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공약’에 엇갈린 반응
  • 김은샘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8 10:28
  • 호수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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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票)퓰리즘 불과” vs “긍정적으로 본다”

#1. “헛소리죠. 대권가도를 위한 표(票)퓰리즘에 불과합니다. 가뜩이나 공무원시험으로 몰려드는데, 괜한 소리에 경쟁만 치열해지겠네요.”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만난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 김아무개씨(28)가 난색을 표하며 한 말이다.

#2. “인력이 부족해 경찰차가 놀고 있어요. 지방은 특히나 인력난이 심각합니다. 정부에서 3만 명 증원을 약속했는데 이뤄지지 못했어요. 꼭 필요한 일이고,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공무원 윤아무개씨(54)는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일자리 문제’는 대선 주자들의 필수 공약 사안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문 전 대표는 노량진 고시학원을 방문해 수험생들을 격려하며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문 전 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8%인데 우리는 7.6%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을 3% 올려 OECD 평균의 반만 맞춰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공약 핵심이다.

 

기자는 2월20~21일 노량진 고시촌을 찾아, 공시생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공시생과 현직 공무원의 반응이 엇갈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6일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을 방문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이종현

공시생 대부분 ‘회의적’…현직 공무원 ‘긍정적’

 

한 학원의 문이 쉴 새 없이 여닫히며, 무거운 가방을 멘 공시생들이 바삐 움직였다. 그곳에서 만난 건축직 공무원 준비생 박아무개씨(25)는 이제 막 공무원시험 경쟁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81만 개라는 숫자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절박함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위에서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직 공무원만이 살길이라는 말을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박씨에게서 자칫 공무원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까 걱정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이 반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 만난 수험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생각에 오히려 반감을 사는 분위기였다.

 

또 이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세금 문제와 직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임용고시생 박아무개씨(24)는 “지금도 예산 문제 때문에 기간제교사로 충원하는 실정”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도 여전했다. 건축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구진경씨(24)는 “항상 말만 좋지, 지켜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임용고시생 박아무개씨(32)는 “지금까지 날려먹은 세금만 잘 썼어도 일자리 100만 개는 만들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경찰공무원 준비생인 이아무개씨(25)는 “처음 듣는 소리”라며 “지켜지지도 않을 텐데 관심 가져서 뭐하나”라며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대부분의 공시생들이 ‘81만 개 일자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소방·경찰·사회복지 공무원 증원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5급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이아무개씨(23)는 “소방공무원과 같은 꼭 필요한 부문 일자리 확충은 세금 문제가 있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며 “문 전 대표 공약이 불합리한 노동 조건과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9급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김아무개씨(27)는 “지방직 공무원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면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나서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동의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군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안병우씨(29)는 “팍팍한 현실인데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인구 대비 공무원 비율을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나가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5급 일반행정직 수험생 윤이경씨(23)는 “청년실업은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라며 “문 전 대표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21일 서울 용산우체국에서 집배원 체험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경쟁 주자들 “구체적이지 않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현직 공무원 대부분은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장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공무원 김아무개씨(26)는 “우리 부처만 해도 사람이 부족해서 난리”라고 전했다. 세무공무원 정미진씨(33)도 “세무직렬도 증원이 필요하다”며 “쓰임새 있게 예산을 쓴다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공약에 다른 대선 주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정부가 세금과 재정을 가지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30조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결국 증세를 하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문 전 대표 측은 “공무원만 81만 개를 늘리겠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정부·공공부문을 포함해 늘리겠다는 뜻으로, 소방관·경찰관·부사관·복지공무원·안전 관련 공무원 등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부문의 수를 늘리고 나머지는 공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늘려 나간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캠프 사령탑을 맡은 송영길 선거대책본부장마저 공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송 의원은 2월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가 예산과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을 누가 못하냐”며 “기업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정책 속에서 취약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보완해야 한다”고 문 전 대표 공약에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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