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압수수색하면서 당사자 삼성 왜 수사 안하나?”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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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배당 7개월 만인 올해 2월에야 고발인 조사 뒷말…검찰 측 ‘묵묵부답’

시사저널은 3월17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지난해 7월 뉴스타파에 보도되기 직전 CJ그룹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CJ그룹은 구속된 선씨가 사내망을 통해 계열사 재무팀 직원들의 이메일을 검색한 흔적을 찾아냈다. 이후 계열사 재무팀 임원에게 협박 메일이 온 만큼, 선씨가 동영상 촬영에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당시 선씨는 “이메일 주소를 동생에게 전달만 했을 뿐이다. 나는 무관하다”고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CJ그룹은 선씨가 구속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부실한 감사와 함께 ‘CJ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영상 촬영 시점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라는 점도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삼성과 CJ그룹의 전운이 고조되던 때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친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2012년 2월 7000억원대 유산 소송을 벌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까지 터지면서 두 그룹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CJ그룹이 보험 차원에서 이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건희 동영상’​과 관련해 검찰이 사건 배당 7개월여 만에 고발인 조사를 벌여 뒷말이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3월13일 검찰이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등 CJ 계열사를 압수수색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영상 촬영 과정에서 CJ그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열사를 압수수색했을 것으로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두 번째 동영상 촬영 때는 선씨가 직접 차량비와 촬영비를 지원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라며 “이번 압수수색 역시 CJ그룹의 조직적 개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함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보도 이후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검찰 수사 방향이 삼성이나 이 회장이 아니라, CJ 쪽에 쏠리는 것에 의문을 표시했다. 성매매 의혹 당사자인 이 회장이나 삼성을 두고 CJ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물타기’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뉴스타파에 이 회장 관련 동영상이 보도되자 파문이 적지 않았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유튜브 조회수가 1000만건에 육박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권력과 탐욕을 당연시 여기고 불법을 행하는 사회지도층 인사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수사 의뢰했다”는 게 위원회 측의 고발 배경이었다. 

 

당시 검찰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여성 및 아동과 관련된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검찰 관계자는 “동영상에 나타난 행위가 단순한 출장안마인지 (유사) 성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수사할 것이다. 또한 동영상 촬영을 사주하고 유포한 일당이 삼성 측에 금품을 요구하며 공갈·협박했는지 여부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뉴스타파를 통해 보도된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동영상에 성매매 현장이 담겨 있지 않은데다, 피고발인인 이 회장 역시 현재 병원에 입원해 3년 넘게 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사가 성매매보다 협박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들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검찰은 최근 수사 착수 7개월여 만에 CJ그룹 간부 선아무개씨를 구속했다. 동영상 촬영에 CJ그룹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정작 고발 사건의 수사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검찰은 사건을 배당 받고도 6개월 동안 문제의 동영상을 뉴스타파 측에 요청하지 않았다. 뉴스타파의 한 관계자는 “올해 1월 동영상 임의제출 요구가 있어 1월 말 검찰에 동영상을 넘겼다”고 말했다. 고발인 조사는 최근에야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7월 이 회장을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2월에 고발인을 불러 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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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검찰 측은 현재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답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건이 많아 동영상 촬영자를 먼저 수사하고, 이 회장 사건은 순서에 밀려 이제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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