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와 다른 트럼프의 ‘대북 선제 타격론’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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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거점 폭격해도 전면전 안 일어난다는 추측 확산”

‘Collision Course’. 

 

군사 용어로 ‘충돌 침로’를 뜻하는 단어다. 이동하는 잠수함이나 항공기와 충돌할 수 있는 침로를 뜻하는데 보통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을 말할 때 쓰인다. 최근 미국 언론을 보면 이 단어가 종종 등장한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상황을 비유할 때 쓰고 있다.

 

탄핵에 장미대선에 세월호까지. 우리는 다이나믹한 국내 소식에 주목하고 있지만 오히려 외신은 북한과 미국의 대립에 곤두선 느낌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에서는 최근 북한 관련 특집 기사를 내놓는 곳이 늘고 있다. NBC는 4월3일 주요 뉴스 프로그램인 ‘Nightly News’의 일부를 주한 미군기지에서 방송했다. 간판 앵커인 레스터 홀트가 한미 합동 훈련 현장을 취재해 전했다. 홀트의 한국 진행은 서울로 자리를 옮겨 4일째 계속되고 있다. 4월4일에는 미국 공영방송인 PBS도 간판 프로그램인 ‘프론트 라인’에서 북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일본의 아시아프레스가 입수한 영상과 그들의 취재 내용을 통해 북한의 실태를 그리는 방송이었다.

 

NBC 뉴스의 북한 관련보도. 미국 주요 방송은 최근 북한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 중이다. © NBC 유튜브 채널 캡처


 

미국 주요 언론이 북한 관련 특집 방송을 내보내는 배경에는 미국 안에서 북한 위협론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선택지를 들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자세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반대로 주요 미디어들이 북한 관련 보도들을 기획해 내놓을수록 거꾸로 북한의 위협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2020년이면 미국 본토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 깔려

 

원인이야 뭐가 됐든 분명한 흐름은 있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태도가 과거 미국 정부와는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번 북한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의 얘기는 흩어지지 않고 한 점으로 수렴된다. 물론 이런 발언은 외교적 압박을 하기 위해 나온 수사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이전 정부와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한다면 단지 수사로 받아들이는 건 느슨한 생각이다.

 

미 정부는 북한이 이대로라면 2020년쯤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물론, 최대 미국 서부에 도달할 수 있는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의 과제는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어떻게든 그것을 ‘저지’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과 도쿄를 파괴할 수는 있어도 미국 본토의 대도시는 공격할 수 없다는 게 그동안의 대전제였는데 그들의 전망대로라면 그런 전제가 무너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역대 정부도 그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4월6일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에서는 북한이 그 어느 때보다 핵심적인 의제로 올라오게 된다. 트럼프 정부의 상황 판단도 이전 정부와 다르진 않다. 중국이야말로 북한의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핵개발 중단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그것이다.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4월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점은 군사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 트럼프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미국의 역대 정부 모두 같은 군사 시나리오를 어디선가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지 못했거나 실현하지 못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이전 미국 정부들이 한반도에 대해 가진 전제는 이랬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은 전면적인 반격을 불러 한국에 재앙을 가져온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북한도 제한적인 반격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제가 트럼프 정부에서는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래리 닉시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거점 공격만으로 한정할 수 있고 전면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가 확산된 느낌이 있다. 전면전이 되면 북한도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도 제한적인 공격에 대해 제한적인 반격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전에 대한 우려가 북한 공격을 막아서는 브레이크였다면 이제는 그 수명이 다했다는 해석이다. 닉시 교수는 미 국무부와 의회조사국을 거쳐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연구원을 거친 한반도 전문가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 거점과 저장 기지를 파괴하는 방법은 가장 효율적이지만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효과를 거두긴 어려운 선택지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우선 시도하려는 것은 이미 파악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기지에 대한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 닉시 교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그런 미사일 시설에 있는 미사일 또는 항공기에 대한 제한적인 폭격이 검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군사적 선택지에 관한 뉘앙스는 트럼프 정부의 핵심들의 말에서 풍겨져 나왔다. 렉스 틸러슨 국무 장관은 과거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을 보이며 “군사력의 행사를 포함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제임스 마티스 미 국방장관도 북한의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을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사력 행사를 암시하는 말을 내뱉는 중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이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중요하게 와 닿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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