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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예고한 표적이었던 김정남

일본 언론 “북한 여성공작원 이미 사망했다는 정보 있다” 보도해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7.02.15(Wed) 14: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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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4일 저녁, 갑자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암살됐다는 보도가 일제히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11년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2월13일 오전 9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공항에서 2인조 여성에 의해 독을 흡입하고 사망했다. 여성들은 곧바로 택시로 도주했지만 아직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일본 언론은 여성공작원 2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일본 NNN TV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작원으로 보이는 여성 2명 모두 사망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입막음이 아닌가라는 견해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정남의 여권에는 ‘김철’이라는 이름이 기재돼 있었고 그의 정확한 생일은 1970년 6월10일이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현지시간 2월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사진은 2007년 2월 11일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의 모습. ⓒ 연합뉴스


김정남은 김정일의 첫 부인이 낳은 아들로 김정은에게 배다른 형이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01년이었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발각돼 체포된 뒤 마카오로 추방됐다. 한때 김정일의 후계자로 알려졌지만, 후계 싸움에서 밀리고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뒤부터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해외를 전전했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오가며 지냈다고 한다. 첫 번째 아내와 두 번째 아내, 아들, 딸과는 모두 별거 상태였다. 2010년 김정남은 일본의 TV아사히와 가진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는 반대한다”고 말했고 그의 아들인 김한솔도 2012년 핀란드 공영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라고 표현했다. 체제유지에 여념 없는 김정은에게 이들은 눈엣가시였던 셈이다.

 

김정남은 지난 2010년에도 베이징에서 북한의 요원에게 습격당했지만 간발의 차로 암살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암살 시도는 김정은이 후계자 다툼에서 승리하기 위해 시도했다는 설이 유력했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고 장례식이 열렸을 때도 김정남은 숙청이 두려워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 암살 역시 배후에는 김정은이 있을 것이란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무런 직책도 없이 떠돌이 신세라고 할지라도 김정남은 김정일의 장남이자 ‘백두혈통’을 이어 받은 적통이기 때문이다. 그런 김정남을 김정은의 승인 없이 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80년경 김정일 가족사진. 9살 무렵의 김정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옆에 앉아있다. ⓒ 여성중앙 제공


노동신문이 말한 ‘피를 나눈 혈육’이 김정남이었다

 

김정은이 5년 전부터 김정남의 암살을 시도했다는 정보도 나왔다. 2월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김정남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주문)였다”면서 “2012년 본격적인 시도가 한 번 있었고 이후 2012년 4월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저와 제 가족을 살려달라’는 서신을 발송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정남은 이미 노동신문의 지면을 통해 표적이 된 적이 있다. 과거 노동신문 기사에서 김정남의 운명을 암시하는 기사가 등장했다. 2013년 12월14일자 노동신문은 ‘우리는 김정은 동지밖에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유일통치에 대한 찬양과 함께 혈육에 대한 징벌 가능성을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노동신문은 “신념이란 무엇인가. 진짜 신념은 자기 수령만을 알고 수령만을 목숨 바쳐 지키는 것”이라며 “수령의 곁에 있었다고 하여 다 충신이 아니며 대오에 함께 섰다고 하여 다 동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다음 대목이다. “그가 누구이건 수령을 모르고 감히 도전해 나선다면 설사 피를 나눈 혈육이라고 해도 서슴없이 징벌의 총구를 내대는 대쪽 같은 사람, 그것을 곧 혁명으로 알고 혁명가의 본능으로 아는 사람이 진짜 신념의 강자”라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피를 나눈 혈육이 바로 김정남이고 이 기사는 그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있었다. 

 

기사를 발행한 2013년 12월14일은 김정은이 통치에 대한 고삐를 엄청나게 죄고 있을 시기였다. 이틀 전인 12월12일,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이자 실세였던 장성택을 종파사건을 이유로 들어 처형하며 공포 정치를 극대화했다. 노동신문의 기사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유일체제’를 강조한 내용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국외에 있는 김정남 등 지배체제를 위협할 지도 모를 또 다른 ‘백두혈통’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맞았던 셈이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숙청이 계속되면서 노동신문은 표적을 향해 경고하는 구실을 종종 한다. 김정남 외에 장성택의 경우도 그랬다. 김정은이 장성택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던 무렵이었던 2013년 12월10일, 노동신문은 전면에 실은 사설에서 “장성택 일당을 적대 세력인 미국과 남측의 반공화국 책동에 편승한 역적 무리였다”고 규정하며 “혁명가에게 있어서 혁명적 신념을 잃는 것은 곧 죽음”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틀 뒤, 장성택은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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