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욱 칼럼] ‘낭만닥터 김사부’로 본 의료 현장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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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TV 방송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됐다. 그동안 의학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됐지만 시청자들이 이토록 김사부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사부(한석규 분)의 뛰어난 연기력과 수술 장면을 현장감 있게 재현한 것도 있지만 제목 그대로 ‘낭만닥터’에 대한 향수는 아니었을까?

 

극중에 김사부가 응급실에 실려 온 장기 손상 환자를 수술실로 옮기지 않고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술방으로 옮기기를 기다리다가는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강동주(유연석 분)는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그만둘 것을 요구하지만 김사부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먼저지 규정은 개뿔!”이라며 응급실에서 수술을 강행한다.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살리는, 유사 이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다. 많은 의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규정이 만들어진 시기는 의사가 생긴 후 한참 지난 일이다. 그런데 나중에 만들어진 규정이 어떤 경우에는 의사들의 사람 고치는 일을 방해할 때도 있다.

 

© pixabay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는 출산을 할 때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나라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돈만 밝히는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동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규정의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연분만을 고집했다가 아이나 산모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적으로 의사가 책임을 뒤집어쓰게 돼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다. 반면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아이나 산모에게 문제가 생기면 의사가 어느 정도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의사가 소신을 가지고 자연분만을 고집하기에는 너무 편향적 규정이다.

 

우리나라는 인구당 MRI(자기공명영상) 보급률이 세계최고수준이다. 의사들이 병원 경영을 위해서 불필요한 MRI 검사를 남발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들도 할 말은 있다. 만에 하나 MRI를 안 찍었다가 혹시 모를 종양이나 그 외의 질병을 놓치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의사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그러니 의사들은 웬만하면 보험을 드는 심정으로 MRI를 찍어 놓게 된다. 증상도 없는 질병을 그것도 가능성이 아주 낮은 상황인데도 이를 모두 확인하기 위해서 사용하기에 MRI는 아직 너무 고가(高價)다.

 

응급실에서도 환자 옆에 붙어서 진료해야 할 의사가 차트를 작성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가 있다. 현행법상 의사가 어떤 처치를 적절하게 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로 의무기록이다. 올바른 처치를 했어도 의무기록에 없으면 안 한 것이고, 안 했어도 의무기록에 남아 있으면 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환자에 쏟아야 할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차트 작성에 할애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환자의 진료에 집중할 수가 없다.

 

극중 김사부가 의사의 소신대로 행한 응급실에서의 수술이 다행히 잘 끝났으니 망정이지 만약 수술 결과가 안 좋았다면 당연히 수술방으로 옮기지 않고 응급실에서 수술한 것에 대한 법적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다. 의사는 의료 현장에서 항상 이런 현실과 맞닥뜨린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직 주위에는 사람을 살리려고 하는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극중에서 김사부가 이야기한 ‘의사 사장님’이 아니고 ‘의사 선생님’이 되길 원하는 의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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