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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문재인, 진공청소기처럼 인재 빨아들인다”

1000명 넘는 역대급 자문단…조윤제·김광두 등 주도

구민주 기자 ㅣ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03.28(Tue) 15:10:33 | 14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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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는 걸까, 모으는 걸까.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 ‘더문캠’의 인재영입이 쉴 새 없다. 현재 대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유력 주자니만큼 많은 인재들이 먼저 찾기도 하지만, 캠프에서도 세(勢)를 불리기 위해 무분별하게 영입을 진행하고 있다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선 “문캠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곳곳의 인재들을 빨아들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계속되는 영입으로 캠프 몸집은 진작 역대 최대 규모를 이룬 상태다. 캠프 실무 조직만 해도 2실(비서실·종합상황실)과 10본부 체제로 꾸려져 있다. 각 본부장 자리는 외부에서 영입한 예종석 아름다운재단 이사장(홍보본부장)과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SNS본부장)을 제외하고 모두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맡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3월15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에서 인재영입을 발표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호기 연세대 교수, 문 전 대표,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 연합뉴스


문 전 대표 측은 캠프 구성 초기부터 ‘친(親)문 패권’이라는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탈(脫)계파’를 선언하며 비문(非文)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은 박원순계 인사였다. 총괄본부장 송영길 의원 역시 비문 진영에 속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부본부장 자리 등 캠프 2선에는 대부분 친문 세력이 포진해 있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의원은 직함은 없지만 캠프 외부인사 영입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내부에선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친문계 홍종학 전 의원이 사실상 ‘실세’이며, 따라서 캠프 내 모든 정책이 홍 전 의원을 거친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비선’이라 불렸던 ‘3철’ 중 한 명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비서부실장으로 캠프에 합류해 있다. ‘3철’이 여전히 문 전 대표의 물밑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임종석 비서실장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비서실이 캠프 일에 종합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곳이긴 하지만 투명한 회의체계를 갖춰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모른 채 뒤에서 이뤄지는 일은 전혀 없다”고도 했다.

 

 

매머드급 인재영입 ‘세(勢) 과시’에 비판도

 

문재인 캠프가 ‘매머드급’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실무 조직보다도 1000여 명의 인사가 참여하고 있는 다수의 자문기구 때문이다. 2016년 10월 출범 당시에도 500명의 교수로 꾸려져 ‘초대형’이라는 평을 받았던 문 전 대표의 정책 싱크탱크 ‘국민성장’은 현재 참여 인원 1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사령탑은 조윤제 서강대학교 교수로, 참여정부 경제보좌관을 지낸 인연이 있다. 캠프 내에서 사실상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 마련을 주도하고 있다. 조 교수는 국민성장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현철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차기 문재인 정부의 유력한 경제부총리 후보 중 한 명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최근 캠프의 또 다른 국정 자문기구인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에 굵직한 경제통이 합류하면서 경제 컨트롤타워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의 경제교사’로 불렸던 보수진영 대표 경제학자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이 3월15일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된 것이다. 캠프 관계자는 “조 교수와 김 전 원장이 둘 다 서강대 교수 동료여서 관계가 나쁘진 않다”면서도 “현재로선 조 교수가 캠프 내에서 힘이 더 있으며, 김 전 원장은 문 전 대표의 보수층 아우르기 차원에서 영입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미술팀


이 밖에도 문재인 캠프 자문기구 중 경제와 관련해 ‘비상경제대책단’과 ‘일자리위원회’도 출범한 상태다. 이들은 각각 이용섭 전 의원과 김진표 의원이 이끌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캠프 경제특보 직위도 겸하고 있어 문 전 대표의 경제정책을 이끌 또 다른 축으로 지목된다. 캠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비상경제대책단’이 교수들과 당장의 현안에 대해 논하는 곳이라면,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는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과 중장기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안보를 책임질 자문기구도 남다른 기세를 과시하고 있다. 김정남 피살 사흘 후인 3월16일 문 전 대표는 전직 외교관 24명으로 이뤄진 외교 자문기구 ‘국민 아그레망’을 출범시켰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가 단장을 맡아 심각한 외교 난제를 풀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여기에 이선희 전 방위사업청장 등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180여 명의 군 장성들이 모여 2월22일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을 형성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안보 분야 강화를 위해 가장 앞서 영입했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부인의 횡령과 5·18 관련 발언 문제로 물러나면서 일찍이 안보 행보에 생채기가 난 바 있다. ‘더불어국방안보포럼’은 문 전 대표가 이러한 논란을 수습하고 2012년 대선부터 보수진영의 공격을 받아온 불안한 안보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는 차원에서 탄생시킨 조직으로 볼 수 있다.

 

 

정책 충돌·방향성 상실 우려

 

더문캠의 ‘끌어모으기 식’ 영입전에 경쟁 후보 측에선 연일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3월19일 열린 민주당 5차 토론회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문 후보 근처에 몰려들고 있다”며 무분별한 인재영입을 지적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 역시 논평을 통해 “최근 문재인 캠프 영입을 보면 ‘민주당다움’을 찾아볼 수 없다”며 “‘세 과시’와 ‘줄 세우기’ 등 청산해야 할 ‘적폐’들이 어른거린다”고 꼬집었다. 안희정 캠프 정책단장인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문재인 캠프를 ‘잡탕’에 비유하기도 했다. 실제 문재인 캠프 관계자는 “조직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 내가 속한 파트만 신경 쓰기에도 정신이 없다”면서 “다른 본부나 기구의 사정을 잘 모른다”고 털어놨다.

 

영입은 계속하지만 정작 신선한 인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캠프의 인재영입을 보면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옛날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다시 패거리정치가 실현되고 캠프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성과 영입에 있어 가장 논란이 됐던 자문기구는 단연 ‘10년의 힘 위원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장·차관 출신 60여 명이 모여 2월14일 출범식을 가진 ‘10년의 힘’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정권교체를 경험한 과거의 실패 세력들이 다시 모인 그룹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모임의 정체성뿐 아니라 여기에 속한 개개인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시장은 “여기 속한 60명 중 15명이 삼성을 비롯한 재벌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며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문제투성이 인사”라고 비판했다.

 

1월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창립식 모습 ©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처럼 문재인 캠프가 전·현직 관료들과 수많은 외부인사들을 영입한 그 끝엔 결국 치열한 ‘자리다툼’만이 남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안희정 지사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를 언급하며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재인 캠프 측은 향후 자리를 생각지 않는 ‘자발적 지지자’들이 훨씬 더 많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임종석 비서실장은 “당선됐을 때 인사 문제는 현재 캠프 구성원들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새롭고 포괄적으로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캠프 조직에 대한 여러 비판과 잡음이 들리는 상황에서도 문 전 대표에 대한 외곽 지지 세력은 끊임없이 전국 단위로 헤쳐모여를 이루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모인 ‘더불어포럼’은 캠프에서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거대하다.

 

경제·문화·체육 등 13개 분야에 걸쳐 약 150개 협회 대표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전체 참여 인원이 1000명은 훌쩍 넘은 규모로 파악된다. ‘경남 더불어포럼’ ‘제주 더불어포럼’ 등 지역 단위로 출범식을 따로 열고 있고, ‘더불어 약사 포럼’ 등 직업별로도 뭉치고 있다. 전 지역, 전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더불어포럼’은 대선 레이스에서 문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캠프는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본선에 진출할 경우 당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희정·이재명 캠프 인사가 추가로 가세할 가능성도 크다. 영입 규모와 대상에 있어 문재인 캠프를 향한 눈초리가 따가운 만큼, 경선 후 2차 영입전에서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캠프 차원에서도 더욱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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