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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재벌家 후계자들-(2)한진그룹] ‘오너 리스크’ ‘유동성 위기’ 마주한 3세 경영

‘트러블 메이커’ 된 한진그룹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취임으로 본격화된 ‘한진 3세’ 체제에 숱한 난제

박준용 기자 ㅣ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7.02.16(Thu) 15:24:33 |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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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경제면에 주로 등장하는 재벌기업이 종종 정치면과 사회면을 장식할 때가 있다. 이때 재벌가는 주로 비판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사회면을 가장 자주 장식한 기업은 어딜까. 바로 ‘한진’이다. 최근 수년간 한진그룹은 연속으로 ‘헛발질’을 했다. 한때 재계 순위 7위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올해 13위로 떨어지며 ‘10대 기업’에서 밀려났다. 오너 일가 탓이 컸다. 특히 2014년 말, 대한항공은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바로 ‘땅콩회항’ 사건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그는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견과류 서비스가 문제 있다며 이륙하던 항공기를 되돌리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 하차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현 정권에서 한진이 정치·사회면에 등장한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조 회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및 청와대와의 악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가 2014년 7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5월 전격 사퇴한 전말에 관해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장 공사를 최씨의 실소유 업체에 맡기려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최씨의 개입에 의해 조 회장이 사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회장도 이를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씨가 1월11일 대한항공 사장에 취임했다. © 연합뉴스


발 빠른 순환출자 해소로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

 

국회의 국정감사장에서는 조 회장에 대한 ‘퇴직금 논란’도 일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에서 2016년 말 퇴사하면 42년을 근무했기 때문에 퇴직금으로 548억원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회사 경영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오너의 퇴직금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렇듯 부정적 일들이 이어졌지만, 한진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최근 수년이 ‘헛발질’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한진그룹은 지주사를 만들어 순환출자구조 해소 작업을 했고,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순환출자란 ‘A사→B사→C사→A사’의 방식으로 재벌 일가가 적은 지분을 보유한 채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두고 ‘가공의결권’을 부른다는 문제제기가 나왔었다. 2013년까지 한진은 이 순환출자의 폐해를 말해 주는 대표적 회사였다. 당시 한진 오너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한진을 통해 ‘㈜한진→한진칼→정석기업→㈜한진’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가지고 있었다.

 

한진의 순환출자 해소 움직임은 순환출자 규제가 강화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순환구조를 ‘한진 오너 일가→한진칼→정석기업·대한항공·㈜한진’의 수직구조로 바꾼 것. 2014년과 2015년 한진그룹은 이 작업을 위해 보유지분을 계열사 사이에 서로 주고받거나 매각하느라 바빴다. 2014년 말 ㈜한진이 보유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식 지분 5.33%를 매각했다. 한국공항도 ㈜한진 지분 2.22%를 정석기업에 팔았다. ㈜한진은 2015년 7월 대한항공 지분 7.95%도 전량 매각했다. 이제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일부 자회사들 지분을 정리하면 순환출자 해소 작업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는 한진해운의 청산작업으로 지연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순환출자구조 해소는 정책적인 방향에 맞춘 것이다. 이를 통해 ‘투명한 경영’ ‘책임경영’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되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더 강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수직구조의 핵심인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이를 말해 준다. 2013년 9월 기준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들의 지분은 약 10%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진 오너 일가는 유상증자로 지주회사의 지분을 늘렸다. 그 결과 3년 뒤인 2016년 9월, 오너 일가의 한진칼 지분 보유율은 약 25.3%가 됐다.

 

최근 수년간 한진그룹에서 지분정리와 함께 이뤄진 작업은 경영권 승계다. 조 회장은 슬하에 조현아 전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1남2녀를 뒀다. 이 중 장남 조 사장이 올해 1월 대한항공 사장직에 오르며 3세 후계자로 부각됐다. 그는 2014년에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를 맡았고, 지난해에는 한진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대표이사를 겸했다. 사실상 ‘알짜기업’ 경영 일선에 나선 것.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담당 차장으로 입사한 뒤 약 14년 만이다. 조 사장은 진에어 대표를 맡은 2016년, 진에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95% 증가하는 등 실적을 낸 적도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사장에 대해 “‘페이퍼리스’ 업무 스타일을 선호해 빠른 보고와 의사결정을 좋아한다”면서 “지주회사 전환과 대한항공 실적회복, IT(정보기술)시스템 구축 등의 사업에 관여해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 시사저널 미술팀


3세 조원태·현아·현민, 역할 나눠 경영 나설 듯

 

다만 조 회장이 조원태 사장에게 한진그룹 전체 경영을 일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 조 전무와 나누어 사업을 담당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호텔사업과 진에어 등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의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주도권을 잡았지만, 아직 그룹 의사결정에서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 회장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만약 세 자녀의 지분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차후 경영권 갈등 소지도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도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 “세 명의 각자 역할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세 자녀의 보유 지분도 조 사장 2.49%, 조 전 부사장 2.49%, 조 전무 2.48%로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

 

한진그룹 3세 후계자로 지목된 조원태 사장 앞에는 숱한 난제가 놓여 있다. 바로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다. 이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한진그룹 내에서 누적된 고질적 과제다. 2006년 210%에 불과했던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6년 1220% 수준으로 급등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한진해운에 대한 지속적 자금지원이다. 한진해운은 업황악화로 인한 자금부족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2월1일 한진해운에 대한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 한진해운의 몰락은 한진그룹 전체를 뒤흔들었다. 한진그룹이 쓰러져 가는 한진해운에 지속적인 자금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2800여억원을 한진해운에 지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사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임직원과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과잉투자 논란이다. 대한항공이 비행기나 부동산 매입에 과도하게 투자하며 부실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는 대한항공의 ‘유형자산 회전율’이 말해 준다. 유형자산 회전율은 항공기나 부동산 등 유형자산이 매출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2015년 기준 대한항공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0.67로, 아시아나항공(1.21)의 절반에 그쳤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같은 유형자산으로 절반 정도밖에 매출을 못 만들어 낸다. 유형자산에 대한 과잉투자 가능성은 없는지 우려를 낳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회사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 적다”

 

셋째는 환율변화로 인한 막대한 환차손이다. 지난 한 해 기준 대한항공의 환차손은 3491억원에 달했고, 대한항공은 최근 3년간 총 1조5500억원의 환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경율 위원장은 “환율변동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실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회사의 규모에 미루어 의아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세 가지 이유 탓에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1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당기 순손실이 5568억원에 달했다.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한진그룹 회사채 신용도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2016년 대한항공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2016년 3월 한국기업평가 역시 ㈜한진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부정적)로 낮췄다. 한신평은 2017년 항공업계를 전망하는 보고서에서 “대한항공이 대규모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확대된 재무 부담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됐다.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사장 취임이 한 달 됐다. 한 달간 노조 사무실도 방문하고 정비·통제센터·배구단을 방문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서 “회사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적다. 항공사는 현금창출력이 높을 뿐 아니라 올해 대한항공 유상증자를 하면 부채비율이 200%포인트 정도 줄어든다. 달러로 지급해야 하는 항공기 도입사업을 하다 보니 환율로 인한 손실이 커지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3세 경영 시대가 맞닥뜨린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한진 오너 일가의 ‘오너 리스크’다. ‘땅콩회항’ 이외에도 수차례 드러난 불법·편법적 일탈행위가 그 핵심이다. 우선 3세 후계자로 지목된 조원태 사장은 과거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다.

  

 

3세 갑질논란·일감몰아주기 등 물의 빚어

 

조 사장은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사장을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고발했다. 조 사장을 비롯한 오너 3세들은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 사업을 하는 ‘싸이버스카이’, 콜센터·네트워크를 담당하는 ‘유니컨버스’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시설 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두 회사에 부당 수익을 챙겨준 것으로 조사됐다.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는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사안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수사 중이다. 이외에도 오너 일가는 도덕성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조 사장은 2005년 난폭운전을 하다 생긴 다툼 과정에서 70대 노인에게 폭언과 폭행을 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적이 있다. 2014년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폭언을 했다가 빈축을 샀다.

 

한진그룹 최대주주 일가는 회사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내부 비판도 받는다. 대한항공이 노동조합의 쟁의활동을 탄압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조합원을 해고·징계·형사고발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 쟁의활동을 하다 조합원 1명이 해고됐고, 30명이 징계를 당했다. 29명이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3월 김아무개 기장이 열악한 업무조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라는 글을 올려 조직구성원과 마찰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노조 조합원에 해고와 징계를 준 것은 사규 위반에 관련된 것이고, 정당한 노조활동을 탄압한 게 아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는 차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금융·해운·중공업 한 지붕서 갈라선 한진家

ⓒ 시사저널 미술팀


한진그룹은 ‘트럭 한 대’로 시작했다.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이 1945년 인천에서 무역·수송 회사인 ‘한진상사’를 세웠다. 동생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과 함께 일한 그는 미군부대 화물운송 사업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이후 한진은 사업 분야 확장에 나선다. 1968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적자 공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대한항공 전신)를 인수했다. 1973년 한일증권(메리츠종합금융 전신), 1977년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1989년에는 중공업 기업인 대한조선공사(한진중공업 전신)를 인수했다.

 

조중훈 회장은 지난해 12월 별세한 김정일씨와 결혼해 슬하에 4남1녀(조현숙·조양호·조남호·조수호·조정호)를 뒀다. 이 중 장녀 조현숙 전 정석기업 이사를 제외하고, 네 아들이 그룹 사업을 나눠 담당한다. 조중훈 회장의 유지(遺志)에 따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항공·육상 물류업,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조선·건설업,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은 해운업,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업을 맡았다. 2003년 금융그룹이 가장 먼저 한진에서 계열 분리됐고, 2005년에는 한진중공업그룹이 한진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한진해운은 2006년 조수호 회장이 타계한 후 배우자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가 경영위기로 2014년 다시 한진그룹으로 편입됐다. 

 

● 연재기획 ‘재벌家 후계자들’ 3회는 신세계그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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