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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말기 암 극복한 한만청 前 서울대병원장의 식습관

“하루 세끼를 북청물장수처럼 먹어라”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2(Wed) 11:00:00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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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청 박사는 1959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영상의학 전문의다. 평생 의사로 일하는 동안 담배를 피웠고 술을 즐겼고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1993~95년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직후 간암에 걸려 생존율 5% 미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런 그가 치료 후 20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목소리가 당당하고 허리도 꼿꼿하다. 그가 소개한 특효약은 하루 세끼다. 특히 생채소, 우유, 달걀로 차린 아침 식사가 생명줄이라고 강조한다.

 

암을 어떻게 발견하고 치료했는가.

 

서울대병원장으로 있던 시기에 건강검진센터를 만들었다. 원장직에서 나온 후인 1998년 건강검진센터 교수가 신체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간 초음파검사를 하던 여의사가 손을 떨면서 나에게 정밀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정밀검사를 해 보니 간에 1~2cm짜리 암이 있었고, 에탄올 주입술(주삿바늘로 에탄올을 투여해 암을 파괴하는 치료법)로 제거했다. 3개월 후 다시 검사하는 과정에서 암을 또 발견해서 재차 에탄올을 주입했다.

 

다시 4개월 후 14cm 크기의 암 덩어리를 발견했다. 수술로 제거해도 2~3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운이 좋으면 말이다. 후배 의사에게 간암 제거 수술을 맡겼다. 수술 2개월 후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를 받다가 폐 여기저기에서 결절을 발견했다. 생존율은 5% 미만이어서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당시 전이된 간암에 효과적인 항암제는 없었다. 최고의 방법은 항암제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나도 그렇고 의사도 이 방법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에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 체중은 12kg 이상 빠지고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없어졌다. 8주 후 검사를 받았는데 폐 결절이 줄었다. 기적이었다.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먹고, 운동해서 힘을 키웠다. 6개월 후 폐 결절이 모두 사라졌다.

 

말기 암을 이겨낸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의 아침 밥상은 생채소, 삶은 달걀, 우유가 전부다. © 시사저널 임준선


 

평소 ‘암 때문에 암을 발견했다’고 말하는데, 무슨 의미인가.

 

2006년 간과 폐를 촬영했는데 우연히 방광까지 찍혔다. 방광에서 암이 발견됐다. 경요도 방광종양 절제술 등으로 방광암을 제거했다. 6개월 후 방광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우연히 간에서 또 1.5cm짜리 암을 발견했고 고주파열 치료로 제거했다. 결국 간암 때문에 방광암을 발견했고 방광암 때문에 간암을 찾았으니, 암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폐로 전이된 간암에 항암제가 효과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은 항암제가 왜 나에게 효과가 있었느냐고 묻는다. 평소 덕을 많이 베풀었기 때문이라고 농담하지만, 사실은 평생 약을 거의 먹지 않았던 것이 주요했던 것 같다. 집에 그 흔한 해열제나 소화제 등 상비약이 없다. 열이 나면 좀 쉬고, 소화가 안 되면 굶었다. 특히 항생제를 먹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약 내성이 가장 많은 나라다.

 

사람이 아프면 몸에 좋다는 음식의 유혹에 빠지게 마련인데, 그런 음식을 먹었나.

 

나쁜 음식을 멀리했고 좋은 식품도 찾지않았다. 라면, 통조림, 병 등에 들어 있는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다. 비타민, 오메가-3, 녹즙, 특정 버섯 등 건강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암에 걸리니까 여기저기에서 버섯엑기스, 산삼, 개암나무, 비타민 등을 가져왔다. 아내도 암을 극복한 의사들에게 연락해 암에 좋은 음식을 물었다. 한 의사가 굼벵이를 먹고 암이 나았다고 하자 아내는 제주에서 구한 굼벵이를 삶아서 내 앞에 내밀었다. 입에 대지 않고 그대로 버렸다. 의사가 굼벵이를 권할 정도니 일반인은 오죽하겠나. 또 친지는 아가리쿠스라는 버섯을 소개했다. 일본 교수가 암에 특효약으로 검증하고 책까지 썼다고 했다. 그 책을 읽어보니 엉터리였다.

 

항암 성분을 찾지 않았나. 

 

발암 음식과 항암 음식은 없다. 예를 들어 인삼에 항암 성분이 있다고 하자. 사람은 인삼을 먹으면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것으로 받아들인다. 인삼에 항암 성분은 수많은 성분 중 한 가지를 동물에 집중적으로 투여하면 암세포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지금까지 밝혀진 항암 성분은 수백 종이다.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서 그것을 먹으면 암이 예방되거나 치료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만큼 많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론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항암 식품을 고집할 타당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한때 마늘이 전립선암 예방에 좋다는 말이 돌았다. 생마늘을 오래 먹어 장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섣불리 따라 할 일은 아니지 싶다.

 

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 ⓒ 시사저널 임준선


무엇을 먹었는가. 

 

암에 걸린 후 20년 동안 하루 세끼를 꼭 챙겨 먹고 있다. 암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식사를 잘해서 힘을 기르는 것이다. 무엇보다 신선한 음식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음식을 많이 만들어 두고 냉장고에 넣었다 뺐다 하며 먹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라도 그때마다 만들어 먹는 것이 핵심이다. 제철 나물 2가지, 김치 2가지는 기본이다. 김치는 배추김치에 요즘에는 나박김치를 곁들인다. 그 외 반찬도 골고루 먹는다. 또 고기를 좋아해서 일주일에 몇 차례씩 먹는다. 특히 아침 밥상이 중요하다.

 

아침 상차림은 어떤가.

 

생채소를 먹는다. 소스(드레싱) 없이 먹으면, 채소 그 본연의 맛과 향, 질감을 느낄 수 있어서 많이 먹을 수 있다. 음식에는 무언가를 첨가하면 좋지 않다. 커피도 설탕이나 크림을 넣지 않는 블랙으로 마신다. 채소만 먹기 힘들면 토마토, 사과 등 과일을 조금 섞으면 된다. 달걀과 우유를 빠짐없이 먹는다.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과 칼슘을 섭취하는 데 달걀과 우유만큼 좋은 식품은 없다. 달걀은 생명을 만드는 성분이 다 들어 있는 완전식품이고 신선하다. 달걀은 삶거나 수란으로 조리해 먹었다. 소금을 치지 않았다. 어떤 사람은 노른자를 먹지 않는데, 노른자를 먹어야 한다. 달걀 프라이는 기름을 사용하므로 좋지 않다. 우유도 생명을 살리는 성분이다. 소나 사람이나 우유를 먹고 자라지 않는가 말이다.

 

집 밖에서 식사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밖에서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는 여러 음식을 먹는다. 계란 프라이도 먹고 단 케이크도 즐긴다. 다만 어떤 음식을 먹든 북청물장수처럼 먹는다.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않았던 그 옛날, 집집마다 물을 길어주는 물장수가 있었다. 함경도 북청 출신이 많아서 흔히 북청물장수라고 불렀다. 단골집은 고맙다며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기도 했다. 힘을 많이 쓰는 북청물장수는 먹성이 좋아 밥과 반찬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음식은 북청물장수처럼 먹어야 한다.

 

밀가루 음식도 즐기는가.

 

아침에 죽이나 떡을 먹을 때도 있다. 그러나 빵은 먹지 않는다. 밀가루보다는 쌀을 먹는 게 좋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쌀이 칼로리가 적고 변비에 좋다. 노인은 변비가 문제인데 나는 하루 한 번 화장실에 간다.

 

암에 걸리기 전에도 그런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나.

 

예전에는 아침밥 먹을 시간에 잤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출근하기 바빴다. 술과 담배도 했다. 미국에서 3년 연구원으로 있을 때 B형 간염에 걸렸다. 그런 데다 본래 술을 좋아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술을 마셨다. 간염과 술 때문에 간암에 걸린 것 같다. 암에 걸린 후 술과 담배를 끊었다. 요즘 술은 반주로 포도주 한 잔 마실 때도 있고 안 마실 때도 있다.


식사 시간은 얼마나 되나.

 

빨리 먹는 편이다. 급하게 먹으니까 위가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꼭꼭 씹어 먹으려고 노력한다. 천천히 먹으니 속이 편하다.

 

암 투병 후 20년 동안 건강을 유지한 것이 식습관 변화 때문인가.

 

나는 그렇게 믿는다. 약, 건강식품, 가공식품을 먹지 않았다.


그런 식습관이 일반인의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암 예방은 몰라도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암 등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몸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체력과 면역력이 높아 병에 걸려도 몸이 견딘다. 특히 암에 걸린 사람에게는 일단 체중을 3kg만 늘리라고 조언한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이것들이 모두 체력을 떨어뜨린다. 버틸 체력을 평소에 길러둬야 한다. 이를 위해 하루 세끼를 챙겨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어떤 운동을 하나.

 

나름의 아침 운동을 개발했다. 처음에는 변비 예방과 신체 유연성을 목적으로 시작했는데, 매일 하니 몸이 훨씬 가벼워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누운 자세에서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하는 죔죔을 100번 한다. 발만 직각으로 구부렸다 펴기를 100번 한다. 항문을 조였다 풀기를 100번 한다. 회음부 마사지를 100번 한다. 손을 올리고 숨을 마음껏 들이마시고 버티다가 손을 내리면서 숨 뱉기를 한 세트로 10번 한다. 무릎을 모아 위아래로 뒹굴며 숫자 열까지 세는 것을 10번 한다. 자전거 타기 발동작을 50번 한다. 발바닥 치기를 50번 한다. 등과 배만 올리기를 20번 한다. 침대에서 나와서 선 자세에서 등을 굽히고 팔을 뻗는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50번 한다. 한쪽 팔을 다른 팔로 끼고 돌리는 스트레칭을 좌우 각 10번 한다. 무릎 굽히기를 50번 한다. 침대에서 30분, 침대 밖에서 20분, 모두 50분 걸린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몸이 개운해진다. 또 산책을 즐겨 하는데, 추울 때 하지 않게 되는 게 내 약점이다. 그렇다고 헬스클럽에서 하는 운동은 반대다. 밖에서 햇볕을 쬐며 걷는 게 좋다. 밖에 나가지 못할 때는 집에서 TV를 보면서 계속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골프를 즐긴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 건강이 문제인데, 혈관 상태는 어떤가.

 

이런 식습관을 유지한 후 지금까지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다. 그러니 식습관을 바꿀 수 있겠나. 


피부가 건강해 보이는데 어떻게 관리하나.

 

피부 건강을 위해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기미도 빼지 않고 내버려 둔다. 머리가 빠지는데, 양모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 둔다.

 

평소 강조하는 ‘암 친구론’은 어떤 의미인가. 

 

암에 걸렸던 당시 암에 지지 않는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변한 것은 암을 적이 아닌 친구로 받아들이겠다는 인식의 전환이었다. 2001년 책(《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돼라》)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암은 내 몸의 세포다. 형제처럼 여기고 끼고 살아야 한다. 내가 왜 암에 걸렸냐며 낙심하기보다는 같이 살다가 돌려보낼 친구라고 여겨야 한다. 세상에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비가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산을 쓰면 된다. 암이 찾아오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지만, 의사의 말을 잘 듣고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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