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파트너십 해지 검토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3.16 15: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당국 제제 시 타격 불가피…‘빅4’ 국내 회계법인 시장 지각변동 예상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국내 파트너사인 안진회계법인과 제휴관계 청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단, 전제조건은 금융당국이 딜로이트안진에 대해 어떤 수준으로 제재를 결정하느냐에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딜로이트안진에 12개월 부분 영업정지를 사전 통지한 바 있다.

 

12개월 부분 영업정지는 딜로이트안진에게는 치명타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부분 영업정지는 신규계약만 힘들어질 뿐 재계약 수주는 가능하다. 이 때문에 3~4개월 완전 영업정지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신규 계약이 힘들어지게 되면, 영업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부분 영업만 결정돼도 기존 고객사들의 이탈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부실감사를 이유로 기존 고객사들이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부실 감사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다고 나올 경우, 대우조선해양 주주들의 줄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딜로이트나 딜로이트안진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다. 실제로 딜로이트안진은 오는 4월, 1400여개 고객 중 약 1100곳과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영국 딜로이트 본사는 합작파트너사인 딜로이트안진이 금융당국으로부터 12개월 부분 영업정지 제재를 받을 경우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파트너십 회사를 찾는 자구책을 최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딜로이트안진 사무실 ⓒ 시사저널 이종현

12개월 부분 영업정지 받을 시, 안진 ‘치명타’

 

딜로이트안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 감사다. 딜로이트안진은 5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월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4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딜로이트안진이 부정을 알고도 눈감아 준 것으로 확인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는 불가피하다. ‘4월 위기설’의 원인 중 하나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꼽히는 것도 딜로이트안진 입장에서는 악재다.

 

현재의 금융당국 분위기로 보면, 감시시스템 투명화를 위한 일벌백계 차원에서도 실질적인 제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진웅섭 금감원장은 딜로이트안진 부실 감사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안진의 책임이 확인되면 최대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딜로이트가 안진과의 파트너십을 청산키로 결정한 것은 금융당국의 제재가 치명타가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본사를 둔 한 글로벌 회계업체 관계자는 “딜로이트가 안진의 금융당국 제제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파트너십을 청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딜로이트가 안진회계법인과 파트너십을 청산했다고 해서 한국시장에서 완전 철수하는 것은 아니며, 또 다른 법인과의 파트너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이 안진회계법인에 있는 만큼 해지에 별다른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회계업계에서 딜로이트안진은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1~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삼정KPMG와 EY(언스트앤드영)한영까지 집어넣으면 4강 체제다. 해외 회계법인 시장도 딜로이트․PwC․KPMG․EY 등 4개사가 각축전을 벌이는 구조다. 특히 기업 인수․합병 부문에서 지난해 딜로이트안진은 업계 최대 실적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발표된 한국경제신문의 ‘마켓인사이트 2016년 자본시장 결산 조사’에 따르면, 회계실사 부문에서 딜로이트안진은 24건, 19조818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부실화에 딜로이트안진의 부실 회계감사가 일조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금융당국이 딜로이트안진 제제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 대우조선해양 제공

안진회계법인의 퇴출은 국내 회계시장 재편의 신호탄이 될 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장 나머지 빅3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딜로이트안진을 뺀 나머지 3사는 자체 내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기존 딜로이트안진 거래 업체와의 계약을 따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동시에 안진 출신 인사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작업도 벌이고 있다. 대형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무 특성상 회계인력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해당 클라이언트(기업)를 데리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안진 출신 인력을 데리고 오려는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딜로이트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될까? 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의 관계는 과거 산동회계법인과 KPMG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1985년 산경회계법인과 동영회계법인이 합쳐지면서 KPMG의 파트너사가 된 KPMG산동은 2000년 12월 대우그룹 부실 감사로 영업정지 1년 조치를 받고 끝내 문을 닫았다. 폐업 직전까지 KPMG산동은 매출 규모로 국내 3위를 달렸다. 이후 파트너사인 KPMG는 삼정회계법인과 파트너십을 새롭게 맺고, 국내에서 삼정KPMG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삼정회계법인은 산동회계법인 출신들을 대거 인수했다. 현재 삼정KPMG 대표인 김교태 대표도 산동 출신이다.

 

현재 딜로이트는 과거 대형 회계법인 대표를 역임한 A씨에게 신규 법인 설립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회계법인을 폐업시키되, A씨 주도로 만든 신규 법인이 안진 출신 인사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과거 KPMG와 삼정이 파트너십을 맺은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반면, 기존 다른 회계법인과의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빅4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회계법인들이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지난해 6월8일 경영 부실 은폐 의혹 등의 혐의가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딜로이트안진 비상 “인재 유출 막아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딜로이트안진은 최근 직원들에게 회사 사정을 설명하는 대표 명의의 이메일을 돌리고, 성과급을 조기 지급하는 등 내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와 별도로 최악의 경우를 감안해 회계감사법인과 경영자문법인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문제가 되는 회계감사법인은 없애고 딜로이트 단독 명의로 컨설팅(경영자문) 부문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현재 딜로이트안진에서 경영자문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해당한다. 2015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의 총 영업수익은 3006억원이었으며, 이 중 경영자문 영업이익은 39.1%인 1176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은 “현재로선 딜로이트와 맺은 파트너십에는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딜로이트 글로벌 고위층과 직원들 간 타운홀 미팅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 그때 해당 관계자로부터 ‘안진과의 파트너십에는 변함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금융당국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 대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