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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만 투하되니 신뢰 저절로 추락

갖가지 악재로 몸살 앓는 한국거래소…정찬우 이사장, ‘최순실 게이트’ 등 잇따른 구설수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3.11(Sat) 15:48:26 | 14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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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가 갖가지 이슈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수장인 정찬우 이사장은 ‘낙하산’ 논란과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고, 한국거래소 노사는 지주사 전환 문제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거래소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반부패지수 최하위 평가를 받은 데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는 처지에도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의 등대로 다시금 신뢰받기 위해선 독립성 제고와 같은 전반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정 이사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 수사를 마무리 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 “최씨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통해 독일 현지에서 외환업무 편의를 봐주던 지점장을 승진시키도록 했다”고 기소 사실을 밝혔다. 특검은 정 이사장이 최씨 혐의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 것이다.

 

2016년 10월4일 한국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1층에서 한국거래소 노조가 정찬우 신임 이사장(맨 오른쪽)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 이사장은 당장 특검 기소는 피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꼬리표는 쉽게 떼지 못할 전망이다. 향후 최씨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될 때마다 그의 이름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별도로 금융소비자원은 “정 이사장은 최순실 일당의 불법적인 국내외 금융거래와 해외자산 도피 의혹 행위를 방조했고, 하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의 인사에 개입하는 등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등의 범죄행위가 명백하다”며 정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사장 선임 당시에도 정찬우 이사장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금융 분야 핵심 인물로 평가받은 바 있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도 서울대 동기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지난해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정권 말기 보은성 인사로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내정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거래소 노조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주주총회까지 15일, 후보자 심사 기간 5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사회의 단독 추천으로 이사장 자리에 올라섰다”며 “내정자가 정해진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후보자 공모부터 최종 결정까지 2~3개월 걸린다. 자본시장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책을 맡게 되는 만큼 신중한 인사가 필요한 까닭이다.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 두고 다시 내홍 격화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낙하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무위 국정감사 당시 “낙하산이 외부에서 왔다는 뜻이라면 동의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절차를 안 지켰거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라면 동의하지 않는다”며 본인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비판을 반박했다.

 

정찬우 이사장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내세운 지주사 전환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정 이사장이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인 2015년 7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는 금융개혁회의 결과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놨다. 코스피·코스닥·파생시장 등 시장별 경쟁체계를 확립해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지주사 전환과 한국거래소 상장이라는 구체적인 안을 내놨고, 이에 대해 노조는 “오히려 지주사 전환은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반대 입장을 강력히 밝혔다.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위한 관련법은 2015년 9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정무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최경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속적으로 밀어붙였고, 이를 정 이사장이 이어받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히면서 다시 쟁점화됐다.

 

한국거래소 지주회사전환법은 2월24일 또다시 국회 정무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불발됐다. 이와는 별개로 사측이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위한 실무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사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9월부터 증권시장에 거래증거금을 도입하는 등 청산결제제도 개선을 시작했다. 관련 업계는 이 같은 한국거래소 움직임을 지주사 전환 요건 중 하나인 중앙청산소(CCP) 분리를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거래소 지주회사전환법’ 통과 시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내홍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 시사저널 포토


이 밖에도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에다 반부패 최하위 지수를 받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지난해 시가총액 순위는 15위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06년 16위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월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부패 방지 시책 평가 결과, 한국거래소는 2년 연속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한국거래소에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김남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올바른 경영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금융권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로는 정치적인 외압이나 정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기 쉽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사권자의 본질적인 행정문화 변화와 함께 이를 방지할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 통합 한국거래소로 출범한 이후 내부에서 이사장을 배출해 내지 못했다. 한국거래소 역사상으로도 내부 출신 이사장은 1999년 취임했던 박창배 전 이사장이 유일하다.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장단점을 짚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한국거래소가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등 종합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돼야 책임감이 생기고 철학적인 경영이 가능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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