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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올 어바웃 아프리카] 달콤하고도 슬픈 카카오

‘피의 초콜릿’ 만드는 아프리카 명암

이형은 팟캐스트 ‘올어바웃아프리카’ 진행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7(Fri) 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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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간, 칼슘, 칼륨, 인, 비타민E 등이 풍부하고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인 초콜릿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제품이다. 과거 유럽의 왕족과 귀족들의 기호식품이던 이 초콜릿이 유럽으로 유입된 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덕분이다.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는 원래 마야인들과 아즈텍인들에 의해 재배됐다. 당시 카카오는 매우 귀한 작물로, 마야에서는 종교 의식에 사용했다. 아즈텍에서는 귀족들만이 맛 볼 수 있는 것으로 지금과는 달리 물과 고추에 섞어 음용했다. 이렇게 귀한 작물인 만큼 카카오는 당시 화폐 대신 사용되기도 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의 카카오 플랜테이션 노예 수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유럽의 카카오 수요는 증가하고 있었다. 유럽으로의 원활한 카카오 공급을 위해 스페인은 카카오 성장 조건에 알맞은 기후를 가진 서아프리카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을 시작했다. 카카오는 새로운 대륙에서의 적응을 완벽히 하게 되었고, 서아프리카는 지금 세계 최고의 생산지가 됐다. 

 

ⓒ Pixabay


카카오에 담긴 남-북 협력

 

카카오는 아프리카, 주로 서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카카오 소비량의 약 70%가 생산된다. 반면, 아프리카 대륙 내 카카오 소비량은 약 3%에 불과한 대표적인 환금작물이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80%는 선진국에서 소비되고 있다. 선진국의 소비를 위해 후진국에서 생산되는 작물로 착취와 불평등 협력 관계의 상징이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와 바로 이웃 국가인 가나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약 38%와 21%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카카오가 국내총생산(GDP)에 차지하는 비율은 20%이고, 가나 정부에 의하면 가나인의 약 절반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카카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54%는 유럽연합으로, 33%는 북미대륙으로 수출된다. 반면 가나에서 생산된 카카오의 73%는 유럽, 20% 정도가 북미대륙으로 간다. 

 

서아프리카에서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생산하고 있지만, 카카오를 재배하고 있는 아프리카 농민들은 여전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를 재배하는 이들 중 초콜릿을 먹어 본 사람은 거의 없고, 현지의 초콜릿 구입 가격은 일반인들이 구입하기에는 매우 비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작물이 아프리카 어린이 노동력 착취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동노동 착취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생산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어린이가 약 26만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국가 정부 및 국제 사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동 노동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는 돈이 필요한 어린이 개인의 사정도 있지만, 고용주 입장에서 볼 때는 싼 노동력을 동원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은 때로는 한 가족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제재만을 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동 노동 착취로 인한 인권 유린 문제와 빈곤과 기아로 인한 자연적 인권 유린 문제가 상충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아동노동 문제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 노예’다.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만 약 1만5000명의 아동노예가 일하고 있다고 한다. 코트디부아르의 경우, 이웃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아이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내전이 잦은 아프리카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국제노동기구에 의하면 2009년 코트디부아르에서 인터폴에 의해 11명의 인신 매매자를 적발하고 54명의 어린이 노예들을 구출했다. 

 

아동 노예를 비롯한 아동노동착취는 카카오 시장의 특수성에 있다. 카카오 거래는 카카오 생산농가와 브로커 사이에서 이뤄진다. 서방의 대형 카카오 회사를 위해 일하는 브로커들은 카카오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주로 1킬로그램에 1.5 달러 정도로 책정한다. 브로커들에 의해 책정된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매가는 외국 카카오 회사 및 최종 상품을 만드는 네슬레와 같은 다국적기업의 마진과 직결된다. 이러한 카카오 시장 구조의 특수성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아동 노동력 착취의 악순환 및 카카오 생산량의 70%를 생산하는 서아프리카가 여전히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피의 초콜릿

 

아프리카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내전에 필요한 무기 등을 조달하는 자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시에라리온의 ‘피의 다이아몬드’처럼 코트디부아르에는 ‘피의 초콜릿’이라는 말이 있다. 달콤한 초콜릿의 주재료인 카카오가 반군들의 무기 구입 자금 등 전쟁 자금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2007년에 발간한 글로벌 위트니스에서 《뜨거운 초콜릿》이라는 제목으로 코트디부아르 내전 관련 보고서를 발간, 2002년부터 발생한 코트디부아르 내전에서 카카오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기술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카카오 농장의 약 10%는 코트디부아르 북쪽 반군에 의해 통제되고, 나머지는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은 약 10%에 불과하지만, 세계 카카오 연간 생산량의 약 3.6%가 된다.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카카오 판매를 통한 반군의 연간 소득은 약 3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탈세 목적이나, 부패한 정부군의 비자금 마련을 위해 정부 통제 하에 있는 남부 지역의 카카오가 북쪽의 반군들에 의해 수출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반군들은 전쟁을 위한 군자금을 더욱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내부의 부패뿐 아니라 외부 세력에 의해서도 카카오의 불법 거래는 내전 동안 계속됐다. 공격용 헬리콥터와 카카오를 맞바꾸는 프랑스 무기상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코트디부아르 북부와 남부의 경계인 비무장 지대에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프랑스 군의 군용 트럭을 통해 카카오는 가나 또는 토고로 이동했다. 이 기간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4%를 차지하는 토고의 카카오 수출량은 그 지역 생산량의 4배에 달했다.

 

카카오 생산과 유통과 관련된 이러한 현실을 들여다 볼 때, 밸런타인데이를 상징하는 달콤함 속에 함께 있는 초콜릿의 쓴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신이 내린 열매’라고 불리는 카카오가 과연 아프리카 대륙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을 주는 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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