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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큰 산’ 넘은 대우조선 회생, 자생력은?

국민연금, 채무조정안 찬성으로 입장 선회…조선업 경기 회복이 관건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7(Mon) 13: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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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회생안에 반대하며 산업은행과 ‘극한 충돌’을 벌이던 국민연금공단이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연금은 오늘(17일) 대우조선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는 서면결의서를 제출했다. 이변이 없는 한 오늘과 내일로 예정된 사채권자집회에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마련한 채무조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발등의 불’이 됐던 대우조선의 유동성 문제 역시 ‘큰 산’을 넘게 됐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과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은 그 동안 적지 않게 갈등을 빚었다. 최악의 경우 조선업계 ‘빅2’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만 남고 대우조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다는 이른바 ‘4월 위기설’이 업계에서 나왔다. 

 

ⓒ 연합뉴스


대우조선 채무조정안 통과 가능성

 

특히 대우조선은 21일 회사채 4400억원에 대한 만기가 돌아온다. 21일 이전에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들이 회생 동의안에 도장을 찍어야 대우조선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우조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산은 역시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대우조선의 목줄을 죄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9일 산은의 추가 감자를 포함한 네 가지 조건을 요구했지만 산은이 거절했다. 대신 만기 유예 회사채 우선 상환하는 등 수정 제안을 10일 국민연금 측에 역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 수정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심지어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에 대한 직접 실사를 요구하며 산은을 압박했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이 10일 국민연금 본사가 있는 전라북도 전주로 직접 내려가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간의 입장차만 확인해야 했다. 

 

국민연금 측은 “충분치 않은 자료를 근거로 손실(채무조정안 수용)을 떠안으라는 산은의 제의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고, 산은 측은 “급박한 상황에서 나온 국민연금의 재실사 추진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걸으면서 대우조선이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왔다. P플랜은 일반 법정관리와 달리 회사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다. 일반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채권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P플랜은 자금지원을 계속할 수 있다. 채권 보유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것이 조건이다. 지금처럼 국민연금의 반대가 계속될 경우 P플랜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은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연금이 회사채 만기 4일을 남긴 17일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넘기게 됐다. 글로벌 금융기관인 노무라는 17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의 최악은 피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무라는 분석자료를 통해 “한국 은행권과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안과 관련해 합의에 도달했다”며 “채권 50%가 출자전환의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만기가 3년까지 연장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 조선산업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2015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수주 가뭄’은 아직까지 해갈되지 않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인 클락크슨은 최근 “대형 컨테이너선과 초대형 유조선(VLCC), 엘엔지(LNG)선의 글로벌 발주 회복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발주 선박의 계약취소나 연기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조선도 피해를 봤다.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시드릴은 최근 대우조선에 발주한 드릴쉽(원유시추선) 2척의 인도 연기를 요청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조선산업의 회복을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불안요인도 대우조선 회생을 가로막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모처럼 회생의 ‘동아줄’을 잡은 대우조선 역시 ‘첩첩산중’ 악재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바닥은 찍은 것으로 기대” 

 

대우조선 측은 여전히 “자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에게 많은 어려움을 준 송가 프로젝트 반 잠수식 시추선 4척과 세계 최초로 건설한 FLNG가 인도되면서 해양산업이 안정을 찾았다. 차세대 방산을 수주하는 등 방산산업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우조선이 4.2조원의 혈세를 받고 있지만 회사 잠재력은 어느 조선소 못지않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일단 “바닥은 찍은 것 같다”는 안도감이 서서히 나오고 있다. 만성적자로 벼랑 끝에 몰렸던 국내 중견 조선사들이 지난해 대부분 영업이익이 대부분 개선된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3500억원의 적자를 낸 현대삼호중공업이 지난해 17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며 “가시적이지는 않겠지만 대우조선도 유동성 문제가 해결된 만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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