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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백악관 내 정보 암투, CIA가 NSC를 눌렀다?

마이클 플린의 사임 뒤에 벌어진 파워 게임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16(Thu) 16: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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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트럼프 정부 출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월13일에 사임했다. 사임이라지만 결국은 해임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물러난 표면적인 이유는 ‘월권’과 ‘은폐’다. 플린은 지난해 12월29일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지 않은 시기에 세르게이 키슬락 주미 러시아 대사와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밝혀져 문제가 됐다. 계속 제기되던 트럼프-러시아 관계에 불을 지르는 행동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숨겼다는 데 있다. 그는 러시아 대사와 연락한 점은 인정했지만 제재 조치에 관해 이야기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녹취록이 공개됐고 그의 말은 거짓으로 판명나면서 결국 물러나야 했다.

 

힐러리 클린턴을 업고 있던 세력은 러시아와 중국을 굴복시켜 미국을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팍스 아메리카 실현 정책을 펼치려고 했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을 내세웠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런 정책을 구현할 사람으로 내세운 투톱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해빙 모드를 추진하는 그들의 행보는 과거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순조로울 수만은 없었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월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 EPA 연합


플린의 측근을 거부한 CIA

 

플린이 물러나기 3일전, 로빈 타운리 NSC 아프리카 담당 선임국장이 자신의 업무를 위해 일급기밀허가를 요청했다. 그는 플린 그룹의 일원으로 플린의 손에 의해 NSC에 선임됐다. 하지만 CIA가 이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보를 취급하지 못하는 사람이 NSC에 있을 수는 없는 법. 결국 CIA가 NSC에서 그를 몰아낸 모양새가 됐다. 흥미로운 건 타운리는 해병대 정보장교 출신으로 오랫동안 일급 기밀과 다름없는 정보를 취급해왔고 사용 허가를 받아온 인물이라는 점이었다. 결국 타운리에게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건 보안상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플린 그룹에 대한 공개적인 견제였다. 참고로 정보를 다루는데 있어서는 플린도 고수에 가깝다. 그는 2012년 7월부터 2014년 8월까지 미군정보기관인 DIA를 이끌었다.

 

CIA는 왜 플린을 겨냥했을까. 트럼프 정부에서 정보기관을 총괄할 국가정보국장(DNI)에 임명된 인물은 댄 코츠 전 상원의원(74)이다. 코츠 전 상원의원이 지명되자 미국 언론들은 그가 트럼프의 명령을 받아 실행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정보기관 개혁’을 꼽았다. 트럼프는 과거 수차례 정보기관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고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코츠를 뒤에서 돕는 인물이 마이클 플린 전 보좌관이었다. 플린은 DNI와 CIA의 구조조정을 오래 전부터 외쳤던 인물이니 CIA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였다. 

 

러시아와 대결 구도를 가져가려던 CIA와 달리 플린은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달랐다. 여기에 플린은 알카에다 계열 무장 집단과 거기에서 파생된 이슬람국가(IS)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중동의 문제아를 제거하는데 러시아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게 플린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CIA는 이런 알카에다 계열 무장집단과 IS가 탄생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플린이 건드리는 것들은 CIA와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것들이었다.

 

플린의 측근이 CIA에 의해 기밀허가를 받지 못했던 그 때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미국을 떠나 있었다. 타운리 국장의 일급기밀허가를 거부한 것도 폼페오 국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플린이 다급할 때 그는 해외 일정에 나선 셈이었다. 2월10일 그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모하메드 빈 나예프 사우디 왕자를 만났고 그에게 ‘조지 테닛 훈장’을 수여했다. “대 테러와 세계 안보 및 평화 실현을 위한 헌신적 노력과 탁월한 정보전 성과를 인정해 이 훈장을 수상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이런 훈장 수여를 두고 “사우디 왕자에게 테러와의 전쟁 공적으로 훈장을 주는 것은 비만과의 싸움에 대한 공치사로 맥도날드에 훈장을 주는 것과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토사구팽’된 트럼프의 안보 브레인

 

폼페오가 사우디를 방문한 의미는 결국 이전의 CIA 포지션에서 일단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트럼프의 사람인 폼페오가 CIA의 수장이 됐지만 막상 CIA의 상층부는 낙관적인 모습이었다는 게 뉴스위크의 보도였다. 뉴스위크는 CIA본부를 방문한 한 정보 분석관의 말을 빌려 “본부의 요직에 박혀 사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무리를 제거하고 싶어하는 인상을 (폼페오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반(反) CIA 기질을 대변할 걸로 보이던 폼페오는 청문회에서는 품위 있는 답변으로 야당의 공세를 피했다. 특히 문제가 됐던 테러용의자에 대한 고문 문제에 대해서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답해 트럼프의 입장과 반대되는 답변을 내놨다. 

 

플린이 물러나기 전, 시나브로 진행하던 플린의 배제 작업에는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외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내 유력 언론들도 플린이 러시아 측과 나눈 대화를 문제 삼았고 민주당도 플린의 사임을 바라고 있던 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힘겨루기에 패한 마이클 플린은 마치 해임과 같은 사임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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