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숙박’ 중인 박 전 대통령, 청와대 언제 나서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press.com)
  • 승인 2017.03.1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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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규정 없어 정치권 ‘갑론을박’…노동당, 청와대 무단점거 혐의 고발하기도

3월10일 오전 11시21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이 됐다. 헌재가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면서 국민의 관심은 박 대통령이 ‘언제’ 청와대를 떠나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탄핵과 동시에 청와대 문을 나갈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이틀째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은 채 관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동 사저에 대한 시설과 경호 등의 준비가 부족해 당장 입주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3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사저를 4년 넘게 비워둔 상태였기 때문에 난방시설 등 내부 곳곳에 손볼 곳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도 대체로 탄핵 기각을 확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통령은 퇴거 대비에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탄핵 선고 직후인 10일 오후부터 청와대 직원들이 부랴부랴 삼성동에 도착해 사저 곳곳을 둘러봤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상자들을 사저 안으로 옮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포착됐다. 이튿날인 11일에는 이른 시간부터 도배 및 인터넷 통신망 설치 작업이 진행됐다. 경호 인력도 대거 보강됐다. 평소 3명 남짓의 경찰만 지키고 있던 것과 달리 사저 주변에 5개 중대 350명의 경찰 병력이 추가로 배치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선고 이후에도 아무런 입장 발표 없이 이틀째 청와대에 머물면서 갑론을박이 거세다. ⓒ 청와대 제공

 

 

 하지만 일각에선 이제 막 시작한 입주 준비 작업이 하루 이틀 새 끝나지 않고 일주일에서 한 달 이상까지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11일 서울 시청 앞 태극기집회 연단에 선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박 대통령이 돌아가야 할 삼성동 자택은 보일러조차도 가동되지 않는 상태”라며 “청와대를 떠나는 박 대통령 곁에는 거의 아무도 없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불법 점거 그만” vs “2~3일 준비시간은 줘야” 


정치권에선 당장 ‘민간인’ 신분으로 청와대에 머무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라 언제까지 청와대에서 나와야 하는지 정확히 규정된 바가 없어 더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저 사정을 고려해 최소 3~4일 정도는 기다려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인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국회가 나가라 말라 할 사안은 아니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 역시 “퇴거 준비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3일 정도는 용인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적지 않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불편하다”고 발표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11일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간인의 불법점거”라며 “박 전 대통령은 즉시 퇴거하는 게 맞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SNS를 통해 “관저를 못 비우겠단 건 헌재 판결을 우회적으로 불복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청와대 체류 중 증거 인멸 우려 목소리도

 

노동당의 경우 청와대를 무단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건조물침입․업무방해․군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노동당은 “헌법을 위반한 국정농단 범죄자가 청와대에 머무는 동안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청와대 대통령 기록물 등을 무단 폐기하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과 비서실 공직자 중 그 누구도 국정농단 관련 증거를 은폐 또는 훼손을 시도한다면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속히 청와대를 떠날 것을 경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즉각 퇴거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다. 11일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방 빼라”, “청와대는 숙박업소가 아니다” 등의 비판글로 도배가 됐다. 11일 광화문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은 본집회가 끝나고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며 박 전 대통령의 즉각 퇴거와 헌재 판결 승복을 외쳤다.

 

시민들의 계속된 외침에도 여전히 청와대는 구체적인 퇴거 날짜나 방식 등에 대해 침묵을 지켜오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는 형식과 절차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1월 오후 5시 30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3일경 청와대를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멘트가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아니어서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대문을 나서기 전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 선언 등의 내용이 담긴 대국민 입장을 발표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여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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