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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대선 경선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국민은 네거티브가 아닌 페어플레이 원한다

권상집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9(Wed) 16: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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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의 대선 경선 과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TV토론 또는 지역 유세를 통해 경선 후보들은 저마다 구체적인 공약 또는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을 내세우며 지지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정치 또는 선거에 관해 대중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각 당의 후보들은 TV토론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고,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지자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경선이 진행될수록 후보들은 초심을 잃고 상대에 대한 무책임한 비방과 비난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권교체의 가장 유력한 후보들이 모인 민주당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지지율로 치면 최상위권을 다투고 있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는 연일 상대에 대한 공격과 방어에 바쁜 모습이다.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는 건 유권자에게 좋은 모습이지만, 경선이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정책과 신념에 대한 차이를 묻던 상호 토론은 무분별한 비난과 비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TV토론에서 구체적인 공약의 이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 또는 대선 본선에서 표에 예민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질문에는 서로 답변을 회피하고 본질이 아닌 상대 공격에만 치중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토론회가 3월21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사회장, 안희정 충남지사, 최성 고양시장. ⓒ 국회사진취재단


일례로, 안희정 후보의 경우 MBC에서 진행된 후보 합동 토론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SNS를 통해 문재인 후보를 향해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안희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문 후보 캠프의 태도로는 정권교체도, 성공적인 국정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후 안 후보는 언론 등을 통해 ‘상대 후보의 공격에 시달렸던 서운함을 밝혔던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서운하다고 해서 상대 후보의 품격까지 훼손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대연정 또는 선의 발언에 대해 상대 후보들이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서운해 하고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상처 받은 후 ‘너도 당해봐라’ 식의 네거티브를 상대에게 표출한 그의 도량(度量)이 부족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안희정 후보는 국가개혁 과제를 위해 다수의 연합정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의회와 대화해야 함을 역설했다.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그가 강조하는 국가개혁 과제는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적폐청산 및 국가개혁 과제에 과연 반개혁 세력이 어떻게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건지, 의회를 바탕으로 한 다수의 정치가 언제나 최선의 정치, 미덕의 정치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대해 타 후보들의 합리적인 반박 또는 네티즌들의 비난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논리적으로 이를 해명하지 않고 상대 후보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표명하는 건, 최근 안희정 지사가 그토록 강조했던 새로운 정치, 통합의 리더십과도 가장 거리가 먼 행위이다.

 

문재인 후보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그는 가장 많은 이들로부터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의 비판을 문재인 후보 또한 겸허하게 경청해야 한다. 이명박 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을 캠프에 받아들이거나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 캠프에 있던 교수를 영입하는 모습은 인재 영입에 있어 세(勢) 확산이 중요할 뿐 원칙과 기준은 전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신념과 철학이 다른 여러 인물들을 한데 모아 캠프를 구축하는 모습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적폐청산을 실행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념과 철학이 아닌 세력 확산만을 위해 영입된 캠프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내각에 입성해 어떤 문제와 말썽을 일으켰는지 지난 정권들은 수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 역시 안희정 후보의 대연정을 과연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재명 후보 또한 경선 과정에서 너무 날이 서 있다. 국민들이 탄핵정국 당시 그를 지지했던 이유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부패 또는 적폐를 청산한 적 없는 우리나라 역사에 비로소 정의로움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후보 역시 상대 후보의 발목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토론 과정에서도 자신을 향해 난처한 질문을 던지는 후보들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여 보는 이를 난감하게 했다. SNS상에서 사이다 발언을 하고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그의 날카로운 언행이 같은 당 후보들에게 향할 때 이를 보는 국민들은 심리적으로 불편함과 거부감을 느낀다. TV토론에서 연일 네거티브에만 주력하는 최성 후보 역시 새로운 인물로서의 관심은 끌었을지언정 차세대 리더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어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다른 당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의당은 현장투표와 여론조사 배합 비율을 놓고 안철수 후보와 손학규 후보가 민망할 정도의 신경전을 벌였다. 두 후보 중 한 명의 후보가 선거 기준에 관한 권한을 상대에게 위임했더라면 유권자 또는 국민들이 바라보는 모습은 달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기를 희생하는 후보의 통 큰 모습을 국민들은 원한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토론 과정은 또 어떤가. 민주당 후보를 향해 ‘또 다른 실세가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빴다. 심지어 자유한국당의 김진태 의원은 TV토론에서 조차 ‘박지원’, ‘문재인’이라며 상대 당 대표 또는 후보의 이름만을 부르며 정치인으로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부덕(不德)의 자세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이다.

 

경선 과정에서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결국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깨끗하게 경선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한 패자에게는 더 큰 박수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함께 보낸다. 아름다운 패자에게 향후 더 큰 기대를 걸며 그에게 또 다른 지지를 보내는 것이 바로 국민들의 자세이자 상식이기 때문이다. 5년 전, 안철수 당시 후보는 대선에 나서는 선언문에서 상대에 대한 무책임한 네거티브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정책 및 철학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상대 후보를 헐뜯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후보들의 모습은 더 많은 실망과 상처를 국민에게 남긴다.

 

또한 후보들의 뒤에서 선거를 지휘하는 캠프 역시 네거티브보다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해서 더 높은 확장성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둬야지 무분별한 인물 영입으로 확장성을 표명하거나 상대에 대한 무차별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지지도를 지켜내려는 태도는 자제해야 한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캠프에 참여한 일부 의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원색적인 비난을 할 때조차도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식의 우호적 태도를 취하거나 때로는 후보보다 더 심하게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페어플레이가 사라지고 네거티브만 난무하는 것이 선거 과정이라고 하나, 이번 탄핵 정국을 거치며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 그리고 바램이 더 높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정치인들의 경선 과정이 제자리걸음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매번 대선 때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며 하루아침에 자신의 지지 세력을 뒤바꾸는 일부 교수들과 고위공직자들 역시 경선 과정의 네거티브를 부채질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모 방송사에서 대선 후보를 검증하는 역할을 하던 교수는 5년 전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 몸을 담았다가 이번에 문재인 캠프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인물이 공정한 정치와 사회를 후보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를 자처하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의 문재인 캠프 합류는 또 어떠한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또 다른 미래 세력에 몸을 위탁하는 그들 역시 네거티브의 주범일 뿐이다. 국민에게 미덕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지저분한 경쟁을 펼치면서 미래를 약속할 수는 없다.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승리보다 아름다운 패배와 미래를 선택하는 정치인을 이제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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