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거연합의 상상력을 펼쳐라
  • 이현우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정치경영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4 15:44
  • 호수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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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언론은 당선 가능성을 따져볼 때 대선후보들 간의 연합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본선에 등장한 후보들에게는 선거 승리가 당면과제이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국정을 잘 이끌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만만치 않다.

 

각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서 유권자들의 지지 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그 결과 일방적일 것 같던 대선 구도가 안철수 후보의 지지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가 양자 대결로 맞붙으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결과가 뻔한 선거보다는 예측불가한 선거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후보들 간의 연합 시나리오를 보면서 대선 이후 정국에 가져올 후유증을 걱정하게 된다.

 

ⓒ 국회사진기자단

대선후보 연합 시나리오와 정치적 의미를 따져보자. 우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정당의 특성을 볼 때 다른 후보와 연합하고 중도에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의당을 제외한 4당은 선거 승리를 지상과제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통합 대선후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선거연합은 후보끼리 연합을 통해 승리 가능성이 있을 때만 추진력을 갖는다. 따라서 언론에서 말하는 대선후보의 양자 대결은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 후보의 대결이다.

 

이러한 양자 구도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들과 안 후보의 통합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소위 비문연대가 넘어야 할 최소한 두 개의 난제가 있다. 첫째는 지역주의와 관련된 것으로, 안 후보가 영남 기반 정당과 연대했을 때 현재처럼 호남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둘째는 한국당과의 탄핵에 대한 인식차를 어떻게 무마할 것인가다. 두 명의 의원을 제외한 모든 의원들이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과 ‘강철수’라고 외치는 안 후보의 이미지 쇄신전략을 볼 때 두루뭉술한 연합전략으로는 폭발적 지지 확대를 얻을 수 없다. 더욱이 만일 통합후보가 돼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차기 정부에서 안정적 연정(聯政)이 가능할 것인가에 회의적이다. 과거 선거 승리만을 목적으로 한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이 단기간에 깨진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언론은 왜 선거연합으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거대연합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는 것일까. 사실 이념적 근접성이나 지지기반을 볼 때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연합을 위한 최선의 조건이 아닐까 싶다. 이 두 정당이 통합후보를 내세운다면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와 국회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를 통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 현재 가상해 볼 수 있는 선거연합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가 탄핵이라면 바른정당을 포함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는 언론에 의한 흥미 위주의 가상대결이 아닐까 싶다. 지난 민주당 경선 과정을 보도하면서 언론은 안희정 충남지사의 승리 가능성을 점치곤 했다. 결과는 문 후보의 일방적 승리였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 후보 간 치열한 경쟁구도를 만들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속성이 있다는 것은 학계에서는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선거는 승패만 따지는 게임이 아니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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