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9개 공항, 액체 폭탄 테러에 취약하다
  • 신수용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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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 반입 자유로워 테러 위협에 무방비 노출…EU․미국․중국 등과도 규정 달라 논란

직장인 김철수(가명‧29)씨는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마다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물병’이다. 우리 국내선의 경우 기내는 물론이고 공항 어디에서도 물병 휴대가 가능하다. 국제선은 보안검색대에서 액체 반입을 차단하지만, 국내선은 그렇지 않다. 허용되는 액체양도 무제한에 가깝다. 국내선의 액체반입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어서다. 김씨는 “거의 모든 나라가 국제선의 액체반입을 금지하는 이유는 일반음료로 둔갑한 액체폭발물 때문”이라며 “국내선도 얼마든지 테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내선에 액체반입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은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과도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pixabay

2006년 액체 폭발물 이용한 테러 시도로 전 세계 경악

 

100ml를 초과하는 액체의 기내반입 금지가 본격적화된 것은 2006년부터다. 영국 히드로 공항에서 음료로 위장한 액체폭탄이 발견되면서 액체류의 기내 반입이 엄격히 제한되기 시작했다. 당시 테러 용의자들은 영국과 미국 중간 상공 또는 두 나라의 도시 상공에서 액체 폭탄을 터트려 10대 이상의 비행기를 폭발시킬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들의 계획이 드러나자 전 세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기존 공항의 보안검색 시스템이 금속 같은 고체물질 탐지에 중점을 두면서 액체 폭발물 적발에 허점이 발견 됐기 때문이다. 이후 100ml 이상의 액체반입은 전면 차단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도 나라별로 국내선·국제선에 이 규정의 적용은 제각각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홍콩, 호주 등은 국제선에서만 액체반입이 금지된다. 반면 유럽연합(EU) 가맹국과 미국, 중국, 캐나다, 러시아 등은 국제선·국내선 모두 액체반입을 제한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 물병으로 위장한 액체폭탄을 들고 국내선 비행기에 오른다면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액체가 든 용기를 수거해 액체 폭발물 탐지 기계에 넣고 확인하지 않는 이상 폭탄여부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김포공항 보안담당자는 “(액체류를 소지한) 승객 모두를 확인하지 않고 의심이 가는 경우에만 소지한 액체물이 폭탄인지 아닌지 확인한다”며 “위험 경보가 높을 때는 더 많은 빈도수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김포공항에 설치된 액체폭발물 감지 장치는 2대다. 액체를 용기에서 꺼내지 않고 통째로 기계에 넣고 폭발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다. 

 

국내선에 액체 반입이 가능한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다. 정부가 액체 폭발물 탐지기 구입에 고심하는 이유다. 국토부 항공보안과 관계자는 “액체 폭발물 탐지기는 고가다. 기계에 물질을 넣지 않고, 휴대하고 있는 액체물질이 폭발할 위험이 있는지 여부를 완벽히 판단할 수 있는 기계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문제도 있다. KTX와 프리미엄 고속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육로 교통수단이 많아졌다. 국내선 항공의 대체재가 늘어난 상황이라 승객 편의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토부 항공보안과 관계자는 “국내 위험 분석결과 국내선의 액체폭발물을 이용한 테러가능성은 낮다, 편리함(항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에 비해 (기내 액체 반입 금지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루기 까다로운 불안정한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액체 폭발물을 소지하려면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든 액체폭탄을 가지고 탑승해도 이를 폭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데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1시간 이내의 거리가 대부분인 국내선의 테러위험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1987년 대한항공 858기 폭파 때 사용했던 액체 폭탄 모형. (사진제공=관세청)

전문가들 “폭발 직전 액체 폭탄 들고 비행기 탑승 가능”

 

그럼에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의 찝찝함은 남는다.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최수형 전북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장시간 가공이 필요한 액체폭발물만 휴대할 것이라 100% 장담할 수는 없다. 액체폭탄을 폭발 직전 상태로 제조해 탑승 직후 수 분내 폭발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액체류 반입을 원천차단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액체폭발물은 소량만으로 큰 폭발력을 낼 수 있다. “비행기가 공중에 떠있는 상태에서는 작은 폭발도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충고다.

 

일단 테러가 발생하면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전체 항공여객 수는 1억39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9.8%인 3091명이 김포공항과 제주공항, 청주공항, 여수공항 등 9개 공항에서 국내선을 이용했다. 이용객 수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이상 증가 추세인 만큼 안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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