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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시급 2000원이라도 일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노인 지하철 택배원의 하루’ 동행 취재… ‘노동 사각지대’ 놓인 민간 노인 일자리에 정부 관심 필요

김은샘 인턴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02.14(Tue) 17:34:00 | 14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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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30분. 지하철 택배원 박아무개씨(82)의 하루가 시작된다. 첫 주문을 받은 박씨는 서울 을지로4가역에서 청량리역으로 갔다. 40분쯤 지나 박씨는 청량리시장에서 물건을 건네받아 배달장소인 왕십리로 향했다. 다음 주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지하철역 안은 쉴 곳이 마땅히 없다. 박씨는 왕십리역 의자에 잠시 걸터앉았다. 오전 11시. 박씨는 두 번째 일감을 받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탄현역까지 가는 장거리 배달이었다. 

 

“장거리 배달에 들어가면 하루에 2건밖에 못해. 늦은 밤까지 하면 몇 건 더 할 수도 있겠네.”

주로 5kg 이하의 가벼운 물건을 취급하지만 무게에 힘이 부칠 때도 있다. 지하철역의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장 힘들다는 박씨는 종종 무릎을 매만졌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 이용이 무료라는 점을 활용해 물건을 배달하고 있지만,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일도 더러 생긴다. 

 

“이 일을 하면 1000원이 아쉽기 때문에 몇 정거장은 그냥 걷는 경우도 많아. 버스를 타야 하면 회사에서 고객에게 버스 요금을 얹어 달라고는 해. 버스비 달라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수고했다고 먼저 버스비를 주는 경우도 있어.”

2월9일 오후 서울지하철 을지로4가역에서 쇼핑백을 둘러메고 배송지로 향하는 노인 택배원들 © 시사저널 최준필


장거리 배달을 다녀오니 오후 5시를 훌쩍 넘겼다. 시간에 쫓기며 배달을 하다 보면 식사를 거르는 것은 예삿일이다. “밥값·커피값이 너무 비싸서 주로 편의점을 이용하는데, 생계가 급한 사람들은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아.” 오후 7시30분이 퇴근 시간이기는 하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또 움직여야 한다. 

 

“자정이 다 돼 퇴근하는 경우도 있어. 힘들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주말이 더 바빠. 평일에 한 번 쉬고, 일하는 시간은 그때그때 달라.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지.”

 

점심값 아껴가며 한 달 버는 돈 60만~70만원

 

박씨는 지하철 택배를 통해 서울 시내 배송은 건당 6000원에서 1만원, 시외의 경우 2만원에서 4만5000원을 받는다. 이날도 2건의 배달을 마친 박씨는 총 3만원을 벌었다. 박씨는 이 가운데 30%의 수수료를 뗀 2만1000원을 손에 쥔다. 1시간당 2000원이 약간 넘는 금액. 9시간 동안 일한 대가다. 법정 최저시급 6470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렇게 일하면 박씨가 한 달에 버는 수입은 평균 60만~70만원이다. 이마저도 일하면서 든 밥값을 최대한 아꼈을 때 이야기다. 노인 택배업계에서는 업체 공히 정해진 운임이나 수수료 비율이 따로 없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야. 운임도 다르지만, 수수료 역시 제각각이야. 기준이 없어.”

그렇다 보니 시급이 2000원 남짓인 박씨보다 임금을 더 적게 받는 노인 택배 노동자도 있다. 일부 지하철 택배업체는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의 40% 이상을 떼어가 시급이 1000원에 불과한 곳도 있다. 일반 퀵서비스의 수수료가 20% 정도임을 감안했을 때 두 배 수준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셈이다. 얼마 전까지 지하철 택배원으로 일했던 김아무개씨(76)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는 시간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다고 느껴 일을 그만뒀다. 일거리가 없을 때는 그날 하루의 점심값도 벌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수수료로 40%를 떼면 남는 게 없다. 상황이 이렇기에 주위에도 금방 손을 뗀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뒷짐’을 진 모양새다. 고용노동부는 지하철 택배업과 같이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노인 택배 노동자에 대해 시간당 임금을 책정하거나 실태 파악을 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형태로서 별도의 보호 방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업체의 수수료와 같은 문제는 근로기준법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다. 지하철 택배업에 대해 특별히 조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측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그 안에 지하철 택배업도 있지만, 민간업체의 노동자는 따로 관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은 힘들어도 하려는 노인들 많아”

 

이렇듯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려는 노인들은 상당히 많다. 한 노인 지하철 택배업체의 대표 A씨는 “처음에는 25%를 수수료로 책정했지만, 회사 운영이 되지 않아 30%로 인상했다. 일이 힘들기 때문에 자주 그만두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려는 사람이 많아 빈자리는 바로 메워진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택배 일로 몰려드는 이유는 생계 탓이다. 장애3급을 가진 상황에서 지하철 택배원으로 일하는 이아무개씨(73)는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기초연금 16만원으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쪽 팔이 불편해서 어려움은 있지만, 가족이 먹고살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는 게 어딘가”라고 말했다.

 

노년층의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최근 몇 년 동안 35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연금 등 정부 보조를 더하더라도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율은 50%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다. 생계비 마련을 위해 노년층은 구직 활동에 나선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노년층 노동자의 취업률은 52.4%다. 이 중 58%의 노인들이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구직의 벽은 높다. 노년층의 높은 노동의지에 비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노년층은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린다.

 

이에 대해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노인 택배 분야에서도 동일노동·동일임금 적용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노후소득보장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열악한 일자리라도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이라면서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양적으로는 발전했지만, 노인들의 일자리에 대한 욕구를 정확히 반영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업체의 폭리가 심하다면 분명 법으로 규제해야 할 부분이다. 공공기관·협동조합에서 관리한다면 나아질 것”이라면서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취약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경제적 참여를 도모하는 사업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노인 역할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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