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사고 4달이 지나서야 안전대책 내놓은 편의점 CU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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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도 사망진단서 변조 등 잘못된 대응으로 논란

 

4월4일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은 지난해 경산 지역 가맹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안전한 매장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밝혔다. BGF리테일은 박재구 대표이사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유가족과 CU를 아끼는 모든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망 사고가 발생한지 4달이 지나서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BGF리테일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사망 사고에 대해 외면하던 BGF리테일이 최근 기자회견과 1인 시위 등으로 사건이 이슈화되자 비난 여론을 막기 위해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건은 지난해 12월14일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한 CU편의점에서 일어났다. 조선족 취객이 비닐봉투 값 20원 때문에 알바노동자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돌아간 뒤, 흉기를 가지고 다시 편의점을 찾아와 알바노동자를 살해한 것이다. 사방이 막힌 편의점 계산대 안에서 흉기에 상해를 입은 알바노동자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2016년 12월15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편의점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사망사고 이후 BGF리테일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한 번도 유족 측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으며, 유족 측에서 본사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을 하지 않는 등 고의적으로 소통을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 시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BGF리테일 측에서는 단 한마디의 유감 표명도 없었고, 심지어 고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알바노조는 해당 사건이 무리한 야간노동과 빈약한 안전대책 때문이었다고 지적한다. 알바노조는 최근 서울 선릉역에 위치한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사시 탈출할 수 없는 ㄷ자 모양의 카운터 구조를 개선할 것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또 BGF리테일 홍석조 회장과 박재구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BGF리테일은 ‘가맹점주의 권한과 의무’라며 점주에게 책임을 미뤘다. 회사 측은 알바노조에 “가맹본부가 가맹점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을 기울이는 시스템이지만 개인 사업자인 가맹점주의 권한과 의무를 본사가 대신할 수는 없다”며 “스태프 근무 관련 법적 기준 준수와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가맹점주와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내용의 입장을 보냈다. 

 

유족들과 피해자의 친구들, 알바노조 등으로 구성된 시민대책위원회는 3월29일부터 1인 시위를 하면서 본사의 처사에 항의했다. 알바노조는 “편의점에서는 매년 300~400건의 강력범죄, 1500~2000건의 폭력 범죄가 일어난다”며 “35~50%에 이르는 매출 수수료를 챙기면서 CU의 조끼를 입고 CU의 도시락을 팔고 CU의 인사법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최저임금 받으며 일하는 편의점 알바 노동자가 이렇게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알바 노조는 안전대책이 마련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2016년 12월15일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편의점 근로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BGF리테일은 3년 전에도 가맹점주의 죽음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점포 계약 해지 문제로 본사 직원과 갈등 상황에 놓였다 자살한 점주의 사망진단서를 변조해 사망 원인이 자살이 아니라 지병 때문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당시 과도한 위약금과 일방적 운영방침 등을 이유로 점주들이 잇따라 자살했지만 BGF리테일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사망진단서 변조논란이 불거지고 피해 점주들이 홍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건이 이슈화되자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은 “해당 사안에 대해 서둘러 입장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업무 처리로 깊은 상심을 안겨드린 데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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