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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열애’ 사례로 본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정성 논란

리얼리티로 흥한 자 리얼리티로 망한다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6(Sun) 09:30:00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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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준기와 전혜빈이 열애를 인정했다. 둘 다 30대 중반으로, 이 정도 연령대 연예인들의 열애 소식이면 보통은 축하 여론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준기를 향한 비난 여론이 컸다. 이준기가 바로 직전에 tvN 《내 귀에 캔디2》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내 귀에 캔디2》는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하며 소소한 일상과 마음을 나눈다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준기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박민영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각각 체류하면서 통화를 이어 갔는데, 바로 일본 로맨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리게 하는 배경이었다. 그러한 배경에서 이준기가 “각본 없이 하니까 감정이 생긴다. 너무 보고 싶다”와 같은 달콤한 말들을 했기 때문에 마치 멜로영화를 보는 것처럼 설렌다는 시청자 반응이 나왔다.

 

특히 박민영이 있는 베네치아까지 직접 찾아와 “보고 싶어서 왔지”라며 이준기가 싱긋 웃는 장면에서 여성 시청자들의 설렘이 폭발했다. ‘두 사람이 정말 썸이라도 타는 것 아니냐’ ‘이 분위기로 로맨틱 코미디 찍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찬물이라도 끼얹듯 열애설이 터진 것이다. 호평은 싸늘하게 식었고, 속였다는 비난과 함께 이준기 생애 최고의 열연이었다는 냉소적인 지적도 나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내 귀에 캔디2》 © tvN 캡쳐


 

《내 귀에 캔디2》, 리얼리티 장르가 부메랑

 

《내 귀에 캔디2》는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그저 자신의 일상과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이준기가 당하는 비난이 부당하다는 반론도 나왔다. 실제로 유부남인 뮤지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수진과 통화하기도 했다. 연애 설정이라면 불가능했을 출연이다. 또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준기가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달콤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드라마가 아닌 리얼리티 예능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속에서 출연자가 하는 말은 그의 진심으로 여겨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준기가 박민영에게 달콤한 말들을 해 줬기 때문에 시청자는 실제 연애 상황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만약 짜고 치는 연기라고 생각했다면 애초에 설레지도 않았을 텐데, 리얼이라고 받아들여 호응이 컸다. 워낙 인기가 높아서 ‘이준기-박민영 스페셜’ 방송까지 기획됐지만, 이번 사태로 결국 취소됐다. 리얼리티라서 흥했다가 리얼리티라서 궁지에 몰린 구도다. 리얼리티라는 장르가 부메랑이 된 것이다.

 

비슷한 논란이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많았다. 알렉스와 함께 달콤한 모습을 연출했던 신애의 열애설이 시청자를 놀라게 한 이래, 오연서-이준, 김소은-송재림 등 많은 커플에서 논란이 터졌다. 그때마다 시청자는 배신감을 토로하며 논란의 당사자를 비난했지만, 새로운 얼굴이 등장해 달콤함을 보여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몰입한다. 바로 이것이 리얼리티 장르를 방송사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시대 시청자는 ‘진짜’를 원한다. 출발은 《강호동의 천생연분》이었다. 여기서 연예인들이 진짜로 짝짓기에 나서는 것처럼 보인 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뒤이어 연예인과 일반인이 짝짓기에 나서는 《산장미팅》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연예인이 보여주는 감정이 거짓이고, 심지어 일반인도 사실은 연예인 지망생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급감했다. ‘리얼’의 환상이 깨진 것이다.

 

그다음엔 좀 더 리얼한 ‘리얼 버라이어티’가 등장했다. 그러나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리얼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가 조작 논란으로 쓰러졌다. 대본의 존재가 알려지고, 참돔 가짜 낚시 논란이 터지며 시청자들이 실망했던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환상이 깨진 후 더욱 철저한 리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같은 버라이어티쇼는 못 믿겠다는 시청자도, 상황만 주어지고 아무런 연출 없이 그저 관찰만 한다고 알려진 관찰 예능에는 빠져들었다. 그래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뜬 것이다. 이후 관찰 형식이 예능의 대세로 자리 잡았고, 무인카메라가 기본 촬영장비로 등장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 MBC 캡쳐


리얼리티라는 가면과 판타지라는 민낯의 불일치

 

관찰 리얼리티 예능은 ‘진짜’라는 게 시청자가 빠져드는 이유다. 그러나 제작진이 수십여 명씩 투입돼 사전기획·촬영·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용의주도하게 이루어지는 영상물이 진짜일 순 없다. 예능의 리얼이란 어느 정도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리얼만을 내세워 마케팅한다. 결국 리얼리티라는 가면과 판타지라는 민낯의 불일치가 이 장르의 가장 약한 고리가 됐다.

 

그래서 ‘조작’ 논란이 예능에서 민감해졌다. 예능은 웃기려고 뭔가를 꾸미는 부문이기 때문에 조작이 당연한 것이지만, 시청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사가 리얼리티를 내세운 이상 자승자박이다. 찌질한 싱글남 캐릭터로 리얼 예능에 나왔다가 동료 아나운서와의 열애가 밝혀진 조우종 아나운서에겐 비난이 쇄도했다. 이런 과정에서 ‘진정성’이 예능 최고의 가치로 부상했다. 비록 조금 안 웃기더라도 성실하거나 소탈한 연예인들이 예능 세계의 주역이 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 결과, 개그맨이 퇴조하고 운동선수나 배우 등이 예능계를 점령했다. 최근 예능계를 평정한 ‘나영석 사단’만 해도 개그맨 출신이 거의 없다.

 

예능은 예능일 뿐인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지적은 원론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리얼리티 예능의 특수성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방송사가 리얼리티를 먼저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리얼리티를 내세우면서도 제작진은 마음대로 판타지를 써가며 시청자를 현혹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내 귀에 캔디2》만 해도 이준기와 박민영이 만나는 순간에 《태양의 후예》 OST 중에서 ‘운명이란 걸 나는 느꼈죠. 아이 러브 유’라는 대목을 깔았다. 다른 장면에선 ‘운명의 상대가 되어줄 캔디’라는 자막이 나왔다. 그야말로 제작진 마음대로 ‘쌩쑈’를 한 것이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연자들이 실제로 연애 감정을 느낀다고 오인할 만한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리얼 빙자 낚시’ 전성시대. 이러니 시청자들이 리얼리티와 조작 사이에서 점점 더 예민해지는 것이다. 리얼리티를 내세운 이상 최대한 거짓 요소를 줄이는 것이 시청자에 대한 예의다. 시청자는 가상은 봐줘도 가짜는 용납하지 않는다. 출연자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둬야 시청자 농락 방송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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