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길들여질 수 있을까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2 17:14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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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하는 중” vs “전략일 뿐” 상반된 의견

“트럼프가 길들여지고 있다.” 최근 백악관 주변에서 나도는 말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초강경 발언과 정책을 쏟아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서서히 바꾸는 징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백악관에서 이러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도 2월9일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면서 이른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이후부터다. 그동안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괴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결국 미·중 관계를 위해 꼬리를 내린 셈이 됐다.

 

트럼프의 친(親)이스라엘 정책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대사관을 아예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월15일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을 잠시 보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과의 협상을 위해 이스라엘도 무언가를 협상 카드로 내놓으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이듯 트럼프는 국제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많이 완화하고 있다. 대선후보나 당선자 시절에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는 초강경 기조를 보여 세계의 우려를 샀지만, 점점 온건론으로 변해 가고 있다. 2월12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으로 트럼프를 테스트하고 나섰지만, 평소 다혈질적인 성격과는 다르게 북한을 비난하지 않은 것도 이를 잘 말해 준다. 민감한 국제 문제에 관해서는 돌출적인 발언을 하지 않을 만큼 길들여졌다는 주변의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2월1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났다. © AP 연합

취임 전보다 완화된 ‘트럼프式 외교’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 이상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수많은 정보기관 시스템과 국무부 등의 보고를 받으면서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는 국제관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과 정책을 내놓지 못하기도 했다.

 

오히려 이러한 약점은 최근 마이클 플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조기 낙마로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취임 전 주미 러시아 대사와 문제가 될 수 있는 통화를 한 것이 드러난 플린은 공화당 주류를 포함한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하고 사임하고 말았다. 이는 앞으로도 트럼프가 점점 더 공화당이나 미국의 기존 정책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트럼프가 그렇게 쉽게 길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협상의 달인’이라고도 평가받고 있는 트럼프가 자신의 기존 입장이 변한 것 같은 말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특유의 ‘어르고 달래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대만을 통해 ‘중국 때리기’에 나서면서도 즉각 입장을 바꿔 ‘하나의 중국’ 지지로 돌변한 것은 협상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연 트럼프의 ‘협상력’이 어디까지 통할지, 어떤 결과를 보여주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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