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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열일곱 살 소녀는 왜 악마가 됐나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 전말…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잔혹한 범행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21(Fri) 10:46:49 | 14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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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인천 초등학생 살해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고교 자퇴생 김아무개양(17)의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범행이었다. 김양은 완전범죄를 노리고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으며, 범행 후에도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열일곱 살 소녀는 어쩌다가 악마로 변한 것일까.

 

김양은 지난해 3월 거주지 인근인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수업시간에는 늘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공부에 별 흥미를 갖지 못했다. 지난해 1학기 성적이 6등급을 받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전체 등급이 최하위인 9등급이었다. 김양은 교사와 친구들에게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거의 자포자기 상태에 있었다.

 

결국 4개월 정도 학교를 다니다 자퇴했다. 이후 학업은 중단되다시피 했다. 친구들은 학교 다닐 때 김양이 보였던 기이한 행동을 증언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양이 같은 동물을 죽여서 해부하는가 하면, 수업과는 상관없는 해부학 책을 학교에 가져와 급식 중에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김양이 중학교 미술 동아리 활동 때 그린 인물화를 보면 하나같이 섬뜩하다. 이 그림을 본 미술치료사는 “그림이 강하고 위협적이게 그려져 있다”고 분석했다.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한 혐의를 받는 10대 소녀 김아무개양이 3월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공원에서 유인해 토막 살해

 

3월29일 오전 김양은 여행용 가방(캐리어)을 끌고 인근 공원으로 나갔다. 평소와는 다른 차림이었다. 김양은 외출 전 집에서 컴퓨터로 ‘살인’과 ‘엽기’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공원 화장실에서는 휴대전화로 인근 초등학교 하교 시간과 주간 학습 안내서를 검색했다. 이 공원은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찾아와 자주 노는 곳이었다.

 

낮 12시45분쯤이 되자 초등학생들이 공원으로 와서 놀기 시작했다. 피해자 A양(8)은 하교 후 친구와 함께 집으로 향하다가 “조금만 놀다 가자”며 공원 놀이터를 찾았다. 한참 놀다 보니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엄마가 생각났다. A양은 마침 공원에 있던 김양을 보고는 “휴대전화 좀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김양은 “배터리가 다돼 집에 가야 한다”며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공원 폐쇄회로TV(CCTV)에는 A양이 김양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가는 모습이 담겼다. 김양이 사는 아파트는 A양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거리가 50m 정도 떨어진 다른 동이었다. 12시49분쯤 A양과 김양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A양은 김양 옆에서 책을 품에 꼭 안고 엄마가 꽂아준 분홍색 머리핀을 매만졌다. 김양은 이 아파트 15층에 살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두 층 아래인 13층에서 내렸다. A양도 김양과 함께 내렸다.

 

두 사람은 계단을 이용해 15층으로 올라갔다. A양을 집으로 유인하는 데 성공한 김양은 테이블PC 케이블 선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A양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던 A양은 “살려 달라”는 말도 못한 채 숨이 끊기고 말았다. 

 

김양은 A양의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후 흉기를 이용해 훼손하기 시작했다. 김양의 손놀림은 능수능란했다. 장기는 따로 꺼내 분리했다. 토막 낸 시신은 대형 쓰레기봉투 2개에 나눠 담았다. 나머지는 비닐에 싸서 갈색 봉투에 넣었다.

 

그런 다음 계단을 이용해 아파트 옥상 물탱크가 있는 지붕 쪽으로 올라갔다. 옥상 내 물탱크 건물은 벽에 계단과 사다리가 붙어 있는 형태로 바닥에서 지붕까지는 높이가 4~5m 정도였다. 김양은 이곳에 올라가 쓰레기봉투에 담은 시신을 유기했다.

 

김양이 다시 아파트 CCTV에 찍힌 시각은 오후 3시쯤이다. 김양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가 곧바로 들어갔다. 이에 비춰 볼 때 김양이 A양을 유괴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물탱크에 유기하기까지 불과 2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후 4시9분쯤 김양은 겉옷을 갈아입고는 다시 집에서 나왔다.

 

김양은 이때 갈색 종이봉투에 담긴 A양 시신 일부를 들고 나왔다. 김양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 도착해 온라인에서 알게 된 B양(19)을 만났다. 그리고는 A양의 시신 일부가 들어 있는 갈색 봉투를 건넸다. 이때가 오후 5시44분쯤이다. B양은 “시신인지도 몰랐고 집 주변 쓰레기통에 종이봉투를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주변 CCTV를 토대로 이 같은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시신 훼손 방식 치밀, 해리성 장애 의심

 

김양은 특가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김양은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을 인정했으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줄곧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와중에 김양이 조현병(정신분열)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알려졌다. 2011년부터 우울증과 환청·불안 증세 등 정신질환을 앓아왔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병원에서 조현병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

 

경찰이 2015년 이후 김양의 병원 진료기록을 확인한 결과, 조현병과 우울증으로 최근까지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나 입원한 적은 없었다. 김양은 처음에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질환이 악화돼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김양의 범행을 ‘조현병 탓’으로 돌리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이전의 조현병 환자들의 범행과는 완전히 다른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의 특징은 대개 망상과 환각, 환청 증세를 보이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범행도 즉흥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특징이 있다.

 

그러나 김양의 경우에는 피해자인 A양을 계획적으로 유인했다. 수사에 대비해 거주지가 15층인데도 13층에서 내려 계단으로 올라갔으며, 완전범죄를 노리고 시신을 훼손해 CCTV를 피해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유기했다. 이 중 일부는 봉투에 담아 지하철을 타고 지인에게 건네줘 유기하게 했다. 범행동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조현병에 의한 감형을 염두에 둔 연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방식이 너무 치밀한 점을 들어 “다중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는 ‘해리성(解離性) 장애’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해리성 장애’는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성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각각의 성격에서 경험한 것들을 일반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범죄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택배 배달원으로 가장하고 아파트에 침입해 50대 주부를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로 체포된 최아무개군이 2016년 6월29일 경찰에 붙잡혔다. © 연합뉴스


법정에 가면 조현병 환자들은 죄질에 비해 아주 가벼운 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학봉(62)도 조현병 환자였는데, 그는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김학봉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조현병을 이유로 8년으로 감형됐다.

 

김양의 범행은 17살 고교 자퇴생이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계획적이고 잔인하다. 김양이 학교 부적응으로 자퇴했으나 관련 전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도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고 교우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으나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김양은 평소 살인이나 엽기에 관한 동영상 등에 심취해 있었다. 즐겨 보는 드라마나 소설책 등에는 시신을 훼손하는 등의 잔혹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경호 연수서 형사과장은 “살인이나 엽기와 관련한 매체에 심취해 있어서 그런 걸 실현하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양이 살인이나 시신 해부 등이 나오는 소설이나 드라마를 흉내 내기 위해 범행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양의 혐의는 성인인 경우 무기징역에 해당하지만 미성년자인 것을 감안해 소년법 적용을 받게 된다. 이럴 경우 최대 징역 2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양의 경우 최대한의 감형을 받기 위해 조현병을 앓았던 전력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실제 형량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무분별한 폭력·음란물 노출 

잔혹한 범죄에 빠지는 청소년들 

 

최근 발생한 10대들의 범행을 보면 계획적이고 잔인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에서는 고교생인 최아무개군(17)이 택배기사로 위장해 가정주부를 살해했다. 최군은 가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범죄수법을 검색한 후 범행에 나섰다.

 

범행 도중 피해자 남편에게서 전화가 오자 피해자가 작성한 것처럼 위장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최군은 범행 후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려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 전개과정을 보면 혀가 내둘러질 정도로 성인 범죄를 능가한다. 

이에 앞서 같은 해 2월에는 한 중학생(15)이 PC방 요금 2000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병변을 앓는 50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했다. 인천에서는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강제로 성매매까지 강요한 남녀 고교생 3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듯 청소년들의 범죄가 갈수록 잔인하고 난폭해지는 것은 여러 사회 현상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온라인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각종 범죄정보들을 얼마든지 입수할 수 있다. 폭탄 제조법, 사제 총기 제작법, 잔인한 고문 방법까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원하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불법 게임도 마찬가지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친구를 흉기로 찌르거나 살인 증거를 없애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성폭행과 잔인한 장면이 가득한데도 여과 없이 청소년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현실이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인천 17세 소녀도 평소 살인과 해부 등의 책과 영상에 심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학교폭력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폭력서클을 만들어 조직화하고, 흉기 사용이 일반화되는 등 그 형태가 더욱 잔혹해지고 집단적 범죄 성향을 모방하고 있다. 이처럼 정서발달이 진행 중인 청소년들이 폭력물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심각한 사회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 당국이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땜질식 정책에 그칠 것이 뻔하다. 제2, 제3의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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