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희 구청장 “[인터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
  • 안성모 기자·조문희 인턴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7.03.02 10:08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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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서울시 서초구청장 인터뷰...“세금 들이지 않고 통행료 받지 않는 착한 사업”

최근 정부가 도로 부지의 상공과 지하 공간에 민간 건축물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부고속도로 한남~양재IC 구간의 지하화 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의 영역으로 묶여 있던 도로 상하부를 민간에 개방하게 될 경우 그동안 서울시 서초구가 공들여온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규제가 개선되면 여기에 날개를 단 격이 된다”고 밝혔다. 조 구청장은 2월20일 청사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업을 외면하고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특정 정파나 인물을 위한 사업이 아닌 만큼 국가 지도자라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구청장은 또 “규제 개선이 경부고속도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며 “서울 용산을 지나는 경부선이 있고, 박원순 서울시장께서 말씀하신 지하철 1·2호선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구청장은 “재원이 확보되면 도시의 단절을 가져온 이들을 지하화할 수 있다”며 “증세 없이도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은희 서울시 서초구청장 © 시사저널 이종현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구상하게 된 배경은 뭔가.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된 지 50년이 지났다. 그때와 비교하면 교통량이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만성 교통정체에 매연과 소음, 그리고 흉물스러운 방음벽 등 사람으로 치면 동맥경화에 빠진 상태다. 그런 경부고속도로의 서울 구간이 서초구에 있다 보니 해결 방안을 고민하게 된 거다. 1992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경부고속도로 복층화를 대선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다. 그런데 2층으로 만든다고 해서 매연·소음 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또 재원 마련도 쉽지 않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했다. 위로 2층을 할 게 아니라 아래로 2층을 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는데 하나씩 따져보니 이보다 더 좋은 해법이 없는 거다.

 

 

지하 2층을 어떻게 만든다는 건가.

 

강북권으로 빠지는 ‘급행터널’과 강남권을 오가는 ‘완행터널’로 분리해 교통 흐름을 개선하면 된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현재 고속도로가 들어서 있는 지상 공간이다. 여의도공원 면적의 2.5배인 60만㎡(18만1500평)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 토지에다 사람 중심의 그린 인프라를 설치하고 제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혁신 거점으로 이용하면 서울의 도시경쟁력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자금 마련은 어떻게 가능한가.

 

지난 1년간 대표적 학회 5곳에 타당성 연구 용역을 맡겼는데, 총공사비 3조3000억원을 훨씬 웃도는 5조2000억원까지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상 공간의 활용 가치가 그만큼 크다. 그리고 공사비에는 20년간 운영비 2335억원이 포함돼 있다. 세금을 들이지 않고 통행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착한 사업인 셈이다.

 

 

강남을 위한 개발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로컬 프로젝트(Local Project)로 접근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사업은 국가 대동맥을 다시 뛰게 하는 내셔널 프로젝트(National Project)다. 보다 폭넓게 봐야 한다. 현재 도시계획은 외부로 확장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용 토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전·수원 등 도시 곳곳에서 비슷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친환경적인 개발의 성공 모델이 되겠다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강북에서는 강남 개발의 일환으로 보지 않겠나.

 

너무 좁은 시선으로 바라보다가는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수가 있다.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더 현명하다. 현재처럼 꽉 막힌 교통 흐름이 지하화로 개선되면 강북에서 내려오는 분들의 고충도 덜어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업비가 남으면 공동기금을 조성해도 된다. 이를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지방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독식하자는 게 아니라 동반성장 하자는 거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나.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물론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기술로 다 해결할 수 있다. 지하터널 공사는 우리가 굉장히 잘한다. 기술력이 뛰어나다. 중간중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지혜를 모으면 다 해결이 가능한 문제다. 그리고 안전 문제는 집 앞 도로 포장을 할 때도 생긴다. 어떤 공사든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면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시는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한 번도 ‘노’(NO) 하지는 않았다.

 

 

한전 부지 개발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부딪친 적이 있는데.

 

전혀 사안이 다르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서초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서울시만의 문제도 아니다. 정부와 서울시, 서초구가 함께 가야 한다. 국가 전체 도로·철도 지하화의 선도 모델이 되는 사업이다. 그래서 공사하고 남은 공공기여금은 국가를 위해 쓰자는 거다.

 

 

도로·철도 지하화를 구상 중인 다른 지역과 연계할 수도 있나.

 

기러기는 비행할 때 떼를 지어서 간다. 그런데 무리를 이끄는 선도 기러기는 한 마리가 아니다. 앞에 섰던 기러기가 지치면 뒤에 있던 기러기와 교대한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도로와 철도 지하화가 필요한 도시들과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핫한 이슈지만 다른 생활밀착형 행정도 중요하다. 메르켈 독일 총리의 ‘무티(mutti·엄마) 행정’이 롤모델이다. 세심하고 자상하게 주민 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해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고, 일반주택가에 관리사무소 기능을 하는 ‘반딧불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소외계층을 보듬는 ‘발달장애인카페’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엄마 행정’을 펼치려고 노력해 왔다. 앞으로 더 따뜻하고 꼼꼼하게 살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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