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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부리는 가짜뉴스 대책 수립 시급하다

거짓정보 사실인 양 기사 형태로 배포…공론의 場 훼손시켜 여론 왜곡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6(Sun) 12:31:13 | 14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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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나치 정권에서 선전선동을 주도했던 괴벨스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 번 들으면 부정하고, 두 번 들으면 의심하며, 세 번 들으면 믿는다”고 했다. 거짓말도 자꾸 듣다 보면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거짓된 정보가 언론사의 뉴스 형태로 제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독자나 시청자들은 제공된 정보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언론사에서 뉴스로 보도됐다는 이유만으로 그 정보를 사실로 믿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노린 ‘가짜뉴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영어의 ‘fake news’를 번역한 것으로 가짜뉴스의 원래 의미는 조작된 속임수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가짜뉴스의 포맷은 뉴스 형태로 되어 있지만 내용은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해 거짓을 사실처럼 만들어 유포하는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즉, 가짜뉴스는 독자나 시청자로 하여금 조작되고 왜곡된 사실화된 정보를 사실로 믿게 만들기 위해 뉴스 형태로 제작된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2월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Fake News(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시사저널 박정훈


전통매체보다 영향 더 강해

 

가짜뉴스는 크게 ‘조작성’과 ‘의도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조작 또는 왜곡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특정 집단이나 단체 또는 개인에게 유리한 여론 형성과 이미지 구축을 위해, 그리고 반대진영의 조직이나 단체 또는 개인에게 부정적인 여론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조직과 단체, 그리고 개인들이 트럼프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 가짜뉴스를 제작·유포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불리한 이미지와 여론을 조성하는 데 활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 선언을 했고, 클린턴 후보가 IS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으며, 클린턴 후보가 성매매 조직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는 등 가짜뉴스들이 미국 대선 기간 동안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미친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버즈피드’가 미국 대선 전 3개월 동안 페이스북에서 가장 흥행한 주류 언론의 뉴스와 가짜뉴스 20개를 비교한 결과, 주류 언론의 뉴스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 공유를 합친 수치가 730만 건이었던 것에 반해, 가짜뉴스에 달린 댓글과 좋아요, 공유를 합친 숫자는 870만 건으로 20%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가장 흥행한 가짜뉴스 20개 중 17개가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기사였다. 결국, 미국 대선 기간 동안 가짜뉴스들이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CNN 등 기존의 전통매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짜뉴스가 선거나 여론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들의 뉴스 소비가 신문과 방송 등 전통매체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포털사이트, 그리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소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로 SNS와 카카오톡, 또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경우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미국 스탠퍼드대학 교육대학원이 중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총 7804명을 대상으로 뉴스 소비와 관련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중 중학생의 82%는 특정 기사가 광고성 기사인지 일반적인 기사인지 알아보지 못했고, 대학생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SNS로 공유된 기사가 믿을 만한 기사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조사대상 학생의 30%는 기사 형식을 교묘하게 흉내 낸 가짜뉴스를 게재하는 페이스북 계정이 진짜 언론사의 페이스북 계정보다 더 믿을 만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대부분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경우 SNS를 통해 전달된 가짜뉴스에 대해 뉴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짜뉴스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확증편향’의 심리성향 때문에 더 활발히, 급속히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 용어인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특정 집단과 조직 또는 개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 또는 왜곡된 가짜뉴스는 해당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조직이나 집단 또는 개인과 같은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나아가 활발하게 자신의 SNS를 통해 확산시키도록 만든다.

 

서울 시청앞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박사모 집회) 현장 등에서 노컷일베 신문이 배포됐다. © 시사저널 박정훈


한번 퍼지면 바로잡기 어려워

 

반대로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뉴스는 믿지 않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탄핵이 기각될 것이다” 또는 “JTBC가 입수해 보도한 태블릿PC는 최순실의 것이 아니다”와 같은 정보가 뉴스 형태로 만들어졌을 때 박사모를 비롯한 친박단체 회원들은 이 뉴스의 진실 여부는 따지지도 않고, 적극적으로 SNS를 통해 퍼나르게 된다. 반면 특검의 조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관련된 사실 보도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믿지 않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가짜뉴스 확산의 주요 통로인 SNS와 포털사이트, 그리고 카카오톡 등은 사회관계망을 이용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SNS로 공유된 기사에 대해 사람들은 더 신뢰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이 추천해 주고 보내준 기사의 경우 가짜뉴스라 하더라도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한번 퍼지면 수습하기도 힘들다. 심리학에 ‘초두효과(primacy effect)’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는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독자나 시청자들이 가짜뉴스를 먼저 접하게 되면, 나중에 올바른 정보를 접하게 되더라도 처음 접한 가짜뉴스를 더 신뢰하는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가짜뉴스는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

 

가짜뉴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공론장(公論場)을 훼손해 여론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언론은 우리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가짜뉴스는 이러한 언론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으로서 역할 수행을 방해해 여론이 왜곡되도록 만든다. 특히 올해 치러지게 될 대선에서도 가짜뉴스가 여론을 왜곡해 선거 결과의 왜곡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선거철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명백히 거짓된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기사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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