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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가정상비약은 오래돼도 먹을 수 있다?

의학적 근거 없는 왜곡된 건강 상식 백태(4)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9(Sun) 14: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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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0년 전 라듐은 화장품·스타킹·치약 등의 원료로 사용됐다. 방사능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 라듐은 질병 치료와 미용에 좋은 물질이라는 게 상식으로 통했다. 라듐의 위험성을 깨닫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이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 만인의 관심사인 건강에 대한 얘기는 더욱 그렇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건강 상식이 누군가의 경험에 업체의 상술까지 더해져 왜곡된 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사실과 다른 얘기가 뇌리에 똬리를 틀면 어느새 건강 상식으로 통한다. 왜곡된 건강 상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예컨대 간에 좋다는 특정 식품으로 간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시사저널은 의사·식품학자·약사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중에 떠도는 잘못됐거나 왜곡된 건강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기사를 여러 회에 걸쳐 게재한다. 

 


 

# 가정상비약은 오래돼도 먹을 수 있다?

 

가정마다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등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약들이 가득하다. 처방전 없이 구입한 일반의약품은 대개 안전하므로 응급할 때 먹어도 큰 탈은 없다. 그래도 약은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부 소비자는 포장지에 적힌 유효기간을 살핀다. 약품의 유효기한은 식품의 그것과 다르다. 그 기간까지 약효가 90% 이상 남아 있다는 것이지, 그 기한 이후에는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유효기간 이내의 약이라고 안전할 수 없고, 그 기간 이후의 약이라고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또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은 따로 표시해 두지 않으면 무슨 약인지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한마디로 집에 있는 모든 약은 소비자가 복용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날을 잡아 집에 있는 약을 싸 들고 동네 약국을 찾아가면 약사가 정리해 준다. 먹어도 되는 약은 표기해 주고 먹지 말아야 할 약은 약국에 비치한 의약품 폐기물 함에 버린다. 보건소는 그 약들을 거둬간 후 소각한다.

 

 

#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

 

금연자의 절반 정도는 살이 찐다. 그 이유는 담배 냄새가 사라지면서 미각과 후각이 살아나 음식 맛도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또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그러나 금연 후 체중이 늘더라도 평균 2~5kg에 그친다. 금연 후 체중 증가가 걱정이라면 입이 심심할 때마다 칼로리가 적은 오이나 당근 등을 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운동량을 늘려서 체중 증가를 막을 수 있다. 금연을 통해 얻는 건강의 이득에 비하면 체중 증가로 인한 건강의 해로움은 미미하므로 체중 증가 때문에 금연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 자전거 타기는 관절 건강에 좋다?

 

자전거 타기는 특히 허벅지 근육 단련에 좋은 운동이다. 하지만 무릎을 과도하게 굽힌 채 자전거를 타면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간다. 자전거 안장 높이를 충분히 높여 무릎이 많이 굽혀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또 최근 자전거 타기 붐이 일면서 장거리 또는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자전거를 타는 자세는 목, 허리, 손목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무리한 자전거 타기는 피해야 한다. 등산도 건강에 좋은 운동이지만 경사도가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무릎 관절에 부담을 준다.

 

 

# 허리디스크라면 허리만 아프다?

 

허리디스크가 생기면 허리만 아플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다리에도 통증이 생긴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다리가 아픈 경우는 흔하다. 디스크(추간판)가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눌렀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될 수 있다. 디스크가 빠져나온 정도에 따라 허리 통증만 있기도 하고 다리 통증만 생기기도 한다. 허리와 다리에 모두 통증을 느끼는 일도 있다.​ 

 

 

# 아이의 안짱걸음은 어릴 때 교정해야 한다?

 

안짱걸음 대부분은 치료가 필요 없다. 아이가 안짱걸음을 걸으면 걱정하는 마음에 보조기 업체의 상술에 현혹된다. 아이는 어릴 때부터 보조기 치료나 도수 치료를 받지만, 그 효과는 없다. 부모가 유일하게 할 일은 안짱걸음이 질병에 의한 것인지 정상 발달 과정인지를 소아정형외과 전문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 안짱걸음이 좀 남아 있어도 성장이나 운동 능력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유명 육상선수 중에는 약간의 안짱다리가 많다.

 

 

# 무릎에 생기는 물은 빼도 또 차므로 그냥 놔둬도 된다?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의 관절에 물이 차는 증상은 관절연골이 상해서 그것을 보호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반응이다. 연골이 어느 정도 재생돼 좋아지기 전까지는 관절의 물은 빼내도 계속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관절 내의 물을 아예 빼낼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물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관절 내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골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적당량의 물을 빼서 관절 내부 압력을 낮추면 무릎도 부드러워지고 연골이 상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 간 질환 환자는 특정 엑기스(농축액) 식품을 먹는 게 좋다?

 

간은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한 소화 효소를 분비하고,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대사 작용, 비타민과 호르몬 대사, 체내로 흡수된 화학물질의 해독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런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엑기스라고 부르는 농축액이나 진액 식품의 유혹에 쉽게 빠진다. 엑기스가 간에 쌓인 독성을 풀어준다거나 간 기능을 회복시켜준다는 광고 문구에 혹한다. 간 질환으로 간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런 식품을 먹으면 간에 부담이 가해져서 간 기능은 더 떨어진다.

 

 

# 전문가가 추천한 특정 음식을 먹었는데 효과가 없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법적 배상을 받기 어렵다. 전문가가 연구 논문이나 자료를 근거로 한 말은 특정인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제품의 판매자가 그 효과를 부풀려서 광고했고, 그 제품을 사서 먹은 소비자가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부작용을 겪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는 식품위생법 위반이거나 사기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런 경우는 소비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씀 주신 분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훈정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김광현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성진 세명약국 약사

김수인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김태민 식품․의약품 전문 변호사

김태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박수아 맑은약국 약사

박순섭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전문의

변지연 이대목동병원 피부과 교수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양광모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이동훈 세브란스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이정원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교수 

이주혁 키스유성형외과 원장

이진화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실장

최낙언 식품업체 시아스 이사

편욱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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