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문재인, 강해 보이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진다”
  • 유지만 기자, 정리=김은샘 인턴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7.03.07 09:21
  • 호수 14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親文 패권’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非文계 수장 이종걸 의원 인터뷰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선 주자를 배출했다. 바로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지지율 면에서 독주하며 후발주자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2위와의  격차도 여유 있게 벌어져 있다. “정권교체는 기정사실”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바로 ‘친문(親문재인)세력’ 혹은 ‘패권주의’로 규정된 친문계와 비문계 간 갈등이다. 당내 패권 문제로 2015년 12월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호남을 국민의당에 넘겨주고 말았다.

 

대선 정국에서도 이 갈등은 어느 정도 유효한 듯하다. 시사저널은 2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종걸 의원을 만났다. 민주당 내 비문계 수장인 이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본선에 올라갈 경우, 결집한 보수 세력 때문에 고전할 것”이라며 “‘대세론’이란 것은 본선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 의원에게서 당내 비문계의 움직임과 대선 전망, 개헌 등에 대한 속내를 들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2월24일 개헌 성명을 냈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갈등이 있었는데.

 

서로 오해가 있었고,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야당이 주도해서 개헌할 수 있는 유일한 때다. 앞으로 다시는 없을 때이기도 하다. 개헌은 최순실-박근혜로 이어져 있는 국정 문란 사태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혁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것이 돼야만 개헌도 시작할 수 있고 마무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국회는 국민의 질타를 많이 받는다. ‘국회에 와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말만 듣는다. 그 이유는 양당으로 구성돼 있어서 국회의원들끼리 싸우느라 시간 다 보내고, 목표가 생겨도 다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회는 일하는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개헌의 청사진은 ‘국회의 기능 정상화’인가.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가 잘못됐다. 우선 국회의원을 국민의 입맛대로 뽑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재 전체 국민 중 약 2000만 명이 투표를 하는데 이 중에서 유효한 표보다 사표(死票)가 더 많다. 일부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국회에 오는 셈이다. 정치개혁은 죽은 표를 없애 국민의 뜻대로 국회를 구성하자는 게 전제다. 이렇게 구성되면, 국정 문란을 일으킨 대통령 집중제의 상당한 권한을 국회로 가져오더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난 지난해 원내대표를 할 때부터 죽은 표를 없애기 위해 정치를 개혁하자고 말해 왔다. 당시 문재인 대표도 함께 이 논의를 지켜봤다. 하지만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한사코 반대해 성사되지 않았다. 당시에 ‘우리가 손해를 보더라도 제도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선관위에서 가져온 독일식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우선 100석에라도 적용하자고 했다.

 

 

그래서 성명을 발표할 때 문 전 대표의 입장을 요구한 것인가.

 

문 전 대표가 이런 종합적인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이 선거법 논의를 함께했다.

 

 

문 전 대표 혹은 친문계에 거부감이 상당한 것 같다.

 

민주당원으로서 민주주의 형태를 통해서 뽑힌 대통령 후보를 부인하고, 무시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우선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가 있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절차와 실체에 회의가 있다. 형평에 어긋난 측면이 있다.

 

 

여전히 당내 문재인계의 패권이 견고하다는 입장인가.

 

‘세력’은 있지만 대세론은 없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당내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면 결코 후보가 되기 어려운 사람이 거의 당선된 것처럼 움직이는 사태에 대해서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후보 측은 지난 총선 당시 당을 분당(分黨)시킨 당사자다. 국민들은 분당의 당사자들로 이뤄진 국민의당에 큰 힘을 줬다. 지난번 총선 때 있었던 국민적 의식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당시 나는 원내대표로서 문재인과 안철수가 헤어지는 상황을 막으려고 며칠 밤을 애썼다. 분당의 당사자인 안철수와 문재인을 놓고 본다면 문 전 대표에게 70% 이상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다.

 

보통 진보와 보수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한다. 국기문란 사태로 잠시 ‘샤이 보수’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아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고 하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쪼개진 야권의 힘으로 강고한 보수를 100% 이길 수 있을까. 설혹 이기더라도 분열의 책임자가 아닌 분열로부터 자유롭고 야권을 통합할 수 있는 후보가 있다면 그 사람이 적임자 아닌가.

 

 

안희정 충남지사를 염두에 둔 말인가.

 

상대적으로 안 후보는 분당에 책임이 없다. 지난 총선 당시 분당을 걱정했던 사람이다. 심지어는 지금 국민의당과 같은 야권에서는 문재인이라면 따로 나가겠다고 한다. 3자, 4자 구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면 통합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한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문 전 대표를 구원하러 들어와 당 대표 역할을 했다. 난 당시 원내대표였다. 문 전 대표 때는 솔직히 일이 잘 안 됐다. 김 전 위원장 때는 잘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런 성공을 공유해서 김 전 위원장과는 대화가 잘되는 편이다. 문 전 대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김 전 위원장과 틀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 역시 지금 이 상태에서 문재인 후보로는 야권 통합을 통한 정권교체가 힘들다고 본다. 김 전 위원장과 생각이 같다.

 

 

하지만 여전히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당내 의원이 많지 않나.

 

다른 의원 중에서도 일부는 안 지사, 일부는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지하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약세로 보이는 안 지사와 이 시장이 당내 통합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강해 보이지만 본선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문 전 대표를 이기고 시대교체나 세대교체를 위해 힘을 합할 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