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부당’ 훈화한 디지텍고 교장, 홈페이지에도 탄핵 반대 글 게재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7.02.1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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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세력들이 국가 시스템 자체를 뒤엎어 보겠다는 불순한 방향” 언급…탄핵 반대 내용 큰 글자로 강조

서울 디지텍고등학교 교장이 종업식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디지텍고 곽일천 교장은 지난 7일 학교 종업식에서 ‘탄핵정국에 대한 곽일천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의 토론회’를 열어 강당에 모인 학생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곽 교장의 이날 발언을 살펴보자.

 

“탄핵 사건을 처리하는 우리 사회는 정의로움이 사라졌거나 부족하다. 지극히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냐 아니냐 밝혀지지도 않았다. 언론의 주장에 피해를 보고 있는 피고 쪽에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 균형 있게 따져볼 줄 알아야 한다.”

 

“아직 재판을 해서 죄가 되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언론에 나온 주장을 갖고 그대로 탄핵을 밀어붙였다.”

 

“지금까지 특검의 수사는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곽 교장은 “저는 어느 편이나 누구에 대해 호불호를 말한 것이 아니라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새악에 머물러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교육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과 토론을 한 것에 그쳤다는 것이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은 2월7일 종업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 음모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토론을 하기 전부터 곽 교장은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온 것이 확인됐다. 서울디지텍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지난 1월부터 곽일천 교장의 이름으로 작성된 탄핵 관련 보수 쪽 시각의 글이 게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월1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뒤, 미국의 격월간 외교문지 포린폴리시에 실린 ‘한국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이 분노한 신이다’라는 글을 인용한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 내용에 따르면 기고자인 영국인 마이클 브린씨는 “탄핵 중대 사유로 ‘세월호 사고’를 따지는 건 내게는 좀 이상하게 보였다”고 말했다. 

 

또 “민심은 시간이 흐르면 바뀔 수 있다. 항상 옳은 게 아니다”,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경우 조사 기간이 2년 걸렸다. 한국에서는 국회의 탄핵안 소추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됐다. 국회가 민심의 압박에 못 이긴 것이다”라는 내용들을 큰 글자로 강조하기도 했다. 

 

곽 교장의 이름으로 ‘법치주의를 훼손한 탄핵의 문제점’, ‘탄핵은 대통령 하야 운동’ 등의 글도 게재됐다. 그는 <탄핵을 탄핵한다> 저자인 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글을 게재하고 “이번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탄핵이 아니다. 자유·민주·법치를 국제로 한 대한민국의 헌법을 민주·민족·민중의 삼민주의 즉 김일성의 주체 사상으로 국체를 바꾸려는 나라 뒤집기의 한 과정이라는 뜻”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곽 교장은 종업식 날에도 “종북 세력들이 해서 국가 시스템 자체를 뒤엎어 보겠다는 불순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어려분이 경종 울리고 역사의식 가지고 고쳐 나가야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지난 1월부터 곽일천 교장 이름으로 게재된 글. 탄핵 관련 보수 쪽 시각의 기사와 광고가 게재됐다.

탄핵 반대 광고, ‘법조계 원로들의 귀중한 나라사랑’이라 표현

 

또 ‘탄핵심판의 법적 이해’라는 글에서는 탄핵 소추 주장에 대한 반박 부분들을 눈에 띄게 강조했다.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 없으며,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도 못하였다”, “비선을 활용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대신해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한 이상 헌법 위반이 아니다”, “일부 인사 과정에서 특정인의 의견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등이다. 

 

최근 원로 법조인들이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광고를 낸 내용(2월9일 ‘박 대통령 ‘탄핵 저지’ 여론 공세 급물살’ 기사 참조)에는 ‘법조계 원로들의 귀중한 나라사랑’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게시글에서는 역시 이 광고의 내용 중 “신문기사와 심증만으로 탄핵을 의결, 박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했다. 이는 증거재판을 요구하는 우리 헌법의 법치주의, 적법절차 원리에 반하는 중대한 위헌” 등 탄핵 절차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부분의 글자를 확대했다.

 

‘탄핵심판의 법적 이해’라는 글에서는 탄핵 소추 주장에 대한 반박 부분들을 큰 글자로 강조했다.

곽 교장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탄핵사건은 법적인 문제이고, 그 절차를 충실히 밟아 절차적 정당성을 가질 때 갈등관리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교장이 2014년 뉴라이트 계열 필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서울에서 유일하게 채택했고, 2016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친일인명사전의 학교 비치를 거부한 사실도 함께 알려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교육청과 교육부는 곽 교장의 이와 같은 발언 내용에 대해 배경 및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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