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치료법이라고 무조건 맹신 금물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3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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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칼럼] 최신(最新)의 치료보다 최선(最善)의 치료를 선택해야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의학도 함께 발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최신 치료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마다 자기가 하는 치료법 이름에 컴퓨터○○, 레이저○○ 등 최신 기술을 가져다 붙인다. 요즘에는 나노○○, 로봇○○을 표방하는 치료법이 유행이다. 보고 있자면, 마치 신기술이 접목된 치료법이 내 병을 깨끗하게 낫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연 이처럼 쏟아져 나오는 최신치료법은 기존의 치료방법에 비해 더 좋은 치료법일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새로운 치료법 중에는 획기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 의료계의 큰 방향을 변화시키는 신기술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치료법이 가진 단점과 한계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거나, 과학적인 신기술을 기존의 치료법에 접목시킨 것이다. 이런 최신 치료법이 기존 치료법보다 치료 효과가 더 좋은가 여부는 그때그때 다르다.

 

ⓒ pixabay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약 중의 하나가 진통소염제다. 무릎이 아플 때도, 허리가 아플 때도, 수술을 하고 나서도 진통소염제를 먹게 된다. 진통소염제는 일반적으로 소화 장애가 있어 오래 복용하기가 힘든데, 요즘에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한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새로 개발되었기에 가격도 상당히 고가다. 그렇다면 기존의 진통소염제에 비해서 진통 효과가 더 클까? 꼭 그렇지는 않다. 새로운 약은 소화 장애가 있는 환자들도 약을 먹을 수 있도록 부작용을 줄인 것이지, 진통제 본연의 효과인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기존 것보다 더 커진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약, 비싼 약이니까 효과도 더 좋을 것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다른 예로 안과에서 시력교정을 위해서 하는 라식수술과 라섹수술이 있다. 라식수술이 한창 유행한 후 라식수술로 시력교정이 불가능한 고도근시의 시력교정을 위해 대안으로 라섹수술이 개발됐다. 그렇다면 최신 라섹수술이 라식수술에 비해 더 좋은 치료법인가? 그렇지 않다. 라섹수술은 라식수술의 한계점을 보완한 치료법이라 볼 수 있다. 라식수술을 해도 무방한 사람이 라섹수술을 선택한다면 수술 후 통증도 심하고 회복기간도 길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라섹수술은 더 좋은 치료법이라기보다는 기존의 치료법을 보완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한편으로 어떤 최신 치료법들은 초기에는 엄청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돼 유행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 이유는 기대했던 것만큼 그 효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치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기존의 치료 방법과 비교했을 때 들이는 노력에 비해 이점이 별로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학 발전을 위해 새로운 치료법은 끊임없이 시도돼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그 시도의 당사자가 된다면 어느 누구도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최신(最新)의 치료가 반드시 최선(最善)의 치료는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최선의 치료는 무엇인가? 내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치료를 받는 이유는 당연히 ‘낫기 위해서’이다. 쉽고 간단하게, 그리고 빨리 낫게 하는 치료법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최신의 치료법이나 고가의 치료법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이 현재 환자 상태에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상태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맞는 치료법으로 갈아타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 본인이 어떤 것이 나에게 최선의 치료인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험 많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에 대한 애정과 병을 고치고자 하는 열정과 지식이 덕목이고, 환자는 최신의 치료보다 자신에게 딱 맞는 최선의 치료 방법을 선택해줄 수 있는 의사를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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