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대포까지 등장한 서울대 점거농성 153일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7.03.11 18: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원 200여 명 동원해 폭력 진압…본관 남겨진 학생들 "사실상 고립 상태"

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직원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53일째 본관(행정관)에서 점거 농성 중인 학생들을 끌어내는 과정이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본관 밖으로 끌려나온 학생들이 다시 진입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직원들은 소화전을 연결해 '물대포'까지 뿌려 논란이 예상된다.

 

3월 11일 해가 밝아올 무렵, 서울대 본관 앞에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본관으로 진입하려는 서울대 대학본부 직원과 진입을 막는 학생들이 강하게 대치했다. 전날 본관 진입 시도한다는 제보를 들은 학생들은 이른 아침부터 정문 등을 쇠사슬로 묶고, 의자·장롱·책상 등을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쳤다.

 

본관 앞에 집결한 200여 명의 직원이 일사분란하게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직원들은 사다리차 3대를 동원해 본관 5층으로 진입했고, 나머지는 정문에 설치된 나무판자를 부순 뒤 쇠사슬을 끊고 정문을 열었다.

 

이후 직원과 학생들이 정면 충돌했다. 진입을 막는 학생 70여 명과 직원들의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직원들은 학생 50여 명을 한 명씩 사지를 붙들고 본관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남학생 2명이 혼절해 119 구급차에 실려갔다. 찰과상 등 부상을 입은 학생도 다수 발생했다.

 

 

서울대 직원들이 3월11일 물대포까지 동원해 학생들의 본관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 ⓒ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서울대저널 제공

 

이후에도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 70여 명은 본관 밖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학생들은 "직원들과 청원경찰들이 학생들을 끌어내는 과정은 너무나 폭력적이었다"며 "본부 측의 행동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정오께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연 학생들은 본관 안에 남겨진 학생들에게 물과 음식을 주겠다며 재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직원들은 소화전을 연결한 뒤 진입을 하는 학생들한테 직접적으로 살포하기도 했다.

 

학생 14명은 본관 4층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바리케이트를 쌓고 직원들과 대치중이다. 본관에 남아있는 한 학생은 "(4층에 있던 학생들과 직원들이) 직접적으로 물리적 충돌을 벌이진 않아 다친 곳은 없지만 많이 불안한 상황"이라며 "밖에서 계속 충돌하면서 비명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3월11일 서울대학교 본관(행정관)에서 충돌이 벌어진 이후 학생 14명은 4층에 남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저널 제공

3월11일 서울대학교 본관(행정관)에서 충돌이 벌어진 이후 학생 14명은 4층에 남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저널 제공

 

 

물대포 살수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 상당수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회과학대학 조아무개 학생은 "점거 농성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물대포를 쏘는 것은 지나치다"며 "상대가 비무장 상태라면 폭력과 과잉 진압은 더더욱 배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 공과대학 학생도 "소화전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직살수한 직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대학본부 측은 며칠 전 본관 전체 5층 가운데 4층을 점거농성 공간으로 내주고, 나머지 층을 사용하겠다는 공문을 총학생회쪽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학생회 측은 공문을 보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었다. 앞서 서울대 총학생회는 두 차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어 점거 농성 지속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서울대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 철회를 주장하며 지난해 10월10일부터 본관 점거에 돌입했다. 2007년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뒤 2009년 경기 시흥시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이 소통이 없는 기습체결인 데다 교육적 고려가 없는 수익성 사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