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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단독] 아모레·한진·코오롱·오리온·롯데 등 불법 토지 전용 논란

산지·농지·국유지 ‘내 맘대로’ 써놓고 ‘나 몰라라’

송응철 기자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3(Thu) 10:49:22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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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토지는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돼야 한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정부가 정해 놓은 지침이다. 만일 이를 위반하게 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물론,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거쳐 토지의 형질을 변경해 사용할 수도 있다.그러나 그동안 일부 비양심적인 토지주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빈번했다. 농지와 산지 등을 불법으로 전용하거나, 아예 국유지를 무단으로 개발해 점용하는 일도 있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목을 변경하려면 전용 부담금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자체가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점도 토지 불법 전용이 횡행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해 10월 ‘[단독] 농지든 산지든 자기 입맛대로 사용한 기업들(1408호)’ 제하의 기사를 통해 기업들의 토지 불법 전용 실태를 고발한 바 있다. 기사에 사명(社名)이 거론된 기업은 모두 13곳이었다. 여기엔 샘표식품이나 에이스침대 등 중견기업도 있었지만, SK하이닉스나 CJ제일제당 같은 대기업도 적지 않았다. 문제가 된 회사들은 당국의 지도에 따라 원상복구나 세금을 납부하는 등의 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본지 보도 이후에도 추가적인 토지 불법 전용 사실이 계속 적발되고 있다. 이번 취재에서도 역시 대기업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한진·코오롱·오리온·롯데·한화그룹 등이 그곳이다.

 

© 일러스트 정찬동

 

아모레·한진·코오롱·롯데 등 대기업 즐비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김해물류센터 내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매리 산131-53번지’ 등 두 필지가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목이 ‘임야’임에도 산림의 대부분이 훼손돼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공원으로, 나머지는 아스팔트로 포장한 뒤 주차장 용도로 사용했다. 상당 부분 산림이 훼손됐고, 일부는 공원으로 나머지는 포장돼 주차장 용도로 사용됐다. 김해시 관계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계법) 및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사법 당국에 고발조치도 가능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남양주물류센터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답내리 산80-1번지’의 임야를 훼손한 사실이 적발됐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2009년 이전부터 허가 절차 없이 전용된 곳”이라며 “정상적인 인허가 절차를 거쳐 사용토록 하거나 산림으로 복구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택배도 토지를 불법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농지를 기흥물류센터의 시설 일부로 사용한 것이다. 실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 484번지’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물류센터의 입구로 이용되고 있고, 같은 지역 ‘450-13번지’도 콘크리트가 타설돼 가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농지를 전용하면서 한진택배는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진택배는 당국의 명령에 따라 문제가 된 농지를 원상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의 경우 이천공장의 산지 전용 사실이 드러났다. ‘경기도 이천시 대포동 산126-11번지(임야)’를 진입로 등으로 개발해 사용한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오리온은 이 필지를 2009년 12월부터 산지전용허가 없이 공장부지 정문으로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오리온 이천공장은 지난해 1월 화재로 전소돼 현재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당국은 오리온 측에 산지관리법에 따라 복구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오리온은 공장 가동 여부와 무관하게 원상복구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견기업 중에선 시멘트·식품 업체 많아

 

코오롱그룹은 계열사 두 곳이 도마에 올랐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남곡리 270번지(농지)’ 일대 사업장 3필지를 컨테이너와 폐목재 적치소로 사용하는 등 불법 전용 사실이 밝혀져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또 다른 계열사인 코오롱글로텍은 국유지(도로)를 무단으로 점용한 경우다. 용인 코오롱글로텍기술연구소 건물과 주차장 한가운데에 국유지가 버젓이 위치해 있는 것이다. 이곳의 지번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산54-2번지’다. 코오롱글로텍은 그동안 국유재산 사용허가를 받지 않고 이 필지를 무단 점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토지가 연구소 중심부에 위치해 사실상 원상복구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용해 온 데 따른 변상금을 부과한 뒤 용도폐지를 거쳐 부지를 매입하는 절차를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푸드도 국유지를 무단 점용한 사례다. 횡성 파스퇴르 공장이 구거(溝渠·인공적인 수로)를 침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당국이 공장부지와 구거 경계에 대한 측량에 나섰다. 그 결과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732-1번지(구거)’ 일부가 주차장 등으로 사용돼 온 사실을 확인하고, 롯데푸드 측에 변상금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 계열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는 산지 전용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쏘라노는 강원도 속초시와 고성군이 맞닿은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 중 고성군 방면의 부지가 조사 대상이다. 당국은 앞서 리조트 전반에 대한 리모델링 과정에서 주차장이 확장되면서 임야인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산6번지’를 침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현장 측량을 한 뒤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법에 따라 행정지도를 할 계획이다.

 

중견기업 중에는 시멘트업체가 많았다. 업계 맏형 격인 삼표그룹 계열사도 두 곳이 적발됐다. 우선 삼표기초소재는 보령공장 내 지목이 ‘목장’인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305-17번지’를 개발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표기초소재는 이 필지를 아스팔트로 포장해 공장부지 일부로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국에 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또 다른 계열사 삼표산업은 경기도 고양시 서부공장이 당국의 레이더에 걸렸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633-1번지(임야)’ 일대를 공장 진입로 등으로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아세아시멘트도 국유지인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면 청광리 산156번지(구거)’를 공장 진입로와 부지로 사용해 오다 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다만, 아세아시멘트는 2010년까지 공유수면 점용 허가를 받고 사용해 왔지만, 이후 허가 기간 연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무단 점용한 기간에 대해 점용료에 20%를 가산해 변상금을 내도록 했다. 아세아시멘트는 앞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북리 25-2번지(농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해 오다 원상복구 명령을 받기도 했다.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는 2011년 리모델링 과정에서 임야를 불법 전용해 주차장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행정 당국의 측량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손 놓은 단속에 수백억대 세금 누수 지적

 

한라시멘트는 국방부 소유의 부지를 무단 점용하다 적발됐다.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 460-3번지’ 일대 4개 필지를 공장부지로 사용해 온 것이다. 당국은 이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가 생략된 점을 확인하고 국방부에 이 사실을 통보했으며, 국방부 경기북부시설단은 한라시멘트 측에 변상금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회사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풀무원샘물은 ‘충청북도 괴산군 문광면 유평리 514-1번지(구거)’ 국유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식재를 한 뒤 공장 주차장으로 사용하다 적발돼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포천공장도 인근의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 164-13번지’ 등 4필지의 임야를 훼손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해태제과는 대구공장 부지 상단이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 124-6번지(농지)’ 일부를 침범한 사실이 적발돼 원상복구를 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아직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 상당수는 당국의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거나, 이행할 예정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관련법상 공소시효인 7년을 넘긴 상태여서 처벌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토의 불법 전용이 오랜 기간 방치돼 온 배경을 놓고 당국의 관리 소홀과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당국은 토지 불법 전용 적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따금씩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적발 사례 대부분도 민간 차원의 공익제보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상당한 세금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상적으로 전용 허가를 받고 토지를 사용할 경우 전용 부담금이 부과된다. 토지의 개별 공시지가가 1㎡당 5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1㎡당 5만원의 부담금이 책정된다. 여기에 이후 토지를 매각하게 되면, 전용을 통해 상승한 금액의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불법적인 토지 전용에 따른 세금 누수액은 적어도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강도 높은 단속을 통해 국토가 정해진 용도에 맞게 사용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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