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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脫EU’ 외치는 극우 정당 바람 잦아드나

네덜란드 극우 패배, 프랑스·독일 선거에 영향 미칠지 관심

강성운 독일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9(Sun) 13: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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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9일, 61개 유럽 도시에서 ‘유럽의 맥박(Pulse of Europe)’이라는 시위가 열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퍼진 반(反)유럽연합(EU) 운동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시작된 친(親)EU 운동이다. ‘유럽의 맥박’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준 충격에 마냥 빠져 있을 수만은 없다”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EU에 찬성하는 시민들을 모으고 있다. 이날 독일에서만 46개 도시에 2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친EU 선언문을 낭독하고 “EU에 머물자”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의 화두는 단연 3월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이었다.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시위에서 주최자인 폴커 구슈테트는 “네덜란드에서 그랬듯이, 유럽에 적대적인 포퓰리즘이 4월 프랑스 대선에서도 실패하길 바란다”는 말로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이처럼 네덜란드 총선은 브렉시트 이후 EU의 운명을 가늠할 지표로 평가받았다. EU 탈퇴, 이슬람 신도 추방을 공약으로 내건 자유당(PVV)의 대약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EU 회원국가에는 ‘반EU’ 바람이 급속히 퍼졌다. 독일·프랑스 등 EU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에서는 “EU 때문에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일자리는 일자리대로 뺏겼다”는 불만이 커졌다. 반면 이탈리아·그리스 등 EU 국경국가에서는 “난민은 자꾸 들어오는데 EU는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분노가 이어졌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EU 탈퇴를 부르짖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급성장했다. 불과 몇 년 만에 독일의 독일대안당(AfD), 프랑스의 국민전선(FN), 네덜란드 PVV 등이 각 나라에서 정권을 넘보는 세력으로 몸집을 키웠다.

 

총선에서 패한 헤르트 빌더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대표가 3월22일 연정 구상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EPA 연합


프랑스 르펜 후보, 네덜란드 빌더스와 공조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승자는 따로 있었다. 선거 직전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외교전에서 능숙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였다. 뤼터가 이끈 자유민주당(VVD)은 21.3%의 득표율로 여당 자리를 지켜 하루아침에 EU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반면 헤르트 빌더스 PVV 대표는 큰 타격을 입었다. 득표율과 의석수 모두 2012년 총선에 비해 증가했고, 제2당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세는 선거 전과 같지 않았다. 그는 선거 직전 자신의 꾀에 넘어갔다. 빌더스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네덜란드를 “나치 국가”라고 도발하자 “미쳤다”며 맞불을 놓았다. 양국의 외교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빌더스에게는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고 민족주의자들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네덜란드 유권자들은 그의 얄팍한 수를 꿰뚫어보았다. 독일 언론 ‘차이트 온라인’은 “최근 외교 사태에 대한 분노와 네덜란드의 EU 탈퇴 현실화에 대한 공포가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한 정신의학전문의 의견을 실었다. 최근 31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82%라는 투표율도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경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런던에 소재한 EU 정책 싱크탱크인 ‘유럽개혁센터’의 렘 콜테웩 수석연구원은 “이슬람, 민족 정체성, EU와 불평등 등 이번 선거전의 화두는 모두 빌더스가 만든 것이며 그는 앞으로도 네덜란드와 EU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빌더스의 패배가 확정될 무렵, 프랑스 남부 생라파엘에서는 국민전선(FN)의 선거유세가 열리고 있었다. 마린 르펜 FN 총재는 2014년 “유럽의회를 내부에서 무너뜨리겠다”며 빌더스와 손잡고 원내그룹인 유럽민족자유당(ENF)을 결성할 만큼 빌더스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

 

하지만 르펜은 자신의 지지자들 앞에서 빌더스의 선거 결과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르펜은 이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선거 결과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우리의 공통된 생각이 여러 유럽 국가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르펜의 대중적인 지지기반이 네덜란드 빌더스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넓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독일 언론 ‘차이트 온라인’은 “르펜은 빌더스보다 훨씬 온건한 수사를 사용하며, 평화로운 프랑스를 내걸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르펜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된 사실만으로 이미 프랑스 내 반EU 정서의 대중성이 드러난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마린 르펜은 4월 치러질 프랑스 대선에서 결선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나온 모든 여론조사 결과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무소속 후보와 함께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상태다.

 

총선에서 승리한 자유민주당(VVD)을 이끈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3월15일 총선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 PDP 연합


“트럼프 당선이 극우 정당 주춤하게 만들어”

 

 

한편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 정치권은 네덜란드의 총선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바탕 삼아 ‘친EU 대세론’을 일으키고, 독일 국내의 탈EU 운동을 잠재우려는 시도다. 네덜란드 총선 이튿날인 3월1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네덜란드의 높은 투표율이 유럽 친화적인 선거 결과로 이어져 매우 기쁘다. 민주주의에 좋은 날이었다”며 투표 결과를 ‘친EU파의 승리’로 해석했다. 반면 난민 추방과 독일의 EU 탈퇴를 주장해 온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프라우케 페트리 총재는 “PVV에 더 나은 결과를 바란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유럽 내 극우 정당의 득세가 오히려 극우를 뺀 나머지 세력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자유민주당 뤼터 총리의 총선 승리 역시 이 덕을 본 것이란 말도 나온다. 뤼터가 일부 유권자에게는 극우 빌더스에 대한 ‘온건한 대안’으로 비쳐졌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유럽의 정치학자인 로타 프롭스트는 독일 공영방송 zdf 뉴스에서 “정치권이 오른쪽으로 기울었지만 선거 결과는 극우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 신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유럽의 극우 포퓰리즘 정당 지지자들을 더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견해도 있다. 좌파 주간지 ‘프라이탁’의 발행인인 야콥 아욱슈타인은 ‘트럼프에게 우리가 고마워해야 할 다섯 가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고맙게도 민주 세력의 집결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독일의 정치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당장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는 것을 넘어, EU를 둘러싼 갈등이나 난민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폴란드의 시사주간지 ‘고쉬치 니지엘네’는 “단지 네덜란드 빌더스나 프랑스 르펜 등 극우 세력의 집권을 당장 막겠다는 것은 매우 빈약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전역으로 퍼진 EU 회의주의를 종식시키려면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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