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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안희정 ‘2002 대선 드라마’ 다시 쓰나

대연정 제안·반기문 불출마로 지지율 상승 “당심(黨心) 밀려도 완전국민경선제로 민심(民心) 얻으면 이변 일어날 수 있다”

박혁진 기자·소종섭 편집위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7.02.27(Mon) 11:44:02 | 14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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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나라의 큰 어른이 됐으면 좋겠고, 대통령은 안희정이 했으면 좋겠어. 문재인이 양보하고 안희정이 대선에 나서는 그림이 얼마나 좋아.”

설 연휴를 한 주 앞뒀던 지난 1월18일 기자와 만난 안희정 충남지사의 오랜 지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지인은 친노 인사 중 정치인을 제외하고는 가장 핵심적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다.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와 안 지사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그를 문 전 대표 사람으로만 알고 있던 기자에게 이 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친노 핵심 그룹의 선택이 문 전 대표가 아닌 안 지사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로 들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2월말까지 안 지사의 지지율이 15%를 넘어서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지인에게 안 지사가 대통령이 됐으면 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안 지사가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기보다는 정권교체를 더욱 확실히 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를 보면 답이 나온다. 현재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지만 대선은 49%의 지지를 받는다고 이길 수 없다. 실제로 2%가 부족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지지 않았나. 문 전 대표는 그 2%를 얻을 수 있는 확장성이 부족하다. 반면 안희정 지사에게는 그 확장성이 있다. 문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안 지사가 본선에 나가면 거의 100% 안 지사를 찍는다고 봐야 하지만, 안 지사 지지자 중 상당수는 안 지사가 본선에 못 나가면 문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표가 분산되는 거다.”

 

그의 말에는 문 전 대표의 약점이면서 반대로 안 지사에게는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뒤인 2월18일 안 지사의 지지율은 15%를 훌쩍 넘어 20%대로 올라섰다. 안 지사 측에서 기대한 것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안희정 돌풍, 안풍(安風)이 심상치 않다.

 

© 연합뉴스·일러스트 신춘성


대연정 제안 기점으로 지지율 상승

 

안희정 돌풍의 이유를 ‘확장성’이란 키워드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확장성은 현재 시점에서 ‘대권 주자 안희정’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안 지사 지지율을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충청’과 ‘중도보수’다. 그가 충청표를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역적 기반이란 점 이외에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바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다. ‘안희정=충남’ ‘반기문=충북’으로 나눠져 있던 충청권 민심은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안 지사에게 쏠렸다.

 

안 지사의 확장성은 중도보수층 마음을 사로잡는 데로 확장되고 있다. 지역적 기반은 운명이 점지해 주는 것이지만 이념적 기반을 확보하는 것은 전략의 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확장성’을 활용한 안 지사의 전략이 절묘하게 들어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른바 ‘대연정론’이 그것이다. 안 지사의 대연정론은 사실 철저하게 계산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기자는 지난 1월말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식당에서 안희정 지사, 그리고 두 명의 지인과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안 지사가 대연정론을 언급하기 전이었다. 그 자리에서 안 지사와 지인들은 이른바 ‘상처받은 보수’를 어떻게 달랠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에는 진보진영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실망한 보수 성향 시민들도 참석하고 있는데, 과연 탄핵이 인용됐을 때 그들의 마음을 누가 사로잡을 수 있냐는 것이 안 지사의 고민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지인이 “진보진영에서 그들에게 답을 주는 사람이 없을 때 과연 그들이 다시 누구에게 표를 주겠냐”고 말했을 때 안 지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국 정치사에서 대연정이란 말을 대중의 뇌리 속에 확실하게 각인시킨 인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도 안 지사에게는 매력적 요소다.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2월2일 안 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연정을 제안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안 지사의 대연정론은 자유한국당과 이념을 공유하는 지지자들과의 연대가 아닌 탄핵을 찬성하는 ‘상처받은’ 보수층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사드 배치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언 등을 통해 보수층 호감을 사온 안 지사가 보다 확실하게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종의 전략적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일부 진보진영의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안 지사 입장에서 대연정을 제안한 것은 성공적이었다. 대연정 제안을 계기로 지지율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월11일 전남 목포시 삼학도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 사진 앞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확장성’과 ‘안정감’이 강점

 

확장성과 더불어 안 지사의 또 다른 강점은 안정감이다. 그는 두 번의 충남지사를 통해 풍부한 행정경험을 쌓았다. 지자체장으로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같은 눈에 띄는 업적은 없지만, 지자체장 평가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안정감 있게 도정(道政)을 운영했다는 의미다. 안희정 캠프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안 지사가 처음 도지사를 할 때는 현재 여당과 야당 지지율이 6대4 정도였지만, 지금은 4대6 정도로 야당이 앞선다”며 “노령층이 많아 상대적으로 보수적 색채가 강한 충청도에서 야권 지지자가 늘어난 이유는 안 지사의 안정감 있는 도정 운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확장성과 안정감이 안희정 지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면, ‘친노’라는 출신 배경은 정치적 자산이다. 이 부분에서 문 전 대표와 공통분모를 갖는다. 따라서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친노 적자(嫡子) 경쟁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대연정론과 ‘선한 의지’ 발언으로 인해 당내 경선 통과가 어려워졌다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경선이 시작되면 본격화될 친노 적자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 안 지사 측 분위기다. 일단 돕는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안 지사 측 자신감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여택수 전 행정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안 지사 주변에 포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해찬 의원,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이 물밑에서 안 지사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2월6일 동계 아르바이트 대학생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학생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 연합뉴스


TV 토론, 또 다른 변수 될 듯

 

그렇다면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일단 경선을 통과해야 후보가 될 수 있다. 1차 관문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각종 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안 지사의 최근 지지율은 20%를 넘나든다. 30%대 초반을 기록 중인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격차가 많이 줄었다. 이러다 보니 ‘문재인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안 지사 측에서는 조만간 한 자릿수 차이까지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이 보였다. 파죽지세의 흐름이 그랬다.

 

그런데 변수가 돌출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을 선한 의지를 갖고 만들었을 것이다”라는,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이다. 안 지사의 이 발언은 민주당 지지층을 흔들었다. 비판이 쏟아졌다. 발언 이후 이슈 관리에도 문제점을 노출했다. 2월20일 JTBC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나눈 대담은 이슈를 가라앉히기는커녕 더 키웠다.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을 가르치려고 들지 말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나마 2월21일 “제가 든 사례가 적절치 못했다”면서 사과함으로써 이슈 확산을 막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선한 의지’ 발언은 안 지사 측 전략에 일정한 타격을 입혔다. 그동안 안 지사 측은 ‘성동격서(聲東擊西·동쪽에서 소리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 전략을 썼다. 민주당 외곽에서 세를 모아 결국에는 민주당 지지층을 공략하는 것이다. 지지율이 20%를 넘기면서 외곽에서 중도보수 세를 모으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 지지층을 견인하려는 그 시점에 ‘선한 의도’ 발언이 터졌다. 차질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문재인 캠프에서 ‘안희정 경계령’을 발동한 시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중도보수층을 향해 본격적으로 행보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닿았다. 이들 두 전 대표의 지지층 또한 안 지사의 ‘실수’를 틈타 융단폭격을 가했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민주당 경선과 관련해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변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민주당의 소위 패권적인 구조가 안희정 지사가 (지지율이) 올라가도 대선후보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안희정 지사가 문 전 대표 지지율에 많이 근접하지만 뒤집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진작부터 대선은 문재인-안철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리얼미터가 2월20~22일 전국 성인 1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오차 범위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는 ‘민주당 예선이 본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재인 전 대표는 32.4%로 8주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19.2%, 황교안 권한대행 11.6%, 안철수 전 대표 10.5%, 이재명 성남시장 10.1%로 나왔다. 민주당 주자 3인(문재인·안희정·이재명)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61.7%에 달한다. 민주당 경선 승부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탄핵 정국 이후 정권교체 여론은 80% 가까이에 달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과연 이변은 일어날까. 민주당은 두 차례에 걸쳐 선거인단을 모집한다. 2월15일부터 1차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3일 전 오후 6시까지가 기한이다. 그런 뒤 탄핵심판 선고가 내려진 후 일주일에 걸쳐 2차로 선거인단을 모집한다. 2012년 경선 때는 108만여 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했다. 이번에는 200만 명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12년 투표율은 57% 정도였다. 61만 명이 투표했다. 2월22일 오후 9시 기준으로 74만 명을 넘어섰다. 흥행 대박을 예고한다. 이러한 경선 열기에 힘입어 투표율도 2012년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무래도 충성도가 강한 선거인단이 적극 투표할 가능성이 크기에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거인단 규모가 커질수록 ‘조직’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입장에서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과 일반 국민이 똑같이 한 표씩을 행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했고 결선투표제, 모바일투표제도 채택했다. 특히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이변을 불러올 수 있다. 당심(黨心)에서 밀리더라도 민심(民心)을 얻으면 후보가 될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016년 12월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행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규칙의 변화가 이변으로 이어지는 경우 많아

 

역사적으로 봐도 규칙의 변화는 이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도입한 국민경선제 덕택이었다. 당시 동교동계 지원을 등에 업고 ‘대세’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이인제 후보였다. 그러나 경선에 참여한 국민 3만7500여 명은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노무현 신화’를 만들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헌법재판소가 3월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인용 결정을 한다면 민주당 경선은 3월 하순쯤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지사가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상황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안 지사가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앞서거나 최소한 거의 대등한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 즉 선거인단에 ‘안희정을 후보로 내세워도 확실히 이긴다’는 확신을 줘야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콘텐츠와 리더십 측면에서 문 전 대표와 비교해 봤을 때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어떤 실수를 해서 점수를 잃는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 현재 문 전 대표는 ‘부자 몸조심’ 행보가 역력하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향후 최소 5회 이상 진행될 TV토론은 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안 지사가 TV토론에서 어려운 말이 아니라 짧고 쉬운, 그러나 분명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면 판의 역동성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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