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 바통 넘겨받은 '2기 특수본'의 과제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7.03.06 11:03
  • 호수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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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인원과 분야별 사건 배당 조만간 결정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 게이트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월28일 석 달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박영수 특별검사를 임명한 지난해 11월30일부터 따지면 90여 일, 특검이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열고 공식 수사를 시작한 12월21일부터 따지면 70일 만의 수사 마무리다.

 

지난해 10월31일, 전날 극비리에 귀국한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신분 조사가 시작되면서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특수본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수용 방침을 밝혔다. 박영수 특검은 이튿날 바로 임명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수사기간 동안 특검은 많은 역사를 썼다. 역대 12차례 특검 중 가장 많은 파견검사와 예산을 지원받은 만큼 성과가 적지 않았다는 평도 나온다.

 

특검 수사 기간 중 구속된 피의자 수도 많다. 2월27일까지 구속된 피의자만 13명이다. 특검은 70일 동안 공식 수사를 통해 장·차관급 인사만 5명을 구속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이다. 이 밖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특검이 구속한 비중 있는 인사로 꼽힌다.

 

3월6일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박 특검과 특검보들이 3월3일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특검이 중대 고비를 맞은 건 1월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을 때다. 당시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기각 사유를 냈다.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이라고 볼 수 있는 뇌물죄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특검의 수사가 급격히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특검은 3주 동안 전력을 기울인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2월1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재수 끝에 2월17일 이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1월21일엔 박근혜 정권의 또 다른 실세로 불렸던 ‘왕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의 여인’으로 불리던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이 구속됐다. 특히 ‘법꾸라지’로 불리며 법의 심판을 피해 가기로 유명한 김기춘 전 실장의 구속이 큰 성과로 꼽힌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영을 주도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이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특검은 2월16일 청와대에 수사 기간 연장 신청서를 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특검 수사가 충분하다”며 수사 기한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박 대통령을 향해 특검 수사가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법조계 안팎에서 일었다.

 

특검은 결국 현 정권의 비리를 미처 다 파헤치지 못한 채 70일간의 대장정을 ‘미완’으로 끝맺게 됐다. 지난해 9월20일 한겨레가 ‘최씨, 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개입’ 의혹을 최초 보도한 지 162일 만이었다. 특검은 당초 알려졌던 대로 ‘기소중지’를 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씨와 함께 뇌물 수수 피의자로 입건한 후 검찰에 이첩한다고 2월28일 밝혔다. 최종 수사 결과는 이르면 3월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제 특검의 ‘임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검찰로 넘어갔다. 3월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후 특검에서 관련 수사기록·자료 일체를 인계받아 검토한 후 6일까지는 수사팀 정비를 완료할 방침이다. 대략적인 수사 인원과 분야별 사건 배당도 조만간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을 처음 파헤쳤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다시 사건을 맡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2기 특수본’이 출범하는 셈이다. 

 

특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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