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라 “정우성·이정재 선배가 지향하는 바와 잘 맞았다”
  • 이예지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5 15:44
  • 호수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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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부터 15년간 몸담은 SM 떠나 정우성-이정재 매니지먼트사로 옮긴 배우 고아라

KBS2 드라마 《화랑》이 종영된 다음 날, 기자는 분위기 좋은 카페 한구석에서 고아라와 마주 앉았다. ‘인형인가’ 싶을 정도로 작은 얼굴, 손바닥만 한 얼굴에 오밀조밀 예쁘게 자리한 눈·코·입은 솔직히 현실성이 없어 보였다. 어깨를 앞으로 숙이고 기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녀 모습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 하는 심산처럼 보였는데, 무언가에 집중하는 그녀만의 방식이라는 걸 알고는 오해가 금세 풀렸다.


“‘초심’이 뭐였는지 곱씹다보니 결심 쉬워져”

고아라는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어 생각했고, 조곤조곤 말했다. 어떤 순간에는 속사포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숨 가쁠 정도로 생각과 말을 쏟아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최근 그녀에게 중대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데뷔 후 지금까지, 그러니까 15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정우성·이정재가 운영하는 ‘아티스트컴퍼니’로 옮겼다. 의외의 선택이었다.

“소속사를 옮긴 이유를 궁금해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의도나 전략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2003년 ‘SM 베스트 청소년 선발대회’에서 1위로 입상하고 난 후 지금까지 한 회사 소속 배우로 있었는데, 최근 전속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적했죠.”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결코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도 많았고, 이수만 SM 대표와도 오랜 시간 상의했다. 스물여덟 청춘에겐 어쩌면 중대한 결단이었을지 모른다.

“저는 어쩌다가 배우가 됐고, 어쩌다가 연기를 하게 됐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초심’이 뭐였는지 곱씹어 생각하다 보니 결심이 쉬워졌죠.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 보는 게 배우로서 저의 목표였기 때문에 또 다른 곳에서 그동안 해 보지 못한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또 하나는 20대 초반, 그러니까 대학생 때부터 해 온 고민, ‘나는 누구인가, 여긴 어디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또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가’의 끝을 생각해 봤어요. 결국 고민은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에 다다랐고, 변화를 주는 쪽으로 결정했죠. 그때 마침 계약이 만료된 거예요. 소속사 이적을 두고 ‘고아라 인생의 전환점이다’라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저는 전환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흘러가는 중이죠.”

연기자가 연기를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SM엔터테인먼트가 고아라의 고민과 갈증을 해소해 주지 못했던 것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녀의 큰 눈이 더 커졌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해소되기도 하고 해소되지 못한 채 쌓이기도 했죠.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SM과 함께한 시간은 감사한 시간들이었어요. 다만 정우성 선배님과 이정재 선배님이 지향하는 바와 제가 꿈꾸는 바가 잘 맞았기 때문에 용기를 냈죠. 좋은 배우가 되는 게 SM 식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목표는 연예다. 강렬한 사랑을 원한다”

아티스트컴퍼니에는 고아라 외에도 하정우·염정아·이솜·남지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많다. 세대를 아우르는,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가 있었다. 

“정우성·이정재 선배님은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에요. 작품을 할 때, 혹은 쉴 때 배우라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해 주시죠.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노하우를 전수해 주시려고 해요. 그것들을 모두 제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들 정도죠. 두 선배님뿐만 아니라 소속사 식구들과도 소통이 자유로워요.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한 매니저분들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남지현·이솜씨와는 연기관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소소하게 여자들끼리 할 수 있는 얘기도 하고 좋아요. 언젠가 이 친구들과 배낭여행도 가고 싶어요.”
아나운서가 꿈이던 어린 고아라는 가수 오디션에 참가한 친구를 따라갔다가 인생이 바뀌었다. 우연히 SM 베스트 청소년 선발대회 무대에 섰는데, ‘외모짱’ 부문 1위를 했다. 그리고 KBS2 드라마 《반올림》(2006)을 만난 후 운명이 시작됐다. 

“《반올림》은 유난히 많은 역을 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할머니 분장도 해 보고, 정신분열증 연기, 아나운서 역할도 해 봤죠. ‘배우가 되면 이런 걸 다 해 볼 수 있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죠. 그때나 지금이나 작품과 연기를 대하는 마음은 똑같아요. 다양한 걸 표현하고 싶어요. 작품도 다양하게, 캐릭터도 다양하게, 장르도 다양하게요. 악역도 좋고 정통 사극도 좋아요. 표독스러운 역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할 수만 있다면 예능도 하고 싶어요. 너무 욕심이 많나요?(웃음)”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고아라는 사실 다작 배우가 아니다. 고작 1~2년에 한 번쯤 텔레비전에 나오거나 영화에 출연하는 게 전부였다. 그녀가 왠지 더 신비로워 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2013년 《응답하라 1994》(tvN)로 워낙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후 여기저기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고아라가 이렇듯 다양한 걸 해 보고 싶어 하는 줄 몰랐다.

“시간과 타이밍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의도하지 않은 휴식기도 있었죠. 촬영하고도 방송되지 않은 작품이 있었고, 일본에서 2년 정도 활동하기도 했고요. 다작하고 싶은 욕구는 변함없는데,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주변의 환경과 상황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바심 나거나 초조하지는 않아요.”
소속사도 옮겼고, 드라마 《화랑》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도 끝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화끈하고 열정적인 사랑이다. “물론 오다가다 만난 인연은 분명히 있지만, ‘운명이다’ 하고 확 꽂힌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어요. 매일 일기를 쓰면서 ‘나와 어울리는 남자는 누구일까’를 상상하면서 이상형을 만드는 중이에요. 강렬한 사랑을 원해요. 올해 목표가 연애일 정도죠. 남자친구와 손잡고 놀이동산 데이트를 하는 게 꿈이에요. 언젠가는 운명의 상대가 나타나겠죠?” 도약을 위해선 발돋움이 필요하다. 과감한 선택으로 새 출발을 알린 고아라는 지금 껑충 뛰어오를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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