그 비용을 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덤뉴스 관계자는 창간 당시 탄기국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창간 당시 탄기국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셨다. (집회에서 신문 배포하는 것이) 시간을 다투는 일이었기 때문에 인쇄비 같은 것을 그 쪽에서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뉴스타운 측은 탄기국이 신문 발행에 관여했는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뉴스타운 관계자는 “발행 비용을 지원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그쪽(탄기국)에서 요청이 와서 (신문) PDF파일을 보내준 적은 있다. 그 쪽에서 인쇄를 하고 집회 내에서 배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발행과 관계해서) 탄기국과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문자 발송 비용 1억4000만원…신문광고 한 달 평균 23회 

 

탄기국은 집회 일정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문자를 전송하는 데 4개월 간(2016년 11월~2017년 2월) 1억4000여만원을 사용했다. 한 달 평균 3500만원이 지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탄기국 측은 “IT(정보기술) 서비스 전문업체인 ○○기술을 이용해 문자와 팩스 등을 보낸다. 문자를 한번 보낼 때 8만~10만명에게 보내는데, 건당 10~15원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비용 역시 계좌송금을 했기 때문에 증빙 서류가 다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신문 광고비도 만만치 않다. 탄기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92회의 신문 광고를 내보냈다. 한 달 평균 23회로, 일간지가 한 달에 24번 정도 간행된다고 봤을 때 거의 매일 광고를 실은 셈이다. 광고 내용은 집회 일정을 알리는 것에서부터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협잡한 현직 검사의 신원을 제보하면 3000만원을 현상금으로 지급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장부에 오른 내용과 실제 광고 횟수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광고를 실은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해 12월 장부에는 11건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13번의 광고가 나갔다. 1월에는 14건으로 기록돼 있지만 11번의 광고가 나갔고, 2월에는 장부상 15번이지만 실제로는 19번 게재됐다. 또는 지면에 상관없이 모든 광고가 같은 가격으로 책정돼 있다. 예를 들어, 광고 단가가 비싼 5~6면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31~39면이 같은 가격으로 기록돼 있다. 한 광고 대행업체 관계자는 “성명서와 같은 광고가 가장 단가가 높은 것은 맞다. 그러나 5~6면과 30면대 지면은 광고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면서 “리베이트 등을 의심해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탄기국 측은 “5회분을 한꺼번에 송금하기 때문에 월별로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3월 초에 실릴 광고를 2월 말에 먼저 지불하기 때문이다. 전체 광고 횟수는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탄기국의 기부금 운용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정황은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정영모 대표는 “탄기국은 기부금을 모금할 때 박사모 계좌를 그대로 사용했다. 당연히 탄기국 명의의 계좌를 새로 개설했어야 했다”면서 “박사모 계좌는 2016년 10월까지 140여만원 마이너스 상태였다. 그런데 기부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11월 5700여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즉, 기부금이 박사모의 140여만원 적자를 매우는 데 사용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탄기국 측은 “박사모 계좌를 10년 가까이 써왔다. 탄기국에 기부금을 보낸 사람 중 대부분은 박사모라고 봐야 한다. 갑자기 계좌를 옮기면 혼선이 올 수 있다”면서 “탄기국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고도 했었는데, 금융실명제 때문에 정관이나 회칙 등을 첨부해야 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박사모 계좌를 계속해서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촛불집회’ 퇴진행동도 기부금법 위반 고발돼

“모금 투명하게 집행됐다는 사실 입증할 것”

 

촛불집회의 주축이 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역시 기부금법 위반의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다. 성금을 모금하려는 단체는 기부금법에 따라 성금 목표액, 기간, 사용계획 등을 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모금행위를 할 수 있다. 모금 목표액 1000만원에서 10억원까지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 10억원을 초과하면 안전행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퇴진행동은 2016년 10월29일부터 2017년 3월20일까지 39억을 모금했지만 안전행정부에 기부금 모금 단체로 등록하지 않았다.

 

기부금 모집을 법률상 제한하는 이유는 모금 행위 자체가 영리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에서다.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사익 추구를 막고 원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감시 차원이다. 기부금법 역시 ‘모집된 기부금품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퇴진행동 측은 기부금법에 따라 등록하거나 신고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다. 퇴진행동 법률팀장 권영국 변호사는 “행정기관 측에서 반정부적인 시위나 활동들에 대한 기부금 단체 등록을 할 경우 신고 접수나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촛불집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기부금 모금을 모두 제한하고 행정기관에 절차를 밟아야 되는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투명성과 자발성이 입증될 경우 위법성이 없으며, 기부금법 예외조항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부금법에는 예외가 있다. 바로 사회단체이거나 친목도모단체일 경우, 제3자 기부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집하는 경우다. 실제로 지난해 1월, 2008년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에서 모금한 시위경비 명목 후원금은 불법 기부금품 모집 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금한 단체가 사회단체 또는 친목단체 성격이어서 이들이 모금한 돈을 기부금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퇴진행동 측은 “이번 촛불집회의 경우 같은 취지와 목적을 가지고 나온 분들이 자신의 집회에 참여하면서 집회에 들어가는 비용들을 스스로가 모금행위로 충당했다”며 “그 점을 볼 때 같은 목적(친목단체)의 범위로 보는 해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모금된 취지에 전적으로 부합하게 사용한 경우에는 사회상규 상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 인정돼 위법성이 없다”며 “사회적 목적에 따라 사용할 수는 있지만, 만약 버스 대절이나 조직적 인원 동원에 모금된 돈을 사용했다면 원래 목적대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진행동 역시 지난 12월 기부금법 위반으로 고발을 당한 상태다. 권 변호사는 “퇴진행동 측은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홈페이지에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모금과 사용에 있어서는 그 내역에 맞는 영수증과 증빙자료가 존재해야 한다”며 “사실 관계에 대해 수사를 하겠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회계 자료와 영수증 등을 조사에 제출해 모금된 돈이 투명하게 집행됐다는 사실을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4월24일 발행되는 시사저널 1436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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