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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문재인의 수성, 안철수의 공성…‘5·9 대선’ 누가 파안대소하나

정당 경선 직후 여론조사 ‘文·安’ 초접전 양상 ‘文 떠난 표심’ 회귀, 安의 제3지대 연대 등 변수

김지영 기자 ㅣ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10(Mon) 09:24:30 | 14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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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대선은 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입니다.” 지난 1월 중순, 안철수 국민의당 경선주자는 이렇게 호언했다. 당시 그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주자 문재인·이재명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보다 지지율이 뒤처져 있었다. 지지율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안철수·문재인 대결’ 발언은 그래서 그의 희망사항 정도로 치부됐다.

 

하지만 그의 예언이 적중하고 있다. 4월3일과 4일, 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면서부터다. 후보 확정 전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던 그의 지지율이 30%대로 진입했다. 오차범위 내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1·2위를 다투는 구도다.

 

‘문·안’ 양강(兩强) 구도가 형성되면서 문 후보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 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질진 미지수다. 민주당 주장대로 ‘거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거품으로만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갈 곳을 잃은’ 보수층이 그에게 흡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4월3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 수락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다(왼쪽).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4월4일 대선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후보 수락연설을 마친 뒤 무대를 내려오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는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태생이 PK(부산·경남)다. 문 후보는 1953년 경남 거제에서, 안 후보는 196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부산은 그들 성장 자양분을 제공한 곳이다. 소속 정당인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 호남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대권에 가장 근접한 두 후보 모두 정치 초년병이기도 하다. 군사정권을 제외한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 모두 10년 이상 정치경력을 쌓은 후 대권을 잡았다. 그런데 문 후보는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한 이후 본격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10년도 안 된 ‘일천’한 경력이다. 2012년 대선에선 단일화 파트너로 한 배를 타기도 했다. 둘 다 이번 대선이 두 번째 도전이다.

 

정치판엔 영원한 동지(同志)도, 적(敵)도 없다. 그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서로 부둥켜안으면서 한목소리 냈던 그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를 향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공격한다. 사생결단이다.

 

앞서 언급했듯, 민주당과 국민의당 후보가 확정된 후 안 후보 지지율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문·안의 초박빙 승부가 예측된다. 이런 흐름이 5월9일까지 이어진다면 마지막 투표함까지 열어봐야 당선자를 알 수 있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PK 출신·호남 기반·정치초년병 등 닮은 점 많아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면서 ‘문재인 대세론’도 사라졌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월4일 실시한 5자(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대결 조사에서 문 후보는 39.1%, 안 후보는 31.8%였다. 1·2위 격차는 7.3%포인트로 좁혀졌다. 안 후보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3위 홍 후보는 8.6%에 그쳤다. 이 조사는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안 후보가 확정된 날 실시됐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경선 직후인 4월5일 서울신문·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6자(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김종인) 조사도 문 후보(38.2%)와 안 후보(33.2%)가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안 양자 대결에선 안 후보(47.0%)가 문 후보(40.8%)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6.2%포인트 차이다. 중앙일보가 4월4일과 5일 실시한 6자 대결 조사도 문 후보는 38.4%, 안 후보는 34.9%로 집계됐다. 모두 오차범위 내에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 당의 경선이 끝나기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세론은 유효했다. 다른 후보를 비교적 여유 있게 따돌렸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이 끝난 직후인 4월5일을 기점으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경선 당시 문 후보와 맞붙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지층이 대거 말을 갈아탔다는 것이다. 선의(善意) 발언과 대연정 제안 등으로 중도·보수층 지지를 받았던 안 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하자 그의 지지층이 중도 성향인 안 후보에게 몰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안 후보와 같은 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손학규 지지층과 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다른 경선 탈락자 지지층까지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4월5일 서울신문·YTN 조사에서 안희정 지사 지지층의 51.5%, 이재명 시장 지지층의 30.2%가 안 후보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문재인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4월7일 “안 후보의 상승세는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의 안희정·이재명 지지층이 일시적으로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을 뿐 대선 막판이 되면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설 것이다.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정황이 감지된다.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양상으로 나오자 문재인 후보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혹시 안철수와 관련해 들은 얘기 없느냐”며 묻기도 했다. 안 후보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네거티브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 달라는 얘기였다. ‘문재인 대세론’이 형성됐던 민주당 경선당시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이 관계자는 “나중에라도 들리는 얘기(네거티브 정보)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후보 측은 ‘겉으론’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속으론’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다.

 

‘안철수-김종인·정운찬·홍석현’ 연대할까

 

문재인 대세론으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평형을 이뤄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안 후보 쪽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제3지대’에 머물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등과 안 후보가 연대할 경우 판세가 안 후보 쪽으로 기울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후보의 확장력과 포용력 등이 중도·보수 성향 민심을 자극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안철수-제3지대 연대론’ 한편에 김종인 전 대표가 있다. 김 전 대표는 4월5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김 전 대표는 “통합정부를 세워 나라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각 당의 후보들이 서로 힘을 모아 나라를 꾸려가겠다. 여러 정파를 아우르는 최고 조정자가 되겠다”고도 했다. 표면상 출마 명분은 ‘나라의 위기 돌파’다. 하지만 속내엔 반문(反문재인) 정서가 강하다. ‘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하는 ‘최고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5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김 전 대표의 구상은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자신을 주축으로 한 ‘제3지대’ 내지 ‘개헌 빅텐트’를 구성해 ‘킹’이 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킹’으로 직접 나서려면 여론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치고 올라가면 그 탄력으로 완주할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미미하게 나오면 바로 ‘킹메이커’로 나설 수도 있다. 킹메이커로 나설 때의 명분은 ‘통합정부’다. 통합정부 형태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선 유럽식연립정부로 해석한다. 현재 흐름으로 봤을 땐 ‘킹’보단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킹메이커로 나서는 대신 차기 정권에서 국무총리 등으로의 입성을 노릴 수 있다. 그와 동조할 잠재적 우군(友軍)도 있다. 정운찬 전 총리와 홍석현 전 회장 등이다. 여기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김 전 대표의 ‘반문연대’ 구축 움직임은 여러 차례 표출됐다. 3월29일엔 정운찬 전 총리, 홍석현 전 회장 등과 3자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을 언론에 노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유발시켰다. 이들은 “통합정부·공동정부·화합정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고 한다. 공통분모가 있었다. ‘차기 정부는 함께 구성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세 번째 만남이었다. 정 전 총리와 홍 전 회장의 ‘정치 회동’은 처음이었다. 중심축에 김 전 대표가 있었다. 이날 회동에 대해 정운찬 전 총리는 3월30일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공동정부에 대해선 깊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각자 이심전심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제3지대 후보) 단일화 얘기도 안 했다. 다만 나라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보면 된다”면서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나 나의 ‘동반성장’ 취지가 비슷하다. 홍 전 회장이 보수적인 중앙일보와 진보적인 JTBC를 같이 운영했다는 것은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세 사람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정운찬-홍석현’ 연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대목이다. 실제 이날 회동 이후 이들 실무자 간에 물밑 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회장은 최근 ‘강연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홍 전 회장의 강연을 들은 정치권 인사는 “홍 전 회장의 강연 내용은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았다. 사고의 균형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론’과 정운찬의 ‘동반성장론’은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유승민의 ‘혁신성장론’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의 연대 명분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다. 김종인 전 대표가 지난 3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을 만난 것도 ‘제3지대 연대’를 모색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 등은 ‘반문연대’ 구축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 ‘1대 1 통합’ 내지 ‘연대’를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대등한 입장에서 통합하거나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3지대 후보군에서 단일 후보가 나와야한다. 그런 다음 안 후보와 유승민 후보에게 연대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 후보 측 입장은 다르다. 제3지대에서 ‘선출’된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중심축으로 뭉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으로 들어오라는 얘기다.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이런 기류는 더 강해졌다. 대통령은 안철수, 국무총리와 장관 등은 김종인 등 제3지대 인사로 꾸려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4월6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김종인·정운찬·홍석현에 대해 “국민의당에 그냥 입당해 주셔서 저희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도와주시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안철수 측 “안철수 중심으로 뭉치자”

 

안 후보도 제3지대 세력을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문재인 후보와 막판 초박빙 승부가 예상될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확장성 측면에서도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인 제3지대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국민의당 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초선 의원은 “안 후보의 일차 목표가 대선 승리라면 ‘반문’ 내지 ‘비문’ 세력과 손잡아야 한다. 특히 보수·중도 성향 유권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선 김 전 대표 등과의 연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5·9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권 고지를 향해 달리는 후보들에겐 짧은 시간이다. 대세론이 무너진 문재인의 수성(守城) 전략과 1위 탈환을 노리는 안철수의 공성(攻城) 전략은 더 치밀하고 과격해질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두 후보 가운데 제3지대 연대 카드가 남아 있는 안 후보가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안 후보 쪽으로 돌아섰던 안희정·이재명 지지층이 다시 민주당으로 회귀하면 문 후보가 유리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5월9일 저녁에 파안대소할 후보는 누굴까. 지금부터가 실전이다. 각 대선캠프가 어떤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여당과 야당으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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