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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론] 트럼프의 反이민정책과 알라딘의 꿈

남인숙 작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8(Sat) 11:06:06 |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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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셀 애니메이션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필자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알라딘》이었다. 아라비안나이트의 일부인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디즈니식으로 재구성한 이 애니메이션은 거리에서 도둑질로 연명하면서도 왕궁을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다. 비참한 현실을 사는 소년이 용기와 운명의 이끌림으로 꿈을 이루는 데에서 대리만족이 느껴졌다. 그가 알고 보니 ‘진흙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존재였다는 설정도 가슴 설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시대 전체의 시대정신이었을 ‘아메리칸 드림’을, 어두운 색의 피부를 가진 이슬람 주인공들이 구현한 작품이었다.

 

미국에 이민 가 수십 년을 산 교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분명 살기 녹록한 곳은 아니지만, 약한 이민자를 품어주는 한없이 넓은 품을 가진 나라라고. 살면서 겪어 보아야만 알 수 있다는 그 넓은 품에 대해 실감은 못해도, 알라딘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만한 나라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꿈의 나라’ 미국이 달라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슬람 행정명령’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이민자의 나라’라는 국가정체성과 가치의 훼손이라는 통탄, IT 업계 등의 강력한 반발과 캐나다 이전 검토 등 전 세계의 관심 속에서 연일 관련 소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여론조사 결과, 이 행정명령이 미국인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국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27일(현지시간) 테러위험국 7개국 출신 난민에 대한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EPA연합


지난 세기 이민자의 유입은 미국에 성장과 풍요를 가져다주었다. 선진국이면서도 복지국가라고는 할 수 없는 미국이 재원을 성장에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도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으로 복지의 공백을 쉽게 채워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노동력의 양적 확대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작년에야 비로소 4차 산업혁명이라고 명명하기 시작한 사회 변화가 한참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고, 대량생산 대량소비로 지탱되던 자본주의 경제가 수명을 다하고 있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은 이민자들은 더 이상 새로운 이민자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다. 경제적 위기감이 반이슬람 정서의 옷을 입고 정책으로까지 표현된 것이다. 당장은 반테러를 명분으로 이슬람 사람들만을 배척하지만, 머지않아 아시안을 비롯한 타 인종 모두에게 화살이 겨누어질 것이고, 이미 그 조짐이 보이고 있다.

 

문을 닫아걸고 이민 티켓을 마감한다고 해서 선점한 이들이 예전의 풍요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그들,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우리는 모두 이전 세대에서 미래의 풍요를 당겨다 썼기 때문에 지금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의 생존은 틀어쥐고 움켜 모으는 것보다 가진 것을 공유하는 일에 달려 있다. 이런 현상을 혹자는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도 하고 다른 이들은 자본주의의 진화라고도 한다. 현상을 이해하고 규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혐오와 분열을 부추기며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우리도 반면교사 삼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슬람인 알라딘이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나라의 바탕이 과거의 미국은 물론 미래의 미국까지 있게 한다는 걸 그들이 잊지 말아주면 좋겠다. 첨언하자면, 아라비안나이트 원전에 의하면 알라딘은 중국인이다. 만화 속 아메리칸 드림의 이미지를 빌려 종류를 막론하고, 인종 장벽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싶어진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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