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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피고인 박근혜를 징역 ◦◦년에 처한다”

뇌물죄 인정 땐 형량 두 자릿수 불가피…차기정권 중·후반 사면 가능성도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04.03(Mon) 13:00:00 | 14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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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1일 새벽 4시29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빠져나와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뒷자석 가운데 앉았고, 여성 검찰수사관 두 명이 양옆에 탑승했다. 쏟아지는 플래시 속에서 드러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초췌했다. 붉어진 눈시울은 구치소로 향하는 심경을 대변하는 듯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 차량은 4시45분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세 번째로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순간이었다.

 

앞서 전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강부영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전 3시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3가지 범죄 혐의 가운데 어떤 혐의를 소명(疏明)된다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가운데 가장 중대한 혐의는 뇌물죄다. 검찰 또한 구속영장 청구서의 별지 91페이지 가운데 약 40페이지를 뇌물죄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힌 부분은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법원의 판단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3월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만 13가지에 관련 증거도 방대해 재판 기간은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4월 중순 기소할 경우 10월까진 1심 선고가 나와야 한다. 형사소송법은 1심에서 피고인의 구속 기간을 2개월로 규정한 뒤 두 차례에 걸쳐 2개월씩 연장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항소심과 상고심의 경우에는 세 차례에 걸쳐 2개월씩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2019년 초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어느 정도 될까. 법조계의 시각은 뇌물죄 등 주요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 형량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범죄혐의의 종류와 죄질, 1000억원이라는 뇌물 액수 등을 고려하면 족히 실형 15년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을 하는 경우 감경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10년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판단 기준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이다.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둬 사회적으로 중요한 범죄의 양형기준을 설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뇌물 범죄(5억원 이상)는 제6유형에 속한다. 이 경우 양형은 9년에서 12년까지 가능하다. 가담 정도 및 실제 이득액이 경미한 경우, 진지한 반성이 이뤄진 경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경우 7년에서 10년으로 감형된다. 반면 3급 이상 공무원, 2년 이상 장기간의 뇌물수수,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경우 최소 11년 징역에서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현재처럼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경우 가중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유기징역이 선고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최대 징역 4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형법상 징역형의 최상한은 30년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여러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선고형의 절반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직권남용과 강요죄의 경우 각각 5년 이하의 징역, 공무상 비밀누설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로 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적어도 뇌물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뇌물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가 유죄로 판단된다 해도 5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있고, 항소심과 상고심을 통해 형량을 감경받을 수 있어서다. 대법원을 통해 징역 3년 이하로 형량이 줄어들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다.

 


차기정권 중·후반 사면 가능…국민정서가 관건

 

박 전 대통령은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형량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형이 유력한 만큼 벌써부터 사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사면권 행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고 강조해 왔다.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박 전 대통령 스스로가 사면권을 바랄 수도 있는 처지가 됐다.

 

물론 사면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대선 주자들의 뜻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금 대선 주자들이 구속, 불구속, 사면 여부를 말하는 것은 조금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국민 공론화를 거쳐서 대통령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만 내놨다. 보수진영 후보들의 입장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면을 하겠다”는 후보는 물론 “사면을 하지 않겠다”는 후보 역시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면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무기징역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징역 12년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1997년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협의를 거친 뒤 특별사면과 복권을 단행했다.

 

사면이 이뤄질 경우 그 시점은 차기정권의 임기 중·후반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민정서가 부정적인 데다 아직 확정판결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사면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임기 중·후반 국정 주도권이 약해질 무렵 국정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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