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일까 '좌충우돌 돈키호테'일까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0 10:28
  • 호수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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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적자’ 내세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경쟁력

 

“홍준표는 일단 말하는 게 박력이 있고 시원시원해서 좋다. 안보관은 말할 것도 없지 않느냐.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우리(보수) 후보로 홍준표를 지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난 지난 3월10일, ‘아스팔트 보수의 대부’라고 불리는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차기 대선후보를 묻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당시 홍준표 후보는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후보를 향해 “자기 대장이 뇌물을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독설을 쏟아냈다. 비판적인 여론이 들끓었지만 보수진영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서 본부장은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좌파 세상이 돼서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데 홍준표는 그렇지 않다.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홍준표 후보가 3월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된 뒤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격적 화법, 강력한 지도자, 대북 강경책 등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이미지는 보수진영을 공략하기에 충분했다. 홍 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낙마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로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자유한국당의 대선 경선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그 사이 홍 후보에게 붙은 ‘홍럼프(홍준표+도널드 트럼프)’ ‘스트롱맨’ 등 여러 가지 별명들은 홍 후보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홍 후보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기도 하다.


강경한 안보론 得일까 失일까

 

홍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후보자 수락연설을 통해 ‘안보 대통령’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질 사람은 ‘스트롱맨’인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후보는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세계 4강의 구도를 보면 전부 국수주의자들이다. 트럼프, 푸틴, 시진핑, 아베 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런 극우 국수주의자들 틈에서 대한민국에 유약한 좌파 정부가 탄생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민들이 결국 ‘스트롱맨’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의 당사 벽면에는 ‘국민을 지키는 힘 - 안보가 경제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기도 하다.

 

홍 후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조기 배치는 물론 전술핵 배치까지 내세웠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는 것이다. 홍 후보는 “사드는 군사적 실효성보다 한·미 군사동맹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사드 배치가 북핵을 저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군사적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도록 하겠다. 신정부 출범 직후 미국과 전술핵무기 재배치 협상을 바로 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안보 이슈는 보수 유권자들이 최우선시하는 사안이다. 서정갑 본부장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대선 주자에게는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낙선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국민통합, 안보·외교, 민생경제 등 4분야가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안보 문제는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국민들이 안보 불안감을 느끼고 있고, 다수가 사드 조기 배치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안보이슈를 가장 우선시하는 유권자는 20% 정도이다. 적폐청산과 민생경제 분야가 상대적으로 훨씬 높게 나온다”면서 “탄핵 정국에서 생성된 담론인 개혁과 시대정신이 이번 대선을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운데)가 4월1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 후보가 안보 이슈만을 내세워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보수 표를 흡수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북한핵문제는 대한민국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미국과 공조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길이 없다. 사드 배치는 제대로 해야 한다”며 당론과 달리 사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 표는 국방·안보, 경제, 사회적 안정 등 이 세 가지와 맞물려서 움직인다. 북풍의 변수는 항상 존재하지만 안보 문제만 강조한다고 능사가 아니다”면서 “홍 후보의 경우 경제나 사회적 안정에 대한 정책이 없다. 안 후보보다 확연히 낫다는 인식을 주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측 후보들도 안보를 강조하면서 보수 표가 분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의 강점으로 거론된 공격적 화법이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형식 소장은 “홍 후보는 보수라는 색깔을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강하게 얘기한다고 해서 표가 모이는 것이 아니다”면서 “보수는 사회 안정을 추구하는데 홍 후보는 이런 점에서 오히려 불안요소가 많다. 대북 강경책이 동아시아 정세를 혼란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보수진영에서도 이견이 있고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비춰질 수 있다. 경제가 돌아가야 안보도 가능한 것인데 홍 후보의 경제정책 역시 불안하다. 홍 후보가 계속해서 좌충우돌 돈키호테식 행보를 보이면 보수 표는 더 떨어져 나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유일한 보수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19대 대선은 1명의 보수와 3명의 진보 후보 간 싸움이라는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으로 비춰진다. 이는 진보 표의 분열을 바라는 동시에 35~40%에 이르는 보수 표의 결집을 노리는 전략이다. 1987년 13대 대선 상황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등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진보진영은 김영삼·김대중 후보 간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영삼 후보가 28%, 김대중 후보가 27%의 지지를 받은 것을 고려했을 때 지지층의 분열은 선거의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홍 후보는 “4자 구도로 가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승리하는 길”이라면서 “본격적으로 선거전이 시작되면 35%에 이르는 보수 표가 움직일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수 후보 단일화 난관, 지지율 15% 넘겨야

 

4자 구도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또 다른 보수 적자(嫡子)를 자처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와 단일화가 필요하다. 홍 후보가 내세우는 단일화 방법은 흡수통합론이다. 유 후보가 ‘본가(本家)’인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은 홍 후보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홍 후보의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2~3% 지지율을 보이는 유 후보를 앞서고 있다. 홍 후보는 “분당의 원인이 됐던 탄핵 문제가 다 끝났다. 원인 행위가 없어졌기 때문에 조건 없이 합치는 것이 맞다”면서 “당 차원에서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유 후보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유 후보는 자신으로 단일화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집토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권순정 실장은 “홍 후보의 경우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에도 2~3%밖에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다. 김진태 의원 등 다른 경쟁자들의 표를 모두 흡수했다면 최소한 15%는 나왔어야 한다”면서 “홍 후보가 10%대의 지지율에 머무르면서 보수층들이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어차피 당선이 힘든 홍 후보를 버리고 다른 후보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가장 큰 이득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보수 표 이탈은 (홍 후보에게) 치명상이다. 홍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는 보수층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는데 오히려 대선후보가 된 후 안 후보에게 역전됐다”면서 “15% 이상의 지지율이 나왔다면 보수층의 대안 후보론이 제어됐을 것이다. 더 이상의 보수 표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지지율을 어떻게든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4월7일 바른정당 부산 필승결의대회에서 유승민 대선후보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유 후보와의 보수 단일화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보수 단일화를 시도할 ‘명분’을 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는 당내의 친박을 과감하게 청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유 후보가 단일화를 추진할 명분이 없다”면서 “홍 후보가 지지율에서 유 후보에게 앞서고 있다지만 10%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정도의 지지율로는 단일화의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 후보가 친박을 청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단일화는 힘들다. 홍 후보는 친박을 청산하기는커녕 친박 지지층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면서 “홍 후보는 샤이(shy) 보수층에게 기대를 하고 있지만, 지금의 보수층은 방황하는(wandering) 집단이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TK를 예로 들자면, TK 유권자들은 역대 대선에서 지지하는 명확한 후보가 있었다. 그러나 19대 대선에서는 처음으로 표를 몰아줄 후보를 못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행정 경험 강점, ‘성완종 리스트’ 족쇄

 

홍 후보는 풍부한 정치 경험과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4선 의원에 당 대표를 지낸 정치 경륜과 경남지사 재선을 지내며 경남을 전국 광역단체 최초 채무 제로(0)로 올려놓은 행정 능력이 다른 후보에 앞선 강점이라는 것이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 역시 홍 후보의 강직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홍 후보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홍 후보와 ‘보수적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홍 후보는 지금 당선되더라도 재판을 받아야 한다. 만약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그날로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한다”면서 “홍 후보는 대선후보로서 아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자격 없는 후보와 단일화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홍 후보는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2015년 자살)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상태다. 1심에서 1년6개월의 실형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홍준표 후보가 2월1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 판결이 5월9일 대선일 이전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고심의 주심 대법관도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19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그러나 홍 후보의 경우 설령 3심에서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대선이 끝난 시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선거권에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논란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홍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경우 성완종 리스트 재판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먼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이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닌 경우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홍 후보에 대한 기소는 대통령 당선 전에 이뤄졌다. 이를 놓고 소추를 사전적인 의미인 ‘기소(起訴)’로 해석할 것인지, 아니면 재판까지 포함한 것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유죄가 선고될 경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만 한다. 정치자금법 57조에 따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은 일정 기간 공직을 맡을 수 없고, 이미 취임·임용된 경우엔 퇴직해야 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 이후 또다시 형사상 유죄로 인한 대통령직 상실이라는 국가적 혼란상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 후보는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될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대선에 출마한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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